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사실은?] 보험설계사는 고용보험 가입을 원할까

김정훈 기자VIEW 2,4292020.09.10 05:52
0

글자크기

기사 이미지
지난 4월 손해보험 설계사 자격시험 응시자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최근 특수고용직 종사자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입법화한다고 발표했다. 보험업계의 경우 40만 보험설계사 고용보험 가입 시 비용 문제, 설계사 대량 해촉 등 파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사진=뉴스1DB
정부가 보험설계사와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들의 고용보험 의무 가입 입법화에 나서면서 보험업계가 뒤숭숭하다. 40만명에 달하는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이 이뤄질 시 보험사 고용보험료 부담이 커져 상당수의 설계사가 축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보험설계사들은 고용보험 가입을 원하고 있을까. 40만명에 달하는 설계사들에게 고용보험 가입은 어떤 결과를 낳게될까.





설계사, 고용보험 가입 원할까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특고 고용보험 적용 등을 골자로 한 '고용보험법'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했고 관련 개정안은 이달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안은 특고 종사자에게 고용보험을 당연 적용하되 그 대상이 될 직종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정부는 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적용을 올해 안에 입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으로 가장 파장이 큰 곳은 보험업계다. 특고 종사자 220만명 중 보험설계사는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당장 보험사는 설계사 고용보험 의무가입으로 고용보험료 등 비용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보험설계사 역시 상당수가 보험사로부터 해촉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보험설계사들은 고용보험 의무 가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보험설계사, 가전제품 설치기사, 택배기사, 골프장 캐디 등 4개 직종에 종사하는 특고 종사자 2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62.8%가 고용보험 일괄 적용에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보험 가입에 선택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0.4%, 의무 가입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12.4%였다. 찬성은 37.2%를 기록했다. 고용보험 의무가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자는 골프장 캐디(74.1%)가 가장 많았고 보험설계사는 66.7%의 비율을 보였다.

지난 2017년 보험연구원이 조사한 설문조사(설계사 800명)에서도 고용보험 가입에 선택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답변이 45.5%로 가장 많았다. 고용보험 찬성은 16.5%, 반대는 38%였다.

2018년 전국보험설계사 노조가 진행한 설문조사(설계사 147명)에서는 고용보험 의무가입에 응답자 77.6%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사 표본이 달라 고용보험 가입에 대한 40만 설계사의 생각을 제대로 읽기는 어렵다. 다만 설문조사상 결과만 놓고보면 고용보험 가입에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보인다. 즉, 원하는 사람만 고용보험에 가입시키라는 얘기다.

기사 이미지
보험설계사들은 소득별로 고용보험 가입에 대한 생각차가 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진=뉴스1DB






선택적 가입 원하는 이유




특고 종사자들이 선택적 가입을 주장하는 이유는 특고 자체가 사업주와 특수한 관계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당장 보험설계사 직종은 큰 연봉 편차, 다양한 근무시간, 자유로운 이직 등으로 인해 고용보험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생보사 고위 임원은 "보험설계사 대부분은 수입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이직을 선택한다"며 "일부는 자유로운 근무형태를 이유로 설계사 직종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고용보험 의무가입은 이들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보험 가입 시 보험사 비용부담도 커진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 전속설계사 약 18만명이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연간 400억~500억원 수준이라고 추정한다.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 23만명의 고용보험료까지 더해지면 보험업계가 부담해야할 비용은 1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효율성이 떨어지는 설계사는 축출될 수밖에 없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월 소득 50만원 이하 전속설계사가 판매한 보험이 전체 보험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생보사와 손보사 각각 1.0%와 1.8%에 불과했다. 반면 월 소득 500만원 이상 생보사 전속 설계사는 51.5%, 손보사 전속 설계사는 42.9%를 담당했다.

보험사 입장에서 회사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설계사의 고용보험료까지 내줄 동기가 떨어진다. 결국 저소득 설계사는 어떤식으로든 축출될 가능성이 높다. 고용안정이 목적인 고용보험이 오히려 설계사들의 고용안정을 해칠 수 있는 셈이다.

고소득 설계사 역시 고용보험 가입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내지 않았던 고용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며 향후 4대보험 가입 등으로 정책이 확대되면 자신들의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도 있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득별로 보험설계사마다 고용보험 가입에 대한 생각이 달라 결국 선택권 부여를 원하고 있는 것"이라며 "보험업계가 보험설계사 고용보험 전면 적용보다 적용 선택권을 주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해 온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정훈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관련기사 보기

오늘의 주요 뉴스에요

금융 한줄뉴스

상단으로 가기
하단 띠배너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