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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업계, 대기업 진출 꺼리는 진짜 이유는?

[머니S리포트①] 허위매물, 성능조작, 사기와 협박… 소비자는 두렵다

전민준 기자VIEW 4,4842020.07.2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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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매물에 성능조작, 사기와 협박. 온갖 병폐가 난무하던 국내 중고차 시장에 새 바람이 분다. 완성차업계가 대대적 정화 작업이 필요한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시장을 점유해 온 중고차업체는 ‘생존권 위협’을 내세워 결사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업체의 외침을 의심 없이 들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지난 수십년간 ‘깜깜이 장사’를 해오며 남긴 상처가 곪아 터졌고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로 번지기 전에 제대로 된 수술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소비자는 중고차 시장의 대변혁을 기대한다. 집 다음으로 비싼 ‘재산’을 구입함에도 정당한 권리가 무시당한 데 따른 분노를 드러내는 분위기다. 완성차업계의 진출을 두려워하는 중고차업계. 시장의 구조적 맹점과 관련업계의 이해관계를 점검해 보고 혼탁한 시장에서 새로운 길을 제시한 사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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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은 2013년 대기업 진출을 막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되며 영세업체의 놀이터가 됐다. 최근 완성차업체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기존 업체는 일대 혼란에 빠졌다. /사진=박찬규 기자
“중고자동차 시장에 허위매물과 사기판매가 난무하는 건 인정하지만 완성차업체가 진입한다고 달라질까요?”

7월1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평가장에서 진행된 ‘중고차판매업 소상공인단체 간담회’에서 임영빈 한국중고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부회장은 혼탁한 중고차 시장의 실정을 인정했다. 임 부회장은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소수 업자의 행위가 이어지고 연합회도 이를 단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정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중고차 시장은 2013년 대기업 진출을 막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되며 영세업체의 놀이터가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중고차 판매업을 하는 민간업체는 2016년 5829개에서 2018년 6361개로 9.1% 증가했다. 영세기업 난립은 중고차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양산했고 이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

최근 완성차업체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기존 업체는 일대 혼란에 빠졌다. 대기업의 진출로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 확보와 소비자 편익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지만 중고차업계는 거세게 반발한다. 중고차업계는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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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상당하다. 응답자의 70% 이상을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하다고 이야기 한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동일 매물이 여러 사이트에… 소비자 우롱하는 중고차 업자들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기이한 유통구조가 꼽힌다. 중고차 딜러는 매입 딜러와 알선 딜러로 나뉜다. 동일한 매물이 여러 플랫폼이나 딜러에게 등록 이유는 이처럼 알선·매입 딜러가 구분돼 있기 때문이다. 매입 딜러가 전산에 차를 등록해두면 알선 딜러가 각자 마진을 붙여 판매한다. 소비자가 만나는 딜러는 대부분 알선 딜러다.

소비자는 통상 취득세와 채권 구입비 등의 이전비용과 함께 자동차보험 가입비 정도만 고려하는데 알선 딜러는 매매알선 수수료를 요구한다. 보통 차 가격의 2.2% 내에서 결정되지만 실제 청구금액은 딜러마다 다를 수 있다. 알선 수수료는 자동차관리법에서 명시한 중개 판매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다. 하지만 직접 소유한 차라며 알선수수료를 받는 경우엔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미 중고차 소유권을 이전받은 딜러 혹은 법인은 자기 소유 차종을 판매하는 것이어서 ‘알선’ 행위가 없음에도 관행적으로 수수료를 요구한다. 사정을 모르고 딜러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는 소비자만 ‘봉’이 되는 것이다.

카르텔을 이룬 거대 중고차 매매상이 오픈 플랫폼 정보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어 호객성 정보가 난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동화엠파크, KB차차차 등 거래 플랫폼이자 장소 임대사업자는 허위매물 양성소라는 오명 속에도 딜러나 입점업체를 제재하지 못한다. 이들이 내는 매장 임대료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고차 거래 플랫폼은 매도 비용과 알선 수수료에 관여하지 않는다. 구매자에게 경우에 따라 매도 비용, 알선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음을 고지하는 정도의 소극적 조치만 취한다.

입점한 중고차 판매업자는 수수료 기반의 수익구조를 갖췄기에 소비자에게 허위매물과 허위정보를 퍼뜨리려는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렵다. 한 중고차플랫폼 관계자는 “중개 수수료는 최대치로 고지된 게 있지만 실제론 잘 지켜지지 않음에도 딜러들을 단속할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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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2소비자상담센터에 따르면 중고차 매매 관련 불만건수는 매년 1만건 이상 집계된다. 허위매물, 허위정보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중고차 관리 능력 상실한 연합회





중고차업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점도 문제다. 개인 혹은 중고차매매법인 소속 딜러는 일정의 등록비만 내면 거래 플랫폼에 ‘진단’이나 ‘보증’을 받지 않고도 중고차 매물을 올릴 수 있다. 물량 제한도 없다. 딜러나 개인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허위매물을 등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고차 매매에 있어 필수적인 성능기록부나 보험 이력도 기재되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사정을 잘 모르는 일반 소비자라면 언제든지 허위매물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난립한 중고차 업체를 운영·관리하는 주체도 제각각으로 전국중고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등 둘로 나뉘어 있다. 두 연합회는 중고차 매물 현황을 실시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조차 구축하지 못한 채 주기적으로 보고하는 ‘월간 매물 동향’에만 의존하고 있다.

1972년 전국중고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가 결성됐으나 이권다툼이 발생하며 2005년 두 곳으로 쪼개졌다. 전국중고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에는 10개 조합이,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에는 17개 조합이 각각 소속됐다. 정부가 중고차를 관리할 수 있는 법은 ‘자동차 관리법’으로 통합됐지만 정작 중고차 업계는 각자의 영역에서 사업을 영위한 셈이다.

그만큼 시장과 법·제도의 불일치가 생기며 여기서 발생하는 허점을 이용하는 업체들이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소규모 단체 설립이 쉬워지며 중고차 연합회가 추가 설립됐고 당시 고위 임원들은 사사건건 의견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점차 현실화되자 중고차 업계는 그동안의 행위에 대해선 반성이나 사과 없이 무작정 반대만 한다.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완성차 제조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할 경우 소수 대기업 위주 독과점 시장이 형성되고 그 과정에서 각종 불공정 거래행위가 자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완성차업체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참여해 투명한 시스템을 만드는 동시에 믿고 살 수 있는 인증 중고차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켜준다면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지고 소비자도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민준 기자

머니S 산업2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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