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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갑질에 당하면서… ‘을질’하는 TV홈쇼핑

김설아 기자·김경은 기자VIEW 5,6122020.06.1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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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홈쇼핑업계가 위기다. 송출수수료를 둘러싼 IPTV사업자의 '갑질'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납품업체로부터 판매수수료를 챙기는 '을질'에 대한 단속은 심해지고 있다. /디자인=김은옥 기자


TV홈쇼핑업계가 위기다. 달라진 쇼핑트렌드와 경쟁심화 등으로 주도권을 급속히 잃은 것. 내부 살림도 나빠졌다. 실적은 제자리걸음인데 나가는 돈만 많아지고 있다. 정작 손에 쥐는 이익은 얼마 되지 않음에도 판매수수료와 관련한 ‘갑질 꼬리표’는 여전하다. 비대면(언택트) 쇼핑의 원조, 잘 나가던 TV홈쇼핑업계는 왜 한계에 직면한 걸까.






TV홈쇼핑의 수수료 장사… 갑질보다 더한 ‘을질’ 실태






#.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A사는 2017년 한 TV홈쇼핑 채널을 통해 4131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96.9%인 4001만원을 홈쇼핑이 판매수수료로 챙겼다. 판매업체에 돌아온 몫은 전체 매출의 3.1%인 130만원. 물건을 팔아 이익을 챙기기는커녕 원가를 포함해 오히려 수천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TV홈쇼핑업계의 판매수수료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수수료를 과도하게 책정해 홈쇼핑업체가 수익 대부분을 챙기고 정작 납품업체는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TV홈쇼핑이 개국한 지 25년, 그사이 수많은 납품업체가 홈쇼핑 입점을 포기하거나 입점했다가도 결국 실패한 이유다.

홈쇼핑업계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채널 송출 대가로 지급하는 송출수수료가 과도해 판매수수료를 줄일 수 없다고 항변한다. 갑(甲)인 유료방송사로부터 ‘갑질’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을(乙)인 홈쇼핑은 병(丙)인 납품업체에 ‘을질’을 하는 상황. 갑질보다 더한 을질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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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업체는 자사 이익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을 송출수수료로 지불하고 있다. /디자인=김은옥 기자


◆시간당 8000만원… 중간에서 ‘꿀꺽’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GS·CJ·현대·롯데·NS·홈앤·공영홈쇼핑 등 7개 TV홈쇼핑사가 받는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중소기업 상품 30.5%, 전체 상품 29.6%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CJ오쇼핑(중소기업 상품)과 NS홈쇼핑(전체상품)의 수수료율은 40%에 육박했다.

판매수수료율은 전체 상품 매출액에서 홈쇼핑이 가져가는 비율을 의미한다. 판매수수료율이 40%인 경우 1000만원을 벌면 홈쇼핑이 중간에서 400만원을 챙긴다는 뜻이다. 이는 ▲백화점(21.7%) ▲대형마트(19.6%) ▲아울렛·복합쇼핑몰(14.7%) ▲온라인몰(10.8%)의 수수료율과 비교해도 매우 높다.

매출에 따라 수수료를 내는 경우 그나마 낫다. 아예 수수료를 정해놓고 방송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홈쇼핑 수수료 체계는 ▲상품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내는 ‘정률수수료’ ▲일정 금액을 내는 ‘정액수수료’ ▲정률과 정액수수료를 섞은 ‘혼합수수료’ 등으로 나뉜다.

