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름 한 방울 안나는 '비산유국'의 반란… 석유화학·섬유 40개 품목 '세계 1위'

[머니S리포트-글로벌 리더 꿈꾸는 '넘버원 코리아'④] 코로나 불황 속 피어난 석유·화학… '수출의 꽃'으로

김설아 기자VIEW 4,3262020.12.30 06:10
0

글자크기

2020년 지구촌을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선진국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스스로 선진국임을 자처하던 주요 국가들은 방역 실패와 의료체계 붕괴와 낙후된 시민의식 등 민낯을 드러내며 허상을 깨뜨렸다. 반면 한국은 달랐다. 세계가 인정하는 방역 모범국가로 떠올랐꼬 경제분야에서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새로운 기준을 정립하고 있다. ‘K-방역’에 이어 세계를 놀라게 할 ‘넥스트 K’는 무엇일까. ‘넘버원 코리아’의 면면을 살펴봤다.
SK의 원유저장창고/사진=뉴스1 DB
SK의 원유저장창고/사진=뉴스1 DB
“아무리 파도 기름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지구 반대편을 팠다.”

석유개발이 날개를 달았던 2007년 SK에너지(현 SK이노베이션)가 선보인 광고다. 광고에는 SK에너지가 지분 40%를 갖고 석유를 생산하는 브라질 BMC-8 광구의 모습이 담겼다. SK가 이 광고로 노린 건 한계상황 속 도전적 기업 정신은 물론 수출 에너지 선도기업이란 이미지 구축이다. 결과는 성공. 그해 SK에너지는 15조798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수출 실적이 매출의 54.2%를 차지하면서 내수판매를 처음 넘어섰다.

석유화학제품이 ‘수출 효자’로 등극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2011년 석유화학제품은 전통 수출 강자인 반도체와 자동차를 꺾고 2년 연속 수출 1위에 올랐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비산유국’에서 거둔 대단한 성과라는 평이 자자했다. 지난해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406억4800만달러. 반도체에 다시 1위를 내줬지만 전체 수출에서 7.5%를 차지하면서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포장재·위생용품 수요 ‘껑충’… 마진율도 ‘OK’






2020년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유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전략 덕분이다.

금융투자업계의 올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석유화학 빅3의 영업이익은 모두 3조4420억원. 지난해 2조2812억원에 비해 44.5% 증가할 전망이다.

LG화학은 2조4290억원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의 2.7배 이상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LG화학은 ‘세계 배터리 1위 업체’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여전히 영업이익 80%가량은 석유화학에서 나온다. 배터리 사업을 떼 내기 전인 3분기 영업이익은 902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이 중 80%인 7216억원이 석유화학에서 발생했다. 영업이익률은 20.1% 달한다. 이 수치는 최고 호황기를 누리던 2011년 1분기 영업이익률이던 17%를 넘어선다.

한화솔루션 역시 올해 영업이익 68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9.7%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대산공장 화재사고 탓에 전년대비 69.9% 줄어든 33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빅3 업체의 실적이 비교적 순탄했던 건 코로나19 영향으로 포장재·손 세정제·니트릴 장갑 등 위생 관련 수요가 증가하면서다. 석유화학기업의 사업 분야는 ▲원유 정제로 생산되는 휘발유와 경유 등을 판매하는 정유 부문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납사(나프타)를 분해해 파라자일렌(PX)과 벤젠·톨루엔·혼합자일렌 등 방향족 제품을 만드는 석유화학 부문 ▲찌꺼기인 잔사유를 재처리해 만드는 윤활유 부문 등으로 나뉜다.

원료 낭비를 줄이면서 다양한 소재를 고효율로 생산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석유화학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주유소에서 주유 중인 모습/사진=뉴스1 DB
주유소에서 주유 중인 모습/사진=뉴스1 DB
물론 표면적으로 가장 돈이 되는 것은 3대 경질유(휘발유·등유·경유) 부문이지만 수익 구조상 다른 부문 영업이익률이 정유 부문을 넘어선 지는 오래다. 국제 유가 등 각종 외부 요인과 유류세 부담이 큰 정유와 달리 석유화학제품 시장은 수·출입이 자유롭고 관세장벽도 없다는 게 큰 경쟁력이다.

올해는 특히 마진율도 좋았다. LG화학과 한화솔루션 등은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해 ▲가전제품의 외장재로 사용되는 ABS(플라스틱 합성수지) ▲포장재인 PE(폴리에틸렌) ▲바닥재인 PVC(폴리염화비닐) ▲손 세정제 원료인 IPA ▲니트릴 장갑 원료인 NB 라텍스 등 다양한 화학제품을 만든다.

코로나19로 인한 포장재·위생용품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늘면서 양호한 수급여건이 유지된 가운데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원가 부담을 덜었다. 화학제품 수요 증가에 제품과 원재료 간 가격차를 의미하는 ‘스프레드’가 확대된 것.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가 커질수록 석유화학 업체 마진율은 높아진다.





백신 나와도 커지는 시장… 일회용 이슈는 부담






2021년 전망 역시 밝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석유화학제품 수출은 32조원을 기록하며 2020년보다 18%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원은 경기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수송용 석유제품이나 석유화학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름 한 방울 안나는 '비산유국'의 반란… 석유화학·섬유 40개 품목 '세계 1위'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내년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중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석유화학과 석유제품 수출도 10% 이상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며 “석유화학은 코로나19로 인해 일회용품 수요가 크게 늘면서 합성수지를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내년 석유화학시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충분한 인구가 백신을 접종하고 이동이 자유로워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언택트(비대면) 확대로 인한 온라인 쇼핑 증가와 배달시장 성장 및 위생용품 관련 니즈까지 더해지면서 포장재 시장 절대 강자인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비중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 매킨지’는 전세계 에틸렌 수요가 올해 2000만톤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수요는 경기 회복 등으로 9500만톤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던 공급 증가는 오히려 국내 기업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메이저 기업의 화학 프로젝트 준공 일정이 지연되면서 공급 부담이 완화되는 국면이다. 물론 환경 이슈가 부각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이슈는 여전히 불안요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관련 우려가 있더라도 우선 코로나 대유행을 잡는 게 더 중요한 만큼 이에 맞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이 같은 수요는 재활용 및 바이오플라스틱 등 친환경 소재가 일부 대체할 가능성이 높지만 급격한 변화로 인한 수요 증가가 일단 먼저일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바이오 플라스틱과 재활용 이슈 역시 화학 업체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코로나로 변화된 일상이 PE·PP·PET 등 다양한 포장재 수요를 크게 자극하고 늘어나는 의료용품(인공호흡기, 마스크 등) 수요와 내구재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며 “급격한 온라인화와 포장·배달 수요 강세 역시 포장재로 사용되는 화학제품 수요를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설아 기자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관련기사 보기

오늘의 주요 뉴스에요

산업 한줄뉴스

상단으로 가기
하단 띠배너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