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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나오는 중국차, 저가 공세 안 먹히자 동남아행?

[머니S리포트]② 잘 베꼈다는 중국차… 왜 안탈까

박찬규 기자VIEW 2,1002020.11.1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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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과 ‘안전하지 못한 차’ 낙인은 중국 자동차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그동안 중국차는 거대한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해왔기에 문제가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다.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최근 해외로 진출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중국차의 실체가 한 꺼풀씩 벗겨졌다. 국내진출도 꾸준히 시도한 중국차는 형편없는 품질로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급기야 판매자가 잠적하는 ‘먹튀’ 오명을 남겼다. 최근에는 친환경차에 방점을 찍었다. ‘중국색’을 최대한 감춘 채 해외에서 통할 만한 제품을 고민하며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중국차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은 어떨까. 머니S가 중국차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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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베이징 모터쇼에 진열된 니오 ES6. /사진=로이터
중국은 세계에서 자동차가 가장 많이 생산되고 팔리는 국가로 이미 세계 자동차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짝퉁’ 논란과 조악한 품질을 둘러싼 조롱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들끓는 내수시장은 용광로처럼 온갖 내용을 녹여냈다.

하지만 그 용광로가 서서히 열기를 잃어가자 중국업체는 해외로 눈을 돌리며 슬금슬금 기어나오고 있다. 이곳저곳의 문을 두드리다 결국 동남아시아 지역을 공략하는 모양새다. 미국·유럽·일본·한국 등 자동차 시장이 성숙한 국가에서 맥을 못 추는 중국차의 한계로 여겨진다.





중국차, 왜 수출 못했나







그동안 중국 자동차 시장은 그야말로 ‘폭풍성장’을 이뤘다. 2009년부터 11년 연속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군림하며 ‘만들면 무조건 팔린다’는 공식이 통했다. 그러던 시장이 최근 3년 동안 성장 둔화세를 보였다. 2018년에는 28년 만에 첫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고 지난해 하락폭은 더 커졌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겹쳐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2016년 2803만대에 이어 2017년 2888만대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2018년 2808만대로 꺾이더니 지난해 2577만대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2018년과 2019년 판매량은 각각 전년 대비 2.8%와 8.2% 줄었다. 생산량 추이도 비슷하다. 판매가 정점을 찍었던 2017년에는 2902만대를 기록했지만 2018년 2781만대, 2019년 2572만대로 감소했다.

올 1~9월 자동차 판매는 1711만6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줄었다. 승용 판매는 1337만6000만대로 12.4% 쪼그라든 반면 상용은 23.2% 증가한 트럭 판매에 힘입어 344만5000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자동차 생산은 1695만7000대로 지난해보다 6.7% 감소했다. 승용은 12.4% 감소한 1322만2000대를 기록했고 상용은 24.9% 증가한 트럭 덕분에 343만8000대로 나타났다.

이같은 기록에도 중국의 자동차 수출 실적은 주요 자동차 생산국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관계자는 “중국은 주요 자동차 생산 및 판매국이지만 수출국이 아니어서 협회 보고서에서 세부 지역별 수출내용을 정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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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수 판매 추이(중국자동차공업협회, 중국자동차기술센터). /표=김민준 기자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102만4000대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이 중 승용차 수출은 72만5000대로 전년 대비 4.3% 감소한 반면 상용차 수출은 29만9000대로 5.7% 증가했다.

