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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 마련하려고 고소득·고신용자도 '2금융권' 간다

[머니S리포트-대출절벽에 금리인상]② 지난해 저축은행 여신 증가액만 10조 넘을 듯

박슬기 기자VIEW 3,6452021.01.11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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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신축년 새해 시작과 동시에 대출시장이 얼어붙었다. ‘빚으로 버텨야 하는’ 서민의 이자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금융·부동산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금융권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레버리지’ 투자를 지양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빚을 갚으려 다시 빚을 내는 ‘빚의 굴레’로 빠질 수 있어서다. 새해 달라지는 대출제도와 현실로 다가온 ‘부채폭탄’ 우려를 진단해봤다.
SBI저축은행 노원지점 전경./사진=SBI저축은행
SBI저축은행 노원지점 전경./사진=SBI저축은행
# 서울에 본사를 둔 한 대기업 직원 김모씨(35)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집값에 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무주택자로 살아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어 지난해 말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한 아파트를 매수했다. 이자를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아파트 잔금 지급일 이틀 전 주거래 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을 신청했지만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대출 가능 금액은 잔금을 치르기에 부족했다. 급한 돈을 구하기 위해 김씨는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을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올해 신용대출 제한이 풀리면 제1금융권으로 대출을 돌릴 생각이다.

정부가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시중은행의 대출을 조이면서 관련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집값 급등뿐 아니라 주식 열풍에 따른 ‘빚투’(빚내서 투자)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기 악화로 대출 수요는 넘치지만 은행 등 1금융권의 대출길이 좁아지면서 2금융권 등 또 다른 대출 창구를 찾아다닌다는 분석이다.

그래프=김은옥 기자
그래프=김은옥 기자






저축은행 여신 9조원 이상 증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 여신 총잔액은 74조3955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7.1%(10조8883억원)나 불어났다. 지난해에만 10월 말까지 9조3451억원이나 급증한 규모다.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지난해 7월 70조원을 돌파한 뒤 10월까지 4개월 연속으로 전월 대비 1조원 이상 증가했다. 특히 저축은행이 가계와 기업에 빌려준 신용대출 잔액이 가파르게 늘었다. 올 3분기 말 기준 자산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9조220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1.7%(4조6240억원) 급증했다. 이중 SBI저축은행은 전년보다 42.1% 늘어난 5조7058억원으로 집계됐다. OSB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우 각각 111.7%와 86% 늘어나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이들의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은 19.4%(1조7266억원) 급증한 10조623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SBI저축은행은 37% 증가한 2조1652억원이었으며 페퍼저축은행은 44.4% 늘어난 1조760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시중은행이 대출을 옥죄기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저축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린 결과로 해석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9월 중순부터 대출이 급격히 늘기 시작해 올 4분기 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분기 중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고신용자도 카드론까지 몰려




1금융권의 높아진 대출 장벽 탓에 급전이 필요한 고신용자는 카드론(장기카드대출)으로도 발길을 돌렸다. 7개(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카드사가 연 5% 이하 금리로 제공한 카드론 신규 취급액은 지난해 9월 기준 310억원으로 두달 사이 4.7배 급증했다. 카드론 평균 금리가 연 11~14%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저금리로 카드론을 이용할 수 있는 고신용자가 지난해 9월 많이 유입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체 카드론 규모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카드론 신규 취급액은 4조2811억원으로 전달보다 2.9% 증가했다. 이에 따라 카드론 잔액도 전월에 비해 1.4% 늘어난 31조1115억원에 달했다.


카드론뿐 아니라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 약정)을 이용하는 고신용자도 늘었다. 연 10% 미만 금리 리볼빙 이용회원 비중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신한카드가 1.53%, 롯데카드가 0.85%로 전월보다 각각 0.65%포인트와 0.55%포인트 상승했다.


고신용자의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이용도 증가했다. 같은 기간 10% 미만 금리로 현금서비스를 받은 고신용자 비중이 전월에 비해 늘어난 곳은 8개 카드사 중 5곳에 달했다. 롯데카드의 경우 전월보다 5%포인트 늘어난 10.8%, 비씨카드는 2.7%포인트 상승한 9%였다.





풍선효과 왜 생기나… 부실 우려도




2금융권을 찾는 발길이 늘어난 것은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인 요인도 있지만 저축은행이 이를 고신용자 대출을 많이 늘릴 수 있는 계기로 보고 대출 금리를 내린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통상 저축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는 시중은행보다 2~3%포인트 높지만 지난해 12월 저축은행의 주담대는 연 3%대까지 낮아졌다. 국내 18개 시중은행의 10년 만기 이상 분할상환식 주담대의 평균 금리는 2.26~2.97%, 일시상환식은 2.29~3.14%다. 79개 저축은행이 취급하고 있는 37개 주담대 가운데 한성저축은행의 평균 금리는 분할상환식이 3.8%, 일시상환식이 3.4%로 시중은행과 금리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


연소득 대비 원리금 비율을 나타내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시중은행의 경우 40%지만 저축은행·카드·캐피탈사 등은 60%까지 가능한 점도 대출 수요를 2금융권으로 끌어모으는 배경이 되고 있다.


2금융권의 대출 규모 증가와 함께 연체율도 오르고 있어 부실 우려도 나온다. 저축은행 총 여신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3.8%로 지난해 말보다 0.1%포인트 올랐다. 7개 카드사의 카드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1월 기준 1.6%로 전월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집을 사야 하는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대출을 규제하다 보니 고소득·고신용자가 저축은행이나 카드론까지 손을 뻗는 상황이 됐다”며 “고소득자의 금융비용 증가로 가처분소득이 줄면 그만큼 소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은행 역시 고신용자를 유치하지 못하는 이례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박슬기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박슬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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