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흥행 실패'한 악사손보 매각… 왜?

[한국시장 떠나는 외국계 보험사②] 부진한 실적, 차보험 쏠림 심화… 노조 요구도 변수

김정훈 기자VIEW 2,8422020.10.15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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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보험사가 속속 한국시장을 떠나고 있다. 보험업계 M&A(인수·합병) 시장에서는 외국계 보험사 매각이 진행되거나 앞으로 추진될 것이란 설이 무성하다. 저출산·저금리 기조에 성장동력이 떨어진 한국시장에 더 이상 외인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한 탓이다. 또 갈수록 심해지는 보험업 자본 규제와 대기업이 한국금융시장을 좌우하는 점도 이들의 철수를 부채질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급변하는 보험업황에 외국계 보험사의 한국시장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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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최대 보험사인 ‘악사그룹’은 지난달 악사손보 매각주관사로 ‘삼정KPMG’를 선정하고 예비입찰에 나섰지만 교보생명만이 참여하며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사진=뉴스1DB
국내 최초로 다이렉트자동차보험을 선보이며 보험업계에 새바람을 일으켰던 ‘악사(AXA)손해보험’도 한국시장을 떠난다. 프랑스 최대 보험사인 ‘악사그룹’은 지난달 악사손보 매각주관사로 ‘삼정KPMG’를 선정하고 예비입찰에 나섰다. 계속된 실적하락과 함께 국내 보험 업황 악화 등의 이유로 더이상 사업을 지속해야 할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하고 한국시장을 떠나는 것이다.

하지만 예상외로 시장의 반응은 썰렁하다. 지난달 예비입찰에는 교보생명만 참여했을 뿐 대형 금융지주를 비롯해 보험사 설립을 노리는 카카오페이 등이 모두 불참했다. 교보생명 역시 인수 의지가 강력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악사손보에 대한 업계 반응이 예상보다 싱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 매력도 “영~ 시원찮네”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진행된 악사손보 지분 100% 매각 예비입찰에는 교보생명이 단독 응찰했다. 손해보험사 인수를 노리는 신한금융은 불참했다.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준비 중인 카카오페이가 참전할 것이란 얘기도 단순 ‘설’로 그쳤다. 악사손보의 예비입찰은 그렇게 싱겁게 끝났다.

악사손보에 대한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이유는 회사의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악사손보의 총자산은 1조원 수준으로 전체 손보사 10위권 밖이다. 지난해 말 기준 369억원의 적자까지 냈다.

또한 사업부문에서 자동차보험 쏠림이 심하다. 지난해 악사손보가 거둔 전체 원수보험료는 7553억원으로 이 중 자동차보험료만 6370억원에 달한다. 전체 85%에 달하는 수치다. 특종과 장기보험도 취급하지만 비중이 너무 낮다. 자동차보험 사업 외에 특별한 강점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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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김영찬 기자


심지어 주력인 자동차보험 부문의 경쟁력에도 물음표가 달린다. 국내 자동차보험시장은 상위 4개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가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손보사가 거둔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는 17조5676억원이지만 이중 상위 4개사가 약 15조원을 거둬들였다. 나머지 손보사 중 한 곳을 인수한다 해도 당장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당초 신한금융은 악사손보 예비입찰이 유력한 곳 중 하나였다. 인수 검토를 위해 자문사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생명을 보유했지만 손보사가 없다. 금융지주사 최대 라이벌인 KB금융의 경우 업계 4위 손보사 KB손보를 운영하고 있다. 리딩금융 싸움을 위해서는 손보사 운영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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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김영찬 기자


신한금융은 악사손보 인수를 통해 생·손보사 라인업을 완성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끝내 입찰에 불참했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이 종합손보사 사업을 영위하려 하는 만큼 사업부문이 고르게 분포된 손보사 인수를 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KB손보를 따라잡을 계획이지만 악사손보같은 중·소형사로는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인수희망자로 거론된 회사는 악사손보 자체의 보험업 메리트를 본다기보다 자동차보험 부문 사업 영위 경험과 종합손보사 라이센스 등을 노린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카카오페이가 인수희망자로 거론된 것도 자동차보험 사업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추진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악사손보 자체의 낮은 매력이 예비입찰 흥행 실패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 의지 불확실한 교보




예비입찰에 참여한 교보생명은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과 시너지효과를 위해 인수에 나서고 있다. 현재 신창재 회장의 지휘 아래 전사적인 디지털화에 나서고 있는 교보생명은 악사손보 인수 후 디지털 손보사로 전환하려 한다. 생명보험 부문에서 이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을 보유한 교보생명이 악사손보를 인수하게 되면 생·손보 전 부문에서 디지털보험사를 보유하게 된다. 


다만 교보생명이 본입찰까지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악사손보의 매각 흥행을 위해 교보생명이 도움을 주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질적인 인수 의지가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악사손보 노동조합의 요구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예비입찰일이었던 지난달 18일 악사손보 노조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고용안정 보장 없는 밀실 매각을 반대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특히 이들은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최근 매각된 ▲하나손해보험(2020년) ▲롯데손해보험(2019년) ▲오렌지라이프(2018년) 등과 같이 업계 관행대로 5년간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고용안정보장협약’을 체결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인수회사가 어떤 곳이 되든 업황 부진으로 전사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회사들이 5년이나 인수회사 직원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노조 측의 주장이 악사손보 매각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김정훈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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