이중 정액수수료가 ‘을질’의 온상으로 지목된다. 상품 판매액과 상관없이 일정 금액을 지불하도록 정해져 있어서다. 예컨대 1시간 동안 4000만원의 정액수수료를 내기로 약정한 상품의 실제 판매액이 3000만원인 경우 이 업체는 1000만원의 손해를 보더라도 수수료를 내야 한다. 상품 판매가 부진하더라도 홈쇼핑은 피해를 보지 않는 반면 납품업체는 차액만큼의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위험부담이 높은 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2019년 과기정통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액수수료 방송의 시간당 평균 수수료 금액은 8200만원, 중소기업 상품은 8600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매출이 보장되지 않는 영세업체일수록 홈쇼핑이 정액수수료 방송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부는 2019년부터 홈쇼핑 판매수수료율 산정기준에 ARS 할인 비용, 무이자 할부 비용 등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모든 비용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홈쇼핑 방송 중 나오는 자료영상 제작비, 방송 중 시연을 위한 재료비, 모델비 등 판매수수료에 집계되진 않지만 업체가 부담하는 비용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홈쇼핑 판매대행사(벤더) 관계자는 “실제 체감하는 홈쇼핑 수수료는 평균 40%다. 여기에 벤더를 끼고 들어가면 5~15%의 수수료가 더 붙는다”면서 “비용 부담은 있지만 신규 납품업체의 경우 심사 과정에서 중간 탈락을 방지할 수 있어 대부분 벤더를 이용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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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종합세트’ 대상은 중소기업



심지어 홈쇼핑업체들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을 상대로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홈쇼핑이 중소·중견기업으로부터 받아낸 수수료는 대기업보다 13.8%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2%) ▲온라인몰(4.6%) ▲대형마트(4.9%) ▲아울렛·복합쇼핑몰(5%)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는 홈쇼핑의 설립 취지에도 어긋난다. 홈쇼핑은 1995년 중소기업과 농어민의 판로 확대 및 유통구조 개선을 취지로 도입됐다. 실제로 초반엔 락앤락 용기, 한스킨 비비크림, 휴롬 원액기, 댕기머리 샴푸 등 중소기업 제품이 홈쇼핑을 통해 성장하면서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홈쇼핑이 오히려 중소기업을 상대로 수수료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제품 홍보나 판로 확보가 절실한 중소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홈쇼핑업체를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푸념했다.

TV홈쇼핑 MD 출신의 업계 전문가는 “홈쇼핑이 홍보 효과가 큰 데다 추후 다른 유통사 입점이 쉬워지기 때문에 입점하려는 중소기업이 많다”면서 “하지만 홈쇼핑과 2년 동안 꾸준히 거래하는 납품업체는 20%가 채 안되고 나머지는 망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홈쇼핑업체 입장에선 납품업체 10곳 중 매출에 도움되는 1~2곳만 있어도 된다”며 “매출이 안 나올 경우 홈쇼핑이 일방적으로 판매를 중단하는데 방송을 위해 물량을 많이 준비했던 업체만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수료 문제 외에도 TV홈쇼핑은 숱한 논란을 낳았다. ▲서면미교부 ▲구두발주 등 불분명한 계약 ▲경영정보 요구 ▲판촉비 부당전가 ▲부당한 정액제 강요 ▲방송시간 강제 변경·취소 등 납품업체를 상대로 각종 횡포를 부려 당국에 적발된 사례가 부지기수다. 공정위가 홈쇼핑을 가리켜 ‘갑질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들의 불공정 행위는 전방위적이다.

◆수수료 장사 관행, 개선될까



업계에선 판매수수료가 유독 높은 원인으로 송출수수료를 지목한다. 유료방송사에 지불하는 송출수수료가 증가함에 따라 수익원이 되는 판매수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TV홈쇼핑 7개사의 송출수수료는 2008년 3551억원에서 2018년 1조6439억원으로 10년간 5배가량 올랐다.

