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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의 문사철 경국부민학] 임대차 3법 후… '전세 대혼란' 왔다

임대차3법 정치경제학

홍찬선 전 머니투데이 편집국장VIEW 2,1942020.10.14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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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사진=이미지투데이
한가위 연휴가 끝나니 기온이 뚝 떨어졌다. 찬바람이 불면서 경자년 봄과 여름에 이어 가을까지 도둑질해 간 코로나19가 더욱 걱정이다. 코로나로 오가는 사람이 끊기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도 높아지고, 폐업했다는 소리가 갈수록 많아진다.

걱정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대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임대차3법’의 영향으로 전세를 내놓는 물량이 줄어든 반면 전세 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공급과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전세 값을 제한하는 정책은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는 경제원칙을 무시한 정책이 2개월 만에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이다.





전세물량 급감 속 전세 값은 가파른 상승






KB부동산리브온이 발표한 ‘월간 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전세가격은 지난 9월에 1.59% 올랐다. 이는 수도권(1.23%)은 물론 전국(0.87%)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이다. 또 7월(0.68%)과 8월(1.07%)에 이어 상승폭을 늘리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전세가격을 예상하는 전세가격전망지수도 143으로 기준점(100)을 크게 웃돌아 전세 값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아파트 전세 평균값은 5억1707만원으로 8월(5억1011만원)에 사상 처음으로 5억원을 넘은 뒤 계속 상승세다.

전세 값 상승 못지않게 전세물량이 줄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는 지난 9월에 4518건이었다. 이는 지난 8월(7234건)과 7월(1만1480건)에 비해 37.5%와 60.6%나 급감한 규모다. 전년 동월(9311건)보다도 51.5%나 줄어 반 토막 났다. 서울의 월 전세 거래량이 5000건을 밑돈 것은 통계가 처음 발표되기 시작한 2011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전세거래가 급감한 것은 전세를 내놓으려고 하는 물량이 줄어든 때문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매물은 10월3일 기준으로 8586건으로 집계됐다. 임대차3법이 시행되기 전인 2개월 전에 비해 76.3%나 급감한 수준이다.

반면 전세 수요는 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집값안정대책으로 집값이 소강국면을 보이면서 주택매수 대신 전세로 관망하려는 사람이 늘고,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려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는 영향이다.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지난 9월에 189.3으로 2015년 10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KB국민은행 조사). 이 지수는 100을 넘으면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임대차3법으로 예상된 ‘전세대란’






전세대란은 7월말~8월초부터 이른바 ‘임대차3법’이 시행되면서 이미 예상됐다. 임대차3법은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을 가리킨다. 전월세상한제는 전세 값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가격상한을 제시하는 것이며,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전세세입자에게 현행 2년에다 2년을 더 전세 살 수 있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부동산3법은 기존 세입자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된다. 전세 값이 뜀뛰기 하는 상황에서 5%만 올리고서 2~4년 동안 전세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세를 새로 놓으려는 사람이나 새로 전세를 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불리하다.

전세를 놓는 사람은 4년 동안 전세값이 5% 이내로 동결되기 때문에 처음 놓을 때 전세 값을 가능한 한 많이 받으려고 한다. 또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물량은 줄어든다. 전세를 새로 얻으려는 사람들은 줄어든 물량이 급격히 오른 전세 값을 마련하느라 고통을 겪는다.

이는 경제학의 기본 지식만 알면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평면 위에 수요와 공급 그래프를 그리면 전세수요는 우하향하고, 공급은 우상향한다. 전세수요량은 가격이 떨어지면 늘어나고 공급은 줄어드는 반면 전세 값이 오르면 수요량은 줄어들고 공급량은 증가하는 것을 반영한다.

전세시장에서는 수요량과 공급량이 만나는 수준에서 전세 값이 결정되고 수요량과 공급량이 균형을 이룬다. 전세 수요가 늘어나면 일시적으로 전세값이 오르겠지만, 전세값이 오르면 전세공급이 늘어나 원래 전세값 수준에서 안정된다. 가격은 그대로이고 공급량이 늘어나 균형을 이룬다. 다만 새로운 균형으로 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전세 임대업자와 부동산소개업자와의 담합 같은 새로운 변수가 생기면 오른 전세값이 떨어지지 않고 지속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임대차3법은 이런 가능성을 차단하고 전세세입자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취지가 좋다고 해서 결과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이론적으로 예상가능한 부작용이 있고, 이론적으로 완벽해도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으로 당초 목적과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임대차3법에 의한 전세대란은 예상할 수 있는 부작용에 속한다.

전세 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전세 값을 균형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상한선을 정하면 수요량은 늘어나기 때문에 초과수요가 발생한다. 수요가 많아지더라도 가격이 오르지 않기 때문에 전세공급은 그대로 머물러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어쩔 수 없이 전세를 구해야 하는 세입자들은 정부가 정한 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전세를 구하려고 하는 필요를 느끼게 된다.

암시장(Black Market)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것이다. 통상 암시장 가격은 가격상한이 없었을 때의 균형가격보다 높게 나타난다. 코리안시리즈나 BTS공연 입장권의 암표가격이 정상가격의 몇 배에 거래되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의도도 좋고 결과도 바람직해야 좋은 정책






정책의 판단 기준은 의도와 결과다. 의도가 나쁜 정책은 아예 평가대상에서 제외된다. 민생이 어떻게 되든 내 몫을 챙기기 위해 펼치는 정책이 그런 것이다. 교통량을 생각하지 않고 전국방방곡곡을 거미줄처럼 촘촘히 이어놓은 도로망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의도도 좋고 결과도 좋은 것은 금상첨화다.

문제는 의도는 좋은데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다. 세입자들을 위해 임대차3법을 도입했는데 결과적으로 세입자들에게 더 큰 어려움을 준다든지, 평등하고 공정한 교육기회를 주겠다며 중고등학교 평준화와 수능시험을 도입했는데 결과적으로 교육 불평등을 부채질한다든가(현행 교육제도로는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많이 올렸는데 일자리가 줄어들어 저소득층의 삶이 더 힘들어지는 것 등이 그런 예다.

정책은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펴야 한다. 부작용이 있을 것이 확실한데도 밀어붙이는 것은 오만이다. 오만은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가랑비에 옷이 젖고 홍수가 지면 높은 제방도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의도도 좋고 결과도 좋은 정책을 만들어 집행하기도 빡빡한데 의도가 좋다고 결과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을 펴느라고 제한된 예산을 낭비하는 것은 국민과 역사에 대해 죄를 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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