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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리뷰] 잘 나가는 한의원, 속타는 보험사

김정훈 기자VIEW 3,1492020.08.02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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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이 교통사고 후 한의원을 선택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주말리뷰]지난해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 비중은 전체에서 약 46%(7000여억원)를 차지하며 양방진료비(54%)를 위협하고 있다. 교통사고 시 일반병원 못지 않게 한의원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급증한 한방진료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속이 타고 있다.보험가입자들은 왜 한의원으로 향하고 있을까.





한의원 '공격적 홍보' 통했다




한방진료는 1999년부터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적용을 받기 시작해 현재는 첩약과 탕전료, 약침술, 추나요법, 일부 한방물리요법 등 한방비급여 항목을 진료수가로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진료를 받으면 모두 자동차보험 적용을 받아 자기부담금 없이 이용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양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 20년간 한방진료를 선호하는 환자는 꾸준히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한방진료환자는 2014년 47만5337명에서 지난해 126만8443명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증가율은 167%에 달한다. 같은 기간 6%의 증가율을 보인 양방진료환자수에 비해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왜 한의원 방문 교통사고 환자가 늘었을까. 첫째는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한의원 진료도 보험 적용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해서다. 포털사이트에서 ‘교통사고 자동차보험’을 검색하면 닥터카네트워크, 한방카네트워크 등의 사이트가 검색된다. 이들은 전국의 자동차보험 전문 한의원의 연합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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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민준 기자


이전엔 대부분의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한의원 진료도 보험적용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에 한의원 원장들이 2010년대 초 전국 가맹시스템을 만들어 교통사고 환자가 한의원 치료를 받아도 보험적용이 된다는 것을 적극 홍보하기 시작했다.

또한 한의원들이 자체적으로 SNS 등 온라인을 활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실시했다. SNS에서 ‘교통사고 한의원’만 검색해도 수천개의 게시글이 검색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교통사고 환자들의 ‘한방진료 인지도’가 높아져 환자수도 자연스럽게 증가한 것이다.

둘째는 환자들의 ‘어혈치료 선호’ 때문이다. 한의원이 병원 홍보 시 내세우는 교통사고 한의원 치료의 특장점은 후유증 관리가 가능한 어혈치료다. 교통사고 후 외상이 아닌 내상이 생긴 환자의 경우 어혈을 치료해야 한다는 논리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외상이 없는 대부분의 교통사고 환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바로 일상으로 복귀한다. 그리곤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때는 어혈을 치료해줘야 원인이 드러나지 않는 통증을 잡을 수 있다. 어혈 치료엔 침이나 뜸 같은 한방진료가 적합하다 보니 한의원을 찾는 교통사고 환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통사고 환자 대부분이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린다”며 “근골격계 질환은 침이나 뜸, 부항 치료가 효과적이다. 환자의 선호도 역시 한방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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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민준 기자






한의원 잘 나갈수록 속타는 보험사




한의원들이 전국 가맹시스템까지 만들어가며 교통사고 환자를 적극 유치하는 이유는 결국 ‘돈’이다. 1990~2000년대는 일명 ‘나이롱 병원’이 확산된 시기다. 멀쩡한 교통사고 환자에게 가짜 진단서를 만들어주고 병원은 보험사로부터 진료비를 받는다. 일반적인 환자 없이 ‘나이롱 환자’만 받아도 병원 운영이 가능할 정도였다. 최근에는 당국의 단속이 강화돼 이런 행태는 상당수 사라졌다. 하지만 일반병원 입장에서도 교통사고 환자는 여전히 ‘병원 매출 효자’다. 한의원이 교통사고 환자 유치에 혈안이 된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일반 환자와 자동차보험 환자의 다른 점은 진료비를 누가 내주는 가의 차이”라며 “보험사가 진료비를 내는 자동차보험 환자는 병원에서 다양한 치료를 권해도 별로 거부감이 없다. 어차피 본인이 비용을 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의원의 교통사고 환자 적극 유치에 속이 타들어가는 곳은 보험사다. 이미 한해 양방진료비만 1조원 이상이 나가는 가운데 한방진료비까지 연 9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하다 보니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치솟았다. 지난해 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90%를 넘어섰다. 적정 손해율은 78~80%다.

한방은 양방보다 진료비가 고액이다. 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양방 평균진료비는 7만143원이었지만 한방 평균진료비는 9만7660원으로 약 2만7000원 가량 많았다. 특히 한의원을 가장 많이 찾는 12~14급 경상환자(3주 미만 치료)의 한방 평균진료비는 10만246원으로 양방 평균진료비(5만6615원)의 두배에 달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한방진료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양방진료가 줄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양·한방 의료기관 모두 보험사가 비용을 대준다는 이유로 치료를 받으라고 환자에게 적극 홍보한다. 결국 교통사고 환자는 양·한방 진료를 모두 받는 의료쇼핑을 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오르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전문적인 자동차보험수가 심의 결정기구를 만들어 투명한 진료수가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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