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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들 뿔났다’… 한방진료비, ‘차보험 손해’ 주범?

[머니S리포트] 한방진료비, '차보험 손해율'의 주범인가 ①, 과잉진료 그만 VS 소비자 선택일 뿐

김정훈 기자VIEW 1,5412020.07.2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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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진료가 자동차보험 적용을 받기 시작한 지도 21년이 흘렀다. 그사이 자동차보험 한방진료 환자는 연 120만명, 진료비는 1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격히 성장했다. 이에 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의 주범으로 한방진료비를 꼽으며 ‘과잉진료를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의사를 뿔나게 한 ‘한방진료비 주범’ 주장은 사실일까.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왜 한의원으로 향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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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험업계와 국회, 시민단체 등이 자동차보험 손해율 주범으로 한방진료비를 꼽으며 한의사협회가 크게 반박했다. 한방진료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사진=이미지투데이
국내 손해보험사의 지난해 순익은 전년대비 약 9000억원 증발했다.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손해율이 치솟으며 순익이 크게 감소한 탓이다. 특히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1.4%로 적정 손해율(77~80%)을 훌쩍 뛰어넘었다. 순익에 영향을 주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관리에 손보사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와 관련 최근 한의사들이 불편함을 드러냈다. 보험업계와 국회, 시민단체 등이 자동차보험 손해율 주범으로 한방진료비를 꼽고 있어서다. 한방진료비의 급격한 증가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치솟았다는 논리다. 주범은 정말 한의원일까.





한방진료비, 얼마나 늘었길래





수치상으로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는 얼마나 늘었을까. 지난 4월 보험개발원은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전년대비 5.5%P(포인트) 오른 91.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병원치료비의 46.4%(7090억원)를 차지하는 한방진료비가 28.2%p 증가해 손해율 상승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란 보험가입자가 사고를 당한 후 한의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는 등의 치료를 받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일반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양방진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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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양/한방 진료비 비중 추이. 단위:원 / 그래픽=김민준 기자


지난해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는 7090억원으로 2017년(3654억원)에 비해 두 배 가량 증가했다. 2017년 7233억원이었던 양방진료비는 지난해 8162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보험개발원은 전체 자동차보험 진료비에서 한방진료비 비중이 2017년(33.6%)에 비해 지난해 46.4%로 늘었고 양방진료비는 66.4%에서 지난해 53.6%로 줄었다고 밝혔다. 사실상 양방 중심의 자동차보험 진료가 양·한방으로 양분된 셈이다. 한방진료비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반박문을 내고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액 증가분 1조1560억원 중 한방진료비는 1581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체 자동차보험 손해액 증가분에서 한방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13.6%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다른 손해액 증가원인은 제쳐두고 왜 한방진료비만 문제 삼느냐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한방진료비가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의 원인이 된 것은 맞다. 실제 수치상으로 한방진료비는 몇년 간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주범’으로 보기는 어렵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한두가지 요인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장마나 태풍 등 계절적 요인과 함께 사회적 특수성도 반영된다.

올 상반기 코로나19 여파로 차량운행이 줄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줄어들기도 했다.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자료에는 한방진료비와 함께 ‘공임·도장비 등 수리비 원가 상승의 영향’도 손해율 증가의 원인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다만 보험업계는 이런 요인을 감안해도 한방진료비의 상승세가 너무 가파르다고 주장이다. 한 보험사 고위 임원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이들은 변동폭이 크지는 않다. 리스크 관리 수준에서 제어 가능하다는 얘기다”라며 “손해율 상승의 모든 원인이 한방진료비는 아니지만 수치가 일정하게 상승 중이라는 점에서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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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민준 기자






‘과잉진료가 문제’라는 보험업계




한방진료비는 왜 상승하고 있을까. 쉽게 말하면 한의원을 찾는 자동차보험 환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보고서는 이 이유에 대해 ‘자동차보험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경상 환자가 한의원 치료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경상은 5일 이상 3주 미만의 치료, 중상은 3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부상을 입은 경우를 말한다. 이때 자동차보험 경상 환자는 상해급수 12~14급의 환자를 말한다. 이 급수의 환자들이 장기간 입원치료가 아닌 3주 미만의 치료를 받을 때 한의원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경상 환자 양방진료비는 지난해 4079억원이지만 한방진료비 비중은 7689억원에 달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교통사고 후 환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내상이 심한 경우가 많다”며 “이때 경상 환자들이 내상 치료에 효과적인 한방진료를 선호한다. 장기적으로 침이나 한약처방을 받길 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환자의 한의원 선택과 별개로 과잉치료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환자가 경미한 부상을 입어도 한의원에서 보험사가 진료비를 지급하는 점을 악용해 과도한 한약처방, 외래진료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시민단체 ‘(사)소비자와함께’가 발표한 ‘한방진료비 관련 소비자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서 응답자 500명 중 54.2%는 ‘1회 처방 시 받은 첩약의 양이 10일 이상’이라고 답했다. 5일 이하는 10.2%에 그쳤다. 처방받은 한약의 양이 적정했는지 묻는 질문에 39.7%는 ‘양이 많다’고 응답했다.

특히 한방진료비용을 보험사에서 내주지 않을 경우 소비자 60.5%는 ‘한약을 처방받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소비자와함께 측은 “소비자가 순수하게 한방진료의 효과 때문에 한의원을 방문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의협 측은 “첩약의 조제 과정 특성상 10일분 단위로 조제하는 게 하나의 단위로 인식되는 관행이 있다”며 “1회 처방 시 일시에 10일분을 처방하는 것을 수가기준에 억지로 맞추는 과잉처방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손보사 골칫거리인 실손보험 도수치료는 병원마다 비용도 가지각색이며 오히려 과잉진료의 주범이 되고 있다”며 “보험업계가 한방진료에 대해서만 과잉진료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방진료비에 대한 정확한 진료수가기준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는 한방진료의 문제점에 대해 “자동차보험 한방진료 진료수가기준에 대한 심의·의결기구가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의원 진료비에 대한 제대로 된 심사·평가 체계가 정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창호 국회 입법조사관은 “진료수가기준 결정절차의 전문성 부족으로 자동차보험 한방진료의 진료수가기준을 심의·의결할 수 있는 의사 결정기구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건강보험사례를 참조해 자동차보험 진료수가기준 심의·의결기구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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