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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의 문사철 경국부민학] 행정수도 이전 가능할까

홍찬선 전 머니투데이 편집국장VIEW 2,6202020.08.12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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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7월20일 ▲서울집중 ▲수도권 과밀 ▲부동산 문제 등의 해결방안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거론했다. 세종시 정부청사. /사진=이미지투데이
“예전에 우리 어려울 때 큰아들 잘 키워서 고시공부 시켜서 집안 일으켰을 때가 있었습니다. 옛날 얘기 아닙니까. 우리 지금 그렇게 살아요. 대한민국이. 3050클럽 대한민국이 그렇게 살 수가 없죠. 수도권 큰아들 키워서 대한민국 살릴 수 없습니다. 공부 잘하는 애들 공부시키고, 사업 머리가 있는 애들 사업시키고, 노래 잘하는 놈 가수 시키고, 축구 잘하는 놈들 프리미어리그 보내고 그렇게 해서 5형제 6형제 세계적인 글로벌 인재로 키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왜 큰아들만 키웁니까…”


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7월30일 국회 5분 자유발언에서 한 연설의 끝부분이다. 김 의원은 “갑자기 행정수도 이전이냐?”고 운을 뗀 뒤 “(행정수도이전은) 지난 20년 동안 민주당의 일관된 당론이었는데 그동안엔 의석수가 모자라 추진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추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말을 이었다.






갑작스러운 행정수도 이전






충남 논산-계룡-금산이 지역구인 김 의원의 이날 연설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7월20일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구상을 밝힌 지 열흘 만에 나온 것이다. 김 대표는 ▲서울집중 ▲수도권 과밀 ▲부동산 문제 등의 해결방안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거론했다. 김 의원이 표현한 것처럼 행정수도 이전문제가 갑자기 불거지며 찬반논쟁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김 대표 지적대로 서울집중과 수도권 과밀 및 부동산 문제 등은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깨비방망이가 될 수 없다. 22번이나 내놓은 부동산 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오히려 급등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도가 떨어지자 악화된 여론을 돌려놓기 위한 사안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서울집중과 수도권 과밀의 근본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심각한 중앙집권 시스템이다. 정치·경제·교육·문화 등 모든 분야가 서울에서 결정되고 집행된다. 청와대와 국회가 세종시로 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법이란 강제력으로 공기업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했지만 지역균형발전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둘째 성적이란 단일 잣대로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는 획일적 가치다. 성공의 잣대가 학교에선 공부 1등하는 것(상위에 드는 것)이고 사회에선 돈을 많이 버는 것이며 정치에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되는 것이다. 사다리 꼭대기 차지하기 경쟁문화를 고치는 게 급선무다.


셋째 자생력 없는 지방자치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25년이 넘었지만 재정자립을 이룬 자치단체는 거의 없다.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워 추진된 도로와 KTX 건설 등이 오히려 지방의 자생력을 갉아 먹는다. 아침 일찍 서울에 가서 장 보고 올 수 있으니 고향의 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는 역설이다. 지방도시 외곽으로 순환도로가 생기니 도시는 갈수록 섬처럼 된다.






부동산 시장 안정될까






행정수도 이전이 서울의 강남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값 급등을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이 될 수도 없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생길 때부터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서울 일부 지역 집값이 급등하는 것은 ▲수능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학원이 밀집돼 있다 ▲거주환경이 좋다 ▲좋은 인맥 쌓을 기회가 많다 ▲집값이 다른 지역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등의 이유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올리고 전월세 기간을 2년에 2년을 더 늘리고 전월세 인상을 5%로 제한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아도 강남 지역 집값이 오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청와대 비서관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의 고위 공무원 및 민주당 통합당 의원 등이 여론의 뭇매를 맞아가면서도 강남 집 팔기를 꺼리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부동산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높은 분’들이 그런 행동을 보이는 데 자녀 교육과 내집 마련에 인생의 모든 것을 바치는 서민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명명백백한 일이다.


필자는 세종시에서 가까운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도 천안에서 졸업했다. 귀천하신 부모님이 유산으로 물려준 논도 아직까지 조금 소유하고 있다.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옮기면 개인으로서는 여러 가지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행정수도의 세종시 이전에 반대한다. 수도이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세종으로 남쪽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그리고 지금 수도이전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모든 정책은 때와 시대 흐름에 맞아야






모든 정책은 펴야 할 때가 됐을 때 시대흐름에 맞춰 추진해야 소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우선 중요한 것이 시기다. 모든 물건에는 근본과 곁자락이 있으며 모든 일에는 처음과 끝이 있다. 어느 것을 먼저 하고 어느 것을 나중에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상 가장 긴 장맛비로 여기저기서 발생하는 수해의 복구와 코로나19 퇴치처럼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시급한 일, 2/4분기에 -3.3% 떨어진 경제를 회복시키고 미래성장동력을 찾아내는 일, 부동산안정의 근본이 되는 교육개혁처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중요한 일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중요하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도 아니고 단기필마로는 효과도 내기 힘든 행정수도 이전에 제한된 국가자원을 쓸 여력이 지금은 없는 실정이다.


둘째 시대의 흐름이다. 대한민국의 수도를 옮겨야 한다면 그것은 남북통일을 한 뒤에 수도를 어디로 할지 논의를 거쳐 정하는 게 시대의 흐름이다. 우리의 소원이 통일이고 통일은 하루라도 빨리 이뤄야 할 시대적·민족적 소명이다. 수도 이전은 통일이 가까워졌을 때 논의해도 늦지 않다. 게다가 통일 후 수도는 현재 서울보다 북쪽에 두는 것이 남쪽에 두는 것보다 훨씬 미래지향적이다. 통일 후 만주와 연해주 및 그 너머 유럽과의 연결 등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김종민 의원은 “행정수도는 박정희 정권 때부터 검토됐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추진 취지가 지금과 전혀 달랐다. 1977년 12월에 작성된 수도이전보고서는 수도를 이전해야 하는 배경으로 ▲국토분단의 장기화 가능성 ▲북한이 무력적화 통일을 기도할 때 서울의 점령 가능성 ▲서울의 방위전략상 취약성 등이었다. 새 수도 입지 조건으로 휴전선에서 평양보다 먼 70㎞ 이남 해안선으로부터 40㎞ 떨어진 10곳을 검토하다 공주 인근 장기지구가 최종 선정된 이유다.


지금은 43년 전 그때와 다르다. 북한 침략보다 통일이 우선 과제다. 이럴 때 “박정희 때도 수도이전을 검토했다”며 수도이전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맥락을 잘못 잡은 시대착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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