중국의 주요 수출국은 말레이시아다. 코트라(KOTRA)의 말레이시아 자동차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말레이시아의 중국차 수입은 5249대였다. 2018년 5만4431대, 2019년 48만4431대를 기록했다. 점유율도 가파르게 상승해 2017년 0.35%에서 2018년 2.86%, 2019년 23.64%로 나타났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중국의 자동차 수출이 적은 이유로 두 가지를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생산량을 내수에서 모두 소화했기 때문에 수출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며 “게다가 독자 기술이 적고 조립품질이 떨어지는 등 동력 및 내구 성능 면에서도 격차가 커서 주요시장에 대한 수출이 불가능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탈’ 바꿔 해외진출 노린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바뀌며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차’(친환경차·NEV)에 집중할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자동차업체는 이같은 정책에 올라타 해외 진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진입장벽에 있어 내연기관보다 전기동력기관이 낮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중국자동차기술센터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는 꾸준히 증가세에 있다. 중국시장에서 신에너지차 판매 비중은 2016년 81만대로 1.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21만대(4.7%)로 성장했고 2025년 490만대(16.5%)를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국 자동차업체 순위는 ▲1위 상하이 ▲2위 둥펑 ▲3위 이치 ▲4위 베이징 ▲5위 광치 ▲6위 창안 ▲7위 지리 ▲8위 창청 ▲9위 화천 ▲10위 치루이 ▲11위 BYD ▲12위 창화이 등이다. 상위권 업체 대부분은 국영 합작사다. ▲상하이-폭스바겐 ▲상하이-GM ▲베이징-현대 ▲동풍-기아 등 글로벌 제조사와 손잡고 사업을 시작하며 기술력을 키웠다. 단순 OEM 공장에서 독자 모델 개발을 이어갈 만큼 기술력이 향상됐다는 평이다. 달리 보면 상품성을 갖춘 제품을 해외에 내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맥락에서 중국 대표 민영 자동차회사인 지리자동차(지리)를 주목할 만하다. 볼보자동차를 인수하고 다임러에 투자하는 등 글로벌 광폭행보를 이어가며 세계 자동차업계의 한 획을 긋고 있기 때문. 중국에서 만들었을 뿐 ‘스웨덴 브랜드’라는 인식을 유지하도록 치밀한 전략을 구사한 덕분이다.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도 꾸준히 해외진출을 노린다. 물론 중국 브랜드라는 점은 철저히 감춘다. 중국 주재원으로 수년간 근무한 A씨는 “신에너지차 육성책에 힘입어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니오’와 ‘샤오펑’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리샹’은 나스닥에 상장했다”며 “이들은 테슬라를 벤치마킹해 해외자본을 유치하고 기술개발을 통해 안전과 품질문제를 없애려 노력했다. 화려한 디자인과 고성능을 앞세워 유럽과 미국 진출에 애를 쓴다”고 전했다. 그는 “전기차업체 ‘아이웨이스’의 ‘U5’는 올 4월 유럽 출시 이후 1400대가 팔렸는데 내부적으로는 엄청난 성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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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시된 볼보자동차의 플래그십모델 S90. /사진=장동규 기자


지리자동차의 볼보차 활용법

냉장고 부품업체로 출발한 중국의 민영 자동차회사 ‘저장지리집단’(지리자동차)은 1995년부터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스웨덴 볼보·영국 로터스·말레이시아 프로톤을 잇따라 인수했다. 또 독일 다임러 지분참여 등으로 세력을 넓혀 중국차 해외진출 모범사례로 꼽힌다. 


인수 업체의 투자사임을 강조하며 해당 브랜드 정체성 유지에 집중한 점이 특징이다. 해당 브랜드의 다양한 신차 개발을 이어가는 건 물론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국 현지형 모델을 내놓는 투-트랙 전략을 쓴다.

볼보자동차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일부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플래그십세단 S90은 중국에서만 생산하고 중국·미국·한국에 판매한다. 다만 주요부품은 유럽에서 수입하고 일반부품은 중국제를 사용해 품질 유지와 원가 절감을 동시에 꾀했다. 국내 판매된 중국 생산분의 가격은 이전보다 700만원쯤 인하됐다.

지리는 볼보차의 튜닝 브랜드 ‘폴스타’도 흡수하며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의 육성 방침을 정했다. 내년이면 테슬라 ‘모델3’에 대항할 ‘폴스타2’를 내놓는다. ‘중국’을 최대한 감춘 채 제품과 서비스 품질을 높이며 성숙한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박찬규 기자

바퀴, 날개달린 모든 것을 취재하는 생활사회부 모빌리티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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