이에 정부는 송출수수료와 판매수수료를 동시에 낮출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올해부터 홈쇼핑 재승인 시 판매수수료율 관련 심사를 강화하고 심사 배점을 높이기로 했다. 송출수수료 문제와 관련해 반복해서 발생하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대가산정협의체를 만들고 수수료 산출 근거인 유료방송 가입자 수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는 여전히 송출수수료 정상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한다. 한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송출수수료 부담 때문에 판매수수료를 낮출 여력이 없다”며 “정부의 심사 강화 지침은 재승인 때마다 나오는 얘기라서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갑' 판매수수료 위 '슈퍼 갑' 송출수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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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롯데홈쇼핑




# 1000원짜리 상품을 홈쇼핑을 통해 팔았다고 가정해보자. 홈쇼핑이 챙기는 판매 수수료는 287원. 나머지 713원은 상품원가와 이익 등이 더해진 협력업체 몫으로 돌아간다. 그렇다고 홈쇼핑이 287원을 고스란히 챙기는 것은 아니다. 벌어들인 287원에서 송출수수료로 153원을 내고 제품의 물류와 콜센터 등의 비용으로 102원을 쓴다. 다 떼고 남은 32원. 홈쇼핑사가 챙기는 진짜 이익이다.

홈쇼핑업계가 수수료 문제로 긴장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갑질’ 관행이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중소 납품업체를 상대로 높은 수수료를 받는다는 이미지를 떨칠 수 없어서다. 억울한 측면도 있다. 이 판매수수료가 모두 홈쇼핑사의 이익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 판매수수료 중 50% 이상이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IPTV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송출수수료로 나간다. 중소 납품업체에게 홈쇼핑이 ‘갑’이라면 IPTV 사업자는 ‘슈퍼 갑’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IPTV 사업자가 ‘슈퍼갑’인 이유



홈쇼핑사가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서는 건 이러한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납품업체 위에 홈쇼핑이 있다면 그런 홈쇼핑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위치에 IPTV 사업자가 있는 구조다. 납품업체들은 홈쇼핑이 주요 판매 창구가 되고 홈쇼핑사는 채널 장사 권한을 갖고 있는 IPTV 사업자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갑-을 관계’가 형성된다.

왜일까. TV홈쇼핑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황금 채널’ 잡기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팔더라도 노출이 되지 않으면 매출과 직결되지 않아서다. 지상파 방송과 인접한 번호로 소비자가 채널을 돌리다 쉽게 진입할 수 있어야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2018년 KT 올레TV 개편 당시 존재감이 없던 ‘SK스토아’가 4번 채널을 차지한 후 업계 분기 매출 1위를 달성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4번, 6번, 8번, 10번, 12번’. 홈쇼핑업체 사이에 좋은 번호를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경쟁이 과열될수록 송출수수료는 치솟는다. IPTV 사업자들이 ‘황금 채널 송출’을 명목으로 받아가는 송출수수료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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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 밀리고, 정책에 치이고 몰락한 TV홈쇼핑. /디자인=김은옥 기자


관련업계에 따르면 홈쇼핑업체는 자사 이익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을 송출수수료로 지불하고 있다. GS·CJ·롯데·현대·NS·홈앤·공영홈쇼핑 등 국내 주요 7개 홈쇼핑사의 송출수수료는 2014년 처음으로 1조원(1조454억원)을 넘어선 뒤 매년 증가했다.

T커머스(T-commerce, 데이터 홈쇼핑 채널) 5개 기업까지 더할 경우 송출수수료는 ▲2015년 1조1445억원 ▲2016년 1조2535억원 ▲2017년 1조3874억원 ▲2018년 1조6337억원 ▲2019년 1조7500억원 등으로 매해 평균 8%대 인상률을 보였다.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도 점차 상승하고 있다. 2014년 31.8%이던 이 비중은 2018년 48.7%까지 커졌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이 비중이 50%를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홈쇼핑이 1만원을 벌면 그중에 5000원 이상이 송출수수료로 나가는 셈이다. 업체별로는 매출대비 85%를 송출수수료로 내는 곳도 있다.

