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초고가에 여는 지갑] '나만의 차'에 수십억도 'OK'

[머니S리포트②] 롤스로이스 '비스포크'부터 '유어 제네시스'까지 초 프리미엄 시장 확대

이지완 기자VIEW 3,0902020.08.10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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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브랜드의 홍수 속에 이를 뛰어넘는 ‘초 프리미엄’을 표방한 제품이 등장했다. 고급 외제차보다 비싼 수억원대 TV가 나오는가 하면 오로지 주문자 취향대로 만든 수십억원짜리 자동차도 모습을 드러냈다. 일종의 액세서리처럼 인식돼 온 스마트폰은 초고가 제품과 보급형으로 양극화됐다. 희소성뿐 아니라 더욱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구매 성향을 만족시키려는 기업의 대응이 관련 시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기업은 기존과 다른 차별화 요소를 추가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어 과감히 지갑을 열도록 하고 있다. 기업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떠오르며 관심을 모은 가전, 자동차, 스마트폰 시장을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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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는 고객만을 위한 차를 만들기 위해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사진=롤스로이스모터카
사람은 희소한 물건일수록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더 소유하고 싶어 한다. 이 같은 욕구는 프리미엄 제품의 선택으로 이어진다.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의 차별화 전략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자동차 브랜드로는 롤스로이스가 있다. 2003년 BMW그룹에 인수된 롤스로이스는 ‘비스포크’(소비자 요구에 맞춰 제작하는 방식) 프로그램으로 나만의 차를 원하는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췄다. 국산차 중에는 제네시스가 올해부터 ‘유어 제네시스’라는 프로그램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꿈에 그리던 차를 만난다







누구나 한번쯤 나만의 차를 갖고 싶다는 상상을 한다. 제품의 가격보다 그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성향 탓이다. 이런 프리미엄 소비는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준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리미엄 소비에 따른 소비자 만족도는 59%다.

프리미엄 소비층을 공략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는 롤스로이스다. 이 브랜드는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총 5152대를 판매했다. 전년대비 25% 성장한 실적이다. 롤스로이스 116년 역사상 최고 성적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내에선 전년대비 31% 늘어난 161대를 팔았다. 이 역시 한국 진출 후 최고 실적이다. 기본 판매가격이 4억~7억원임에도 소비자는 이 차를 원한다. 롤스로이스의 성공비결은 ‘비스포크’다. 이 브랜드는 줄곧 “비스포크는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는 비스포크”라고 강조해 왔다. 성공한 사업가와 한 기업의 대표, 스포츠 스타 등 그 자체가 브랜드인 이들을 공략했다.

롤스로이스는 4만4000가지의 외장 페인트를 기본으로 하지만 원하는 색상이 없을 경우 고객만을 위한 컬러 제작에 돌입한다. 다이아몬드, 금, 은 등을 갈아 페인트에 섞기도 한다. 오직 고객 한 명을 위한 차를 제작하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롤스로이스 차 한 대에는 15~18개의 가죽 원단이 사용된다. 동 시간대 염색한 동일한 가죽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완벽한 색상의 조화를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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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판매 성장세를 보였다. 성공비결은 비스포크다. 롤스로이스모터카에 따르면 전체 판매실적에서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통한 구매비중은 90% 이상에 달한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롤스로이스의 비스포크를 통해 탄생한 최고의 작품은 2017년 선보인 ‘스웹테일’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요트와 항공기를 보유한 고객이 2013년 완전히 새로운 차를 의뢰했다. 그는 새로운 디자인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차의 뼈대, 소재까지 모두 직접 고르며 제작에 참여했다. 기획부터 디자인, 설계, 제작까지 4년이나 걸렸다. 차 표면은 요트의 선체처럼 경계선이 없다. 후면 범퍼는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시각적 효과를 주도록 디자인됐다. 실내는 미니멀리즘 철학을 기반으로 아름다운 소재의 가치를 극대화했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 추정치는 최소 20억원 이상이며 100억원을 넘겼을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롤스로이스모터카에 따르면 전체 판매실적에서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통한 구매비중은 90% 이상에 달한다. 단순히 자수 하나를 넣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롤스로이스모터카 관계자는 “고액자산가가 주요 고객층인데 이들은 전세계 수많은 차를 경험해봤지만 완벽하게 나만을 위한 차를 찾을 수 없다는 피드백을 많이 했다”며 “자신의 취향을 완벽하게 반영한 차를 제공하는 것이 고객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해 BMW그룹 인수 후 첫차가 출시된 2003년부터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브랜드 정책으로 가져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속페달 밟은 ‘제네시스’







