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美·中 주도의 탈(脫)세계화 ‘승자독식시대’

[머니S리포트-길잃은 '메이드인코리아'③] 국제질서 이탈부터 카피캣 전략까지

권가림 기자VIEW 1,7672020.11.1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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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계 전반에 외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수 경쟁력은 여전히 확보 못 한 상황에서 저가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외산에 자리를 뺏기고 있어서다. 통신·게임 분야는 물론 소재·부품·장비와 신재생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외산이 잠식하고 있다는 소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산화율을 높이는 데 무관심한 정부와 ‘저가’·‘기술력’을 앞세워 무서운 속도로 밀려 들어오는 외산 사이에서 국내 기업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길을 잃은 KOREA 기업들. 무너지는 산업 생태계 속 이들이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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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스1
2등은 필요 없는 ‘승자 독식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자유무역 수혜국이 이제는 “각자도생하겠다”며 상대편 제압에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달라진 글로벌 경제 환경에 기인한 현상이라고 본다. 우선 자국 우선주의가 국제사회에 번졌다. 글로벌 강대국은 자국 산업의 쇠락을 막기 위해 이민 문턱을 높이고 국제기구와 협약을 깨고 있다. 세계를 돌며 각종 청구서를 들이밀기도 한다. 과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개도국)을 분류하던 기준이 모호해진 점도 중요한 변화다. 탈(脫)세계화 움직임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다.






韓·中·日 누구에게도 이용당하지 않아






“이 순간부터 통치 비전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다.” 2017년 1월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5대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한 말이다. 이는 미국이 주도해 만든 자유무역체제와 다자 국제기구 등 국제질서와 동맹에서 이탈하겠다는 선언이었다. 트럼프 취임 이후 지난 3년 동안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했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폐기했다.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선 탈퇴하는 대신 동맹을 상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미·일 무역합의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개정했다.


‘관세’라는 무기도 꺼내 들었다. 미국은 수입산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보호무역주의를 펼쳤다. 2000억달러(222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과 미래 패권을 두고 전략 대결을 펼쳤다. 세탁기 등 특정상품수입이 늘어나 해당 산업의 피해가 심각하다며 ‘세이프가드’(관세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을 통해 수입품을 규제하는 무역장벽)를 발동하기도 했다.


보호무역주의는 개도국으로 확산되면서 한국 수출 산업의 위협 요소로도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전된 국가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지 않도록 했다. 개도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 등 150여개 항목의 특혜를 받고 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있을 미국과의 자동차 관세 협상과 방위비 협상 등에서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략도 깔려 있었다.


미국이 공장 이전에 드는 비용을 세액공제해주고 있는 점과 미국으로 돌아오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250억달러(27조원) 규모 ‘리쇼어링 펀드’ 조성을 논의 중인 점은 미국의 글로벌시장 단절이 당분간 지속될 확률이 높다는 의견을 뒷받침한다.






모방도 하나의 전략






중국은 ‘카피캣’(흉내·따라하기) 전략으로 단기간에 글로벌 산업을 장악했다. 애플을 표방한 ‘샤오미’를 비롯해 아마존과 이베이를 버무린 ‘알리바바’와 구글처럼 검색에 초점을 맞춘 ‘바이두’ 등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회사인 ‘랜드윈드’와 ‘지리’도 해외 자동차 기술과 디자인을 복제한 ‘X7’ ‘Geely GE’ 등을 내놨다. 카피캣 전략은 전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2위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란 타이틀을 거머쥐게 했다. 


텅빙셩 중국 장강상학원 부원장은 “중국 기업은 20~30년간 해외 기업 제품을 따라 만들며 습득한 기술을 조금씩 변형해 혁신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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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주요 무역보호 조치. /그래픽=김은옥 기자
이제는 국가와 민간의 자원을 지렛대 삼아 ‘홍색 공급망’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원료나 중간재를 수입하는 대신 국산화 비중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중국의 약점을 겨냥한 미국의 견제에 핵심 장비 국산화와 기술 고도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도체 기술 자립을 위해선 반도체 지식재산 보호 제도를 내놨다. 중국은 ‘중국제조2025’ 계획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 세제 혜택과 보조금 등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현재 6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굴기를 앞세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특허활동의 양적 규모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술 자립의 청사진을 하나로 꿰는 전략으론 ‘스마트 플러스’가 있다. 이를 통해 ▲5G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첨단 분야 원천기술 개발과 관련 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의 주권·안보·발전이익을 해치는 외국기업과 개인은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있다. 다음달 1일엔 수출통제법 발효를 앞두고 있다. 중국은 통제대상 물품에 대한 허가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 조건으로 국가안전과 함께 ‘이익’을 포함하며 자의적 해석의 여지를 높여 놓은 상태다.






‘자국 우선주의’ 안전장치 필요 






자국 우선주의 바람은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EU(유럽연합)는 ‘유럽 외국인 투자 검열 틀’을 도입했다. 민감한 기술과 핵심 인프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고 자국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의도다. 인도는 반덤핑 관세 278건과 세이프가드 4건 등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입규제를 부과하는 국가로 자리 잡았다. 일본의 경우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규제에 나서기도 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각 국가 간 동맹을 촉구한다든지 타국의 보호무역조치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약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통상질서에 따른 전략적 외교 노선 수립과 산업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글로벌 통상에서 나타나는 자국 우선주의의 신호탄에 불과하며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무역 공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보호무역은 반도체와 자동차로 언제든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가림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팀 권가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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