지난 3월 발표된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홈앤쇼핑의 매출 대비 송출수수료는 84.7%에 달했다. 이어 ▲신세계TV쇼핑 57% ▲SK스토아 56.6% ▲GS홈쇼핑 50.1% ▲W쇼핑 49.3% ▲롯데홈쇼핑 46.6% ▲CJ오쇼핑 45.7% ▲티알엔 44.6% ▲현대홈쇼핑 44.1% ▲공영홈쇼핑 40.1% ▲케이티하이텔 34.9% ▲NS홈쇼핑 34.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홈쇼핑 방송 매출액은 2017년 3조5333억원을 기점으로 2018년 3조4938억원을 기록하는 등 점차 쪼그라드는 추세다. 홈쇼핑업계 한 관계자는 “방송매출액은 줄고 T커머스 사업자로 경쟁까지 치열해진 상황에서 송출수수료만 계속 늘어나는 악순환에 놓여있다”며 “홈쇼핑 판매수수료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사실은 돈 벌어서 남 좋은 일만 하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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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이동통신사 모습./사진=뉴시스


◆‘300억원’ 합의 실패하면… 뒷번호로 밀려



IPTV 사업자가 송출수수료로 챙기는 돈은 그만큼 많아졌다. IPTV 사업자의 매출액 중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7127억원으로 2017년 전 4890억원보다 45.7% 급증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를,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각각 인수하면서 IPTV의 시장 지위가 더 확고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유료방송 시장에서 ▲KT 21%대 ▲SK브로드밴드 14%대 ▲LG유플러스 12%대 등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9.6% 점유율인 티브로드가 SK에, 12.6%의 CJ헬로가 LG유플러스 품에 각각 안기면서 IPTV 3사는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절대강자로 떠올랐다.

업계는 IPTV의 지위가 더 커지면서 매년 진행되는 송출수수료 협상을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부르는 게 값인 상황에서 ‘슈퍼갑’이 3사로 늘어나 더 ‘을’의 위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황기섭 한국TV홈쇼핑협회 사무처 실장은 “연평균 40%에 이르는 IPTV의 급격한 송출수수료 인상이 가장 큰 문제”라며 “IPTV가 케이블TV를 인수·합병하면서 힘이 더 세져 부담이 더 커졌다”고 털어놨다.

별다른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도 문제다. “300억”, “40% 인상” 등 IPTV 사업자들이 원하는 인상안을 내놓으면 홈쇼핑업체들은 이를 어떻게든 낮추기 위한 끝없는 협상을 반복한다. 이 때문에 매년 3월 시작되는 협상이 해를 넘겨 마무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서 합의하지 못하면 홈쇼핑사는 ‘황금 채널’과 거리가 먼 뒷번호를 배정받고 재협상을 기다려야 한다.

홈쇼핑업계 한 임원은 “망 사업자가 제시한 가격을 맞추지 못하면 매출과 황금채널 모두를 잃는 상황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주는 셈”이라며 “송출수수료가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결국 공멸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TV홈쇼핑'은 왜 '미운오리'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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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잘 나가던 TV홈쇼핑업계가 경쟁 과잉과 수요 감소로 미운 오리로 전락했다. 가뜩이나 제자리 실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홈쇼핑사 입장에선 양 날개가 묶인 셈. 경쟁이 심화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송출수수료는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이 됐다. TV홈쇼핑은 다시 백조가 될 수 있을까.


◆모바일 쇼핑·T커머스 성장… 주도권 위축



업계에 따르면 TV홈쇼핑은 내우외환에 처했다. 외부적으론 쇼핑 트렌드가 온라인과 모바일로 바뀌면서 주도권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최근엔 e커머스업계와 대형포털을 필두로 실시간 상품 판매 방송인 라이브커머스까지 가세하면서 TV홈쇼핑을 압박하고 있다.