국산차 중에는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가 롤스로이스와 유사한 전략을 가져가고 있다. 2015년 11월 현대차에서 독립한 뒤 올해 ‘유어 제네시스’로 자신들의 가치를 한 계단 더 끌어올렸다. 올 초 연달아 선보인 GV80, G80에 도입한 유어 제네시스는 차별화를 원하는 소비자 심리를 자극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최초의 개인 맞춤형 판매 방식으로 자신의 취향을 중시하는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됐다. 고객은 ▲엔진 ▲구동방식 ▲인승 ▲외장 컬러 ▲휠 ▲내장 디자인 패키지 ▲옵션 등 원하는 것을 모두 선택할 수 있다.

GV80의 경우 10만4000가지 옵션 조합이 가능하다. 차종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기존에는 3만가지 내외의 조합이 가능했다. 다만 옵션이 패키지화돼 고객이 원하는 요소만 선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제네시스는 앞으로 출시할 신차에도 이 프로그램을 도입할 방침이다.

제네시스의 판매가격도 옵션에 따라 달라진다. 중형 세단 G70의 기본 가격은 3848만원부터 시작하며 가장 고가 모델인 대형세단 G90의 경우 1억5609만원에 달한다. 맞춤형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GV80는 기본 6067만원에서 풀옵션 선택 시 9213만원이다. G80의 경우 기본 5291만원에서 7642만원까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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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가 올해 유어 제네시스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만의 차별화를 위함이다. 나만의 차를 원하는 고객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제네시스의 상반기 국내 판매실적은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제네시스가 맞춤 제작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가 글로벌시장에 자리잡은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제네시스는 차별화가 필요했다. 시장조사업체 IHS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럭셔리 자동차시장은 2015년 936만대 규모에서 2024년 1275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9000만대 내외의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10%대 비중을 차지하는 큰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제네시스 브랜드가 예전에 비해 품질이 높아졌고 해외에서도 프리미엄으로의 인식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최근 GV80의 디젤엔진 문제가 제기됐지만 기술 수준도 기존보다 높아진 게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각종 마케팅 전략부터 소비자를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라고 본다”며 “다양한 정책을 펼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전략이 적중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판매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내수 판매실적은 38만4613대다. 같은 기간 제네시스의 판매실적은 4만8886대다. 올 초 출시한 신차 GV80과 G80의 판매량만 3만9496대다. 특히 올 2분기 국내 시장에서 제네시스 판매 비중이 16.2%로 급등했다. 전년동기대비 7.9%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 IR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판매제품을 구성한 결과 이를 통한 영업이익 증가 효과는 1조500억원에 달한다. 유어 제네시스 프로그램이 영업실적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차가 7월30일 제네시스의 두 번째 독립형 전용 전시관인 ‘제네시스 수지’를 개관한 것도 브랜드의 차별화를 고객들에게 알리기 위함이다. 이곳에서 고객들은 다양한 조합으로 완성되는 제네시스 제품을 경험할 수 있다. G90, GV80, G80, G70 등 40대를 전시해 다양한 내외장 색상 등의 조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고객이 원하는 것은 품질과 함께 수반되는 특화 서비스”라며 “제네시스가 유어 제네시스 등을 선보인 것은 서비스 차별화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좋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완 기자

머니S 산업2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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