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청계광장] “시킨 거나 해”라는 회사에 혁신은 없다

조장현 HSG 휴먼솔루션그룹 소장VIEW 2,9512020.12.11 07:06
0

글자크기

[청계광장] “시킨 거나 해”라는 회사에 혁신은 없다
국내 패션회사 DT기획팀의 이철민 팀장. 그는 지난해까지 MD로 일하다가 올 초 경영진의 의사로 신설된 DT기획팀장으로 발령받았다. 얼마 전 그가 리더십 코칭에서 팀의 저조한 성과에 대해 하소연했다. “저희 팀이 속한 부문은 지난해 KPI를 감안한 목표를 세워 성과를 달성했는데 저희 팀은 실적이 저조합니다. 새로운 것을 한다며 부문장이 OKR을 도입해 원대한 목표를 세웠거든요. 거기서부터 꼬인 것 같습니다.”


당초 OKR을 조직 운영시스템을 도입한 취지는 좋았다. 그러나 평가 방식은 여전히 ‘목표 대비 달성률’이라는 전통적인 조직 운영방식을 따르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혁신을 추구한다고 하면서 여전히 효율성을 추구하는 조직 운영을 하고 있었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조직은 ‘더 빠르게·더 싸게·더 좋게’(Faster·Cheaper·Better)라는 가치가 중요하다. 이런 조직에서 구성원은 리더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게 된다. 리더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쓸데없는 생각 말고 시킨 거나 빨리 해”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다른 선도기업이 만든 서비스나 제품을 벤치마킹해서 유사하게 만드는 상황이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 없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만들 때는 리더 자신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조직 문화는 맞지 않다. 그렇다면 혁신을 추구하는 조직은 무엇이 다를까.


먼저 사고방식이 다르다. 효율성을 추구할 때는 ‘목표 추구형 접근’이 유효했지만 혁신을 추구할 때는 목표를 잘 찾고 조율하는 ‘목표 발견형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패션회사 MD팀이 신규 브랜드 매출 100억원 달성’이라는 지표형 목표를 세운다면 DT기획팀의 경우 ‘새로운 고객 경험을 위한 AI쇼핑 서비스 연내 출시’이라는 비전형 목표를 세울 수 있다.


다음은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 효율을 추구하는 조직은 예측과 분석을 통해 계획을 수립하고 달성을 촉진한다. 하지만 혁신을 추구하는 조직은 초기에 가설을 설정하고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검증하고 배움을 통해 새로운 실행을 해나가는 ‘실행을 통한 학습’(Learning by Doing)이 일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실패를 통해 얻은 학습 결과로 재시도를 거듭해 마침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이렇게 빠르고 유연하게 일하는 방식을 갖춰야 비전형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추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력 운용 방식’이 다르다. 혁신을 추구하는 조직은 내부 인력만 활용하는 ‘폐쇄형 혁신’이 아니라 내부와 외부 자원을 모두 활용하는 ‘개방형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내부 인력만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고집하면 시야가 좁아진다. 이런 사람이 빠지는 함정이 바로 ‘터널 비전 증후군’이다.

혁신 추구 조직은 사고방식·일하는 방식·인력 운용 방식에서 효율 추구 조직과 다르다. 리더는 자기 조직이 처한 상황에 따라 효율과 혁신 중에 전략적 우선순위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시장에서 혁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상단으로 가기
하단 띠배너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