과거에는 몇 안되는 TV채널 사이의 전쟁이었다면 이제는 T커머스(T-commerce, 데이터 홈쇼핑 채널)를 넘어 라이브커머스 업체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 문제는 이와 같은 경쟁이 TV홈쇼핑사의 송출수수료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는 현재 실시간 TV홈쇼핑채널 7개, T커머스 10개가 경쟁 중이다. 7개 실시간 홈쇼핑 채널이 홈쇼핑 전체 매출의 95.5%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 영향력을 자랑하지만 최근 T커머스가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송출수수료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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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채널 경쟁… 송출수수료 증가로



실제 TV홈쇼핑 송출수수료 증가는 T커머스의 성장 시기와 일치한다. T커머스는 데이터 방송 활성화 취지로 2005년 10개 사업자가 승인됐으나 개점휴업을 면치 못하다 2014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의 가이드로 사업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송출수수료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해도 2014년이다. 이후 경쟁이 심화되면서 송출수수료는 매년 8%대 신장률을 보이며 2019년 1조 7500억원을 돌파했다.

업계는 이같은 현상이 좋은 번호대를 차지하려는 소위 ‘황금 채널 경쟁’이 주원인이지만 IPTV 사업자와 T커머스 강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도 보고 있다. IPTV 사업자들이 송출수수료 협상에서 황금 채널 금액을 높게 제안하고 업체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T커머스 자회사에 해당 채널을 넘기는 구조라는 것이다. KT의 T커머스 자회사 K쇼핑과 SK브로드밴드의 SK스토아가 대표적이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송출수수료가 부동산 호가와 같은 구조로 움직이고 있다”며 “매년 말도 안되는 인상을 하고 있지만 몸값을 낮추지 않기 위해 수수료를 조정하는 대신 자회사에게 해당 채널을 주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 경우 계열사끼리 돈이 돌기 때문에 IPTV 사업자와 T커머스 업체가 윈윈하는 구조로 채널 몸값만 올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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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수수료 인상이 물건값으로 ‘악순환’



홈쇼핑업계는 이렇게 올라간 송출수수료가 결국 판매수수료나 소비자가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편성권은 IPTV 사업자의 고유 권한이어서 수수료 인상을 거부할 순 없지만 매년 과도한 수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홈쇼핑사만 이를 감내할 순 없다는 것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송출수수료가 TV홈쇼핑 영업이익 하락을 가져옴은 물론 협력사 수수료 인상으로 중소기업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최종 부담은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가 지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락가락 주무부처… 규제는 ‘몰빵’



오락가락하는 주무부처 또한 TV홈쇼핑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분산된 정책창구다. 같은 방송이지만 홈쇼핑과 유료방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에서 전담하고 지상파와 종편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소관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만 해도 기존 정보통신부가 폐지되면서 방통위가 방송·통신 분야의 모든 업무를 관장했지만, 박근혜 정부 때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에 업무 권한을 일부 넘겨주면서 홈쇼핑과 유료방송이 과기부 담당이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OTT(인터넷동영상서비스)는 이슈마다 어느 부처 소관인지 헷갈릴 뿐 아니라 과기부 담당자들이 방송 관련 업무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실효성 있는 TV홈쇼핑 정책을 추진하려면 과기부와 방통위 등으로 분산된 정책창구를 일원화하거나 역할분담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유독 홈쇼핑 산업에만 규제 강도가 높은 것도 원인이다. 홈쇼핑사들은 중소기업 편성 비중을 지켜야 할 뿐 아니라 방송발전기금 납부, 방송 심의 등 각종 제재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최근 핫하게 떠오르는 라이브커머스의 경우 방송법상 심의 대상이 되지 않고 쇼호스트의 표현 등도 홈쇼핑보다 훨씬 자유롭다.

최재성 남서울대학교 국제유통학과 교수는 “공정 경쟁을 위해선 사실상 통신판매업자 역할을 하는 통신판매중개업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며 “TV홈쇼핑에 대한 기존 정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전향적이고 유연한 정책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9호(2020년 6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기자·김경은 기자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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