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빚 내서 '카카오게임즈' 샀다… 대출 과열현상

[조이면 더 살아나는 ‘대출 딜레마’] ① 늘어난 신용대출, 가계부채 뇌관 터질라

이남의 기자VIEW 4,6842020.09.0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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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8월 한 달간 시중은행 신용대출이 4조원 가량 불었다. 정부가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을 내 투자)가 살아나자 대출 조이기에 나섰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더 하락할 것이란 위기감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고삐를 조이면 더 살아나는 대출, 빚투 폭증에도 코로나에 덜미를 잡힌 대출정책을 진단하고 해법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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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김은옥 기자
#1 직장인 김주원(가명)씨는 신용대출 5000만원을 받아 바이오주식에 투자했다. 3개월간 이자는 30만원이었지만 거둔 수익은 1000만원에 달한다. 김씨는 주식 투자 비결을 묻는 동료들에게 “저금리에 신용대출을 받아 뜨는 주식에 단기 투자하라”고 말했다. 

#2 은행원 박영민(가명)씨는 최근 지인의 대출상담을 부쩍 많이 받는다. 저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아 여유자금으로 굴려도 되냐는 질문이다. 박씨는 “당분간 대출금리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에 부동산·주식·대체자산 등에 투자할 때 대출을 안 받으면 손해”라고 전했다.

초저금리 시대에 대출금리가 내려가면서 대출 과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렴한 이자로 돈을 빌려 주식·부동산 등에 ‘빚투’(빚내서 투자)하는 움직임이 거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금융기관의 대출 평균금리는 2.70%로 0.02%포인트 낮아졌다. 기업대출 금리는 0.01% 내려간 2.74%로, 중소기업대출 금리는 0.03% 내린 2.87%로 각각 집계됐다.

가계대출 금리도 2.62%로 0.05%포인트 떨어졌다. 가계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 코픽스 금리(0.81%)와 은행채 1년물(AAA) 금리(0.80%)가 0.08%씩 내려간 영향이 컸다.





주담대보다 싼 신용대출, ‘영끌’ 움직임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에서 0.50%로 낮추면서 연일 하락세를 보인다. 특히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보다 금리가 낮은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신용대출 기준금리로 삼는 금융채 6개월물의 금리가 1년 전보다 0.719%포인트 떨어진 반면 주담대에 사용하는 금융채 5년물은 같은 기간 0.04%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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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은행에 걸린 대출광고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9월1일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신용등급과 대출금에 따라 최저 연 1.71~3.63%다. 이에 비해 주담대는 연 2.04~4.20%로 신용대출 금리보다 상단과 하단이 모두 높다.

국내 은행권의 신용대출은 올 초부터 7월까지 15조9000억원 급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조원보다 10조9000억원(218%)이나 많은 규모다. 신용대출 증가액을 월별로 살펴보면 ▲1월 2000억원 ▲2월 2조1000억원 ▲3월 4조2000억원 ▲4월 6000억원 ▲5월 1조1000억원 ▲6월 3조7000억원▲7월 4조원 등이다. 한은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대폭 낮췄을 때 신용대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셈이다.

저금리에 신용대출 자금이 대거 주식·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담대가 부동산 규제 여파로 한도 등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 금융당국이 주담대 기준을 강화하는 지난 6·17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후 7월 신용대출 증가액은 4조원으로 전월대비 3000억원(8.1%) 늘었다. 15억원 초과 주담대를 금지하는 12·16부동산대책 발표 후 신용대출 증가액은 올 1월 2000억원에서 2월 2조1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영끌’ 투자자의 신용대출 수요도 급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에서 3억~15억원 집을 산 사람의 57.4%가 자금 조달계획서에 ‘대출을 끼고 집을 샀다’고 답했다. ‘패닉 바잉’(공황으로 인한 구매)이 극에 달했던 지난 6월 신용대출을 끼고 집을 산 경우는 전체(1만8097건) 중 3615건(19.9%)에 달했다.

지난 3월 자금조달계획서에 신용대출이 포함된 경우가 555건(10%)인 것을 고려하면 3개월 만에 신용대출 비율이 두 배 가까이 치솟은 셈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매매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신용대출을 늘린 요인”이라며 “무주택자도 부동산 구매 대열에 합류하면서 주택 구입 자금의 부족한 부분을 신용대출로 메우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탄 모으는 동학개미, ‘따상’에 총알 장전




국내 증시 활황에 뛰어든 ‘동학개미’의 빚투도 이어졌다.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받아 주식 저가 매수에 열을 올린 것이다. 지난 2분기 국내 증권사의 신용공여(대출)는 7조9000억원 증가했다. 6월31조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린 SK바이오팜의 공모주 청약 흥행이 증권사 대출 폭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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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이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영업부에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을 기다리고 있다./사진=한국투자증권
하반기엔 IPO(기업공개) ‘대어’로 꼽히는 카카오게임즈가 등장하면서 증권사의 신용공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1~2일 일반청약 경쟁률이 1524.8대1을 기록하며 SK바이오팜 경쟁률(836대1)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의 공모가는 2만4000원이며 전체 공모 주식수는 1600만주다. 경쟁률이 1524.85대 1이면 1830만원을 넣어야 1주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만약 카카오게임즈가 상장 첫 거래일 ‘따상’(공모가 대비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에 도달하는 것을 이르는 말)에 성공하면 종가는 시초가 상한선 4만8000원에서 상한가(30%)를 치는 6만2400원(30%)이 된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공모배정을 받은 개인투자자라면 상장 하루 만에 거래세(0.3%)를 제외해도 159.7%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어 빚투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은 눈덩이처럼 커진 신용대출 증가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동산이나 주식 구입에 신용대출을 쓰는 우회 통로를 철저히 차단하기 위해 원리금상환비율(DSR)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사용처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부동산·주식시장 거래대금 추이 등 보조지표를 활용해 신용대출 자금의 흐름을 살필 계획”이라며 “은행권의 대출 점검을 강화해 DSR 준수 여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의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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