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흰 가운 입은 은행원, 코로나 ‘화폐 방역’ 지킴이

[인터뷰] 이호중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장, 박영현 과장

이남의 기자VIEW 1,0652020.10.08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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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중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장/사진=하나은행
“2주간 철저히 소독한 화폐를 보냅니다. 고객이 안심하고 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조심히 배달해주세요.”

오전 8시 흰 가운을 입은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직원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 영업점에 화폐를 보내는 업무로 하루를 시작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화폐를 통한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커지자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는 ‘화폐 방역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매주 화폐 방역 “감염 걱정 없어요”




화폐를 방역하는 방법은 은행 본점에 들어온 화폐를 소독된 금고에 충분히 보관한 후 정사하는 것이다. 화폐정사는 ▲환수된 화폐의 위·변조 여부 확인 ▲손상화폐 구분 ▲장 수·금액의 확인과 묶음 등 일련의 화폐 정리 업무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하나은행은 주 1회 건물과 금고를 소독한다.

이호중 하나은행 위변조센터장은 “코로나바이러스는 60도 이상의 고온에서는 감염성이 극히 약화되고 37도의 실온에서는 2시간 지나면 감염 효과가 소멸된다”며 “정사과정에서 발견한 오염화폐는 폐기하는 등 고객의 안전한 금융거래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자의 침과 콧물 등 바이러스가 담긴 비말로 전파된다. 면으로 이뤄진 화폐가 바이러스를 전파한다는 보고는 없지만 여전히 감염에 대한 우려가 있다. 돈에 묻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소독하려다 지폐를 태우거나 망가트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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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현 위변조대응센터 과장/사진=하나은행
올 상반기 한국은행이 폐기한 손상 화폐는 3억4570만장으로 1년 전 같은 때보다 50만장 늘었다. 상반기에 폐기된 돈을 액수로 따지면 2조6923억원어치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A씨는 코로나19 불안감에 부의금으로 받은 돈을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가 2000만원 넘는 액수의 지폐를 훼손시켰다. 인천 시민 B씨도 바이러스를 소독하기 위해 500만원이 넘는 돈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다가 지폐를 태워버렸다.

이호중 위변조센터장은 “전자레인지에 화폐를 넣으면 소독 효과도 불분명한 데다 전자파가 홀로그램과 숨은 은선 등 화폐의 위조 방지 장치에 영향을 끼쳐 불이 날 수 있다”며 “은행에서 화폐보관 장소를 고열로 살균처리하고 지폐소독기를 운영하며 금고를 방역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화폐를 사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생계형 위조화폐 증가… 위변조 기술 대응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는 국내 금융권의 유일한 위조지폐 전담 독립부서다. 전문역 5명을 포함해 총 13명의 연구원은 국내외 위·변조 지폐를 감별하고 원활한 현금 유통을 돕는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하늘길이 막히면서 은행의 환전금액이 대폭 감소했으나 위변조대응센터의 일은 더 바빠졌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이 생계형 지폐위조 범죄에 나서 매달 1건 이상의 ‘가짜원화’가 적발되고 있어서다. 화폐 위조기술은 나날이 진화하는 추세다. 최근 고성능 잉크젯 프린터를 활용하는 기존의 위조화폐가 아닌 첨단 디지털 기법으로 만들어진 위조지폐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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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화폐 감별하는 위변조대응센터 연구원/사진=하나은행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가 집계한 결과 올 1월부터 6월까지 총 8매의 원화 위조지폐가 적발됐다. 월별로는 ▲1월 1건(5000원) ▲2월 3건(3만원) ▲4월 1건(5000원) ▲5월 2건(5만1000원) ▲6월 1건(5000원)이다.

위조지폐 적발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1월 1건(5000원) ▲4월 6건(14만원) 등 7건에 비해 올해가 1건이 더 많다. 박영현 위변조센터 과장은 “코로나 확산에 실물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통시장이나 동네 작은 판매점에서 거래된 위조지폐가 은행 창구에서 적발되는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화폐를 위·변조하면 형법 제207조에 의거해 무기 또는 2년 이상 징역에 처하기 때문에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는 ‘자본시장에 건강한 혈액을 공급하고 화폐의 신뢰를 보증한다’는 목표 아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위·변조화폐 감별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한국이 점차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경기가 살아나면 시중의 화폐 유통도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다. 핀테크 시대에 비대면 금융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고객의 현금 사용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시중의 통화유통량은 수조원에 달한다.

2009년 6월 처음 시장에 풀린 5만원권은 지난해 8월 처음 발행잔액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그해 9~11월 발행잔액은 102조~103조원을 기록하다가 마지막 달엔 105조원대로 늘었다.

박영현 과장은 “실물 화폐 유통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여전히 수조원의 화폐가 시중에서 금융거래 수단으로 쓰인다”며 “한국의 국력신장에 따라 매년 5000억원의 원화가 해외로 수출되고 있어 원화 위·변조에 대응한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계는 한국을 ‘코로나19 대응 선진국’으로 평가하고 있다. 덕분에 최근 한은은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역대 최저금리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할 수 있었다. 또 전례 없는 감염병 사태에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증시 활황국’이 됐다. 철저하게 신용과 신뢰로 평가하는 자본시장도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주목하고 큰 베팅을 하는 셈이다.

이호중 센터장은 “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은 목숨을 걸고 바이러스와 싸우며 한국의 K-방역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다”며 “흰 가운을 입은 위변조대응센터 연구원들은 ‘K-화폐가 안전한 화폐’라는 신뢰를 줄 수 있도록 방역과 연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남의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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