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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박부장은 10만원, 나는 1만원… 천차만별 '실손보험'

김정훈 기자VIEW 1,6902020.06.05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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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가 된 실손의료보험 때문에 보험사 고심이 깊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치솟으며 보험사 실적을 옥죄고 있어서다. 의무보험이 아님에도 가입자가 3500만명이 넘어서 ‘국민보험’이 된 실손보험의 위상에 보험사는 쉽사리 판매를 포기하지도 보험료를 인상시키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보험사의 ‘실손보험 딜레마’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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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금융당국은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하며 ‘실손보험 끼워팔기’를 금지시켰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손해율을 이유로 여전히 설계사들에게 영업현장에서 ‘실손 끼워팔기’를 종용하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직장인 박부장(50)은 동료들과 실손의료보험 얘기를 나누다가 크게 당황했다. 대부분 실손보험료를 1~2만원 납부한다는 말을 들어서다. 박씨는 월 실손보험료로 10만원을 내고 있다. 박부장은 “왜 내 실손보험료가 이렇게 비싼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실손보험에 가입하려던 조사원(33)은 일주일 전 보험설계사와 미팅을 한 후 기분이 심난해졌다. 설계사가 다른 건강보험과 함께 실손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 단독으로 실손보험 가입만을 원했던 조사원은 “설계사가 제안한 상품은 월 보험료 10만원짜리 건강보험에 실손을 특약 형식으로 가입하는 형태였다”며 “지금 와서 생각하니 건강보험상품이 꼭 필요한가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6년 전 박씨도 실손보험 가입을 위해 설계사를 만났고 실제 가입한 상품은 암보험이었다. 암보험에 실손이 특약형태로 구성된 패키지상품이어서 보험료가 10만원에 달한 것이다. 설계사가 실손보험을 활용해 암보험을 끼워판 셈. 이것이 바로 ‘실손 끼워팔기’다.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끼워팔기’ 행태가 여전하다. 2018년 금융당국은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하며 해당 행위를 금지시켰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손해율을 이유로 여전히 설계사들에게 영업현장에서 ‘실손 끼워팔기’를 종용하고 있다. ‘실손 끼워팔기’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끼워팔기, 왜 포기 못할까




실손보험은 가입자에게 병원 등에서 발생한 비용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국민 3500만명 이상이 가입해 ‘국민건강보험’으로도 불린다.

실손보험의 대표적인 가입 형태는 두가지다. 실손보험만 단독으로 가입한 형태, 그리고 위 사례처럼 암·종신·건강보험 등에 실손보험이 특약으로 구성된 형태다.

금융위원회는 2018년 4월 실손보험을 단독상품으로만 판매하도록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했다. 보험사가 종신보험이나 암보험 상품과 결합, 연계해 실손보험을 판매해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고객은 실손보험 가입을 위해 불필요한 다른 상품에 덩달아 가입해 고액 보험료를 지불해왔다.

규정이 개정됐지만 일부 보험사들은 여전히 실손 끼워팔기를 고수한다. 당국 제재를 받지 않은 선에서 꼼수를 쓰는 것이다.

과거 건강보험상품에 특약형태로 실손보험이 포함됐던 방식과 달리 현재는 ‘종신보험상품+단독실손보험’을 각각 가입하게 한다. 상품을 분리해 끼워파는 것이다.

설계사는 가입자에게 단독실손보험을 판매했다는 기록이 남아 당국이 제재를 가할 근거가 없다. 감독규정을 교묘히 피해 실손 끼워팔기를 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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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찬 기자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에도 이러한 내용을 공지했고 전산시스템에서 단독 실손판매를 막아놨다. 대형GA 관계자는 “전산시스템은 실손보험 한 건만 가입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다른 상품을 시스템에 입력해야 실손보험 가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사실상 단독 실손보험 판매를 막아놓은 셈”이라고 말했다.

보험사가 실손 끼워팔기를 포기 못하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전년동기대비 5.9%포인트 상승한 137.2%을 기록했다.

월 보험료로 100원을 받으면 보험금으로 137원이 나가는 구조다. 팔수록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험사들은 실손보험만 단독으로 파는 것에 난색을 보인다. 고액 보험료를 걷는 보장성보험을 함께 팔아 실손 손해율을 보전하는 것이다.

2018년 4월 당국이 실손 끼워팔기를 금지하자 중소형사들은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대형사에 비해 적자를 견딜 체력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은 미끼상품으로도 실손을 활용할 수 없게 되자 판매를 아예 포기한 것이다.





애처로운 ‘실손 막기’




보험사들은 단독실손보험 가입 문턱도 높였다. 실손 가입 전 진행하는 건강검진(간호사방문검진)을 통해 선별적 가입에 나선 것이다. 보험사들은 간호사가 직접 대상자를 방문해 검진을 실시하고 이후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판단하는 가입프로세스를 진행 중이다. 검진 후에도 병원 이용이 적을, ‘정말 건강한 사람’만 실손보험에 가입시키겠다는 의지다.

A보험설계사는 “30대 초반 남성도 실손보험 가입을 거절당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며 “하물며 50대 이상 유병자들은 사실상 단독실손보험 가입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꼼수들을 일부 보험사가 쓰다가 최근에는 업계 전체의 관행처럼 굳어지는 분위기”라며 “보험사들이 단독실손보험 판매를 어떻게든 막으려고 애쓰는 것이 애처롭기까지 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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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금융감독원은 실손 끼워팔기가 버젓이 다시 성행한다는 소식에 감독을 강화할 조짐이다. 하지만 실제로 영업현장의 끼워팔기를 단속하긴 어렵다. 결국 당국 제재도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설계사들은 실손 끼워팔기에 대해 ‘보험사 지시사항이라 우리도 별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다수 설계사들은 이를 악용해 영업에 활용한다. 월 보험료 1만~2만원대 실손보험은 팔아도 설계사들에게 떨어지는 수수료가 미미하다.

하지만 월 보험료 10만원 이상 보장성보험 상품은 설계사들에게 고액수수료를 안겨준다. 설계사 입장에서도 실손 끼워팔기를 자제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2018년 4월 감독규정 개정안이 시행되기 한달 전인 3월, 실손 끼워팔기 절판마케팅은 절정을 이뤘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2018년 3월 대형 손보사 4곳의 패키지형 실손보험 신계약수는 18만여건에 달했다. 당해 1~2월 9만여건 판매수 2배에 달한다.

B보험설계사는 “절판마케팅의 경우 보험사 지침이 따로 내려온다. 하지만 설계사들 스스로도 이 시기 수수료 수익을 위해 평소보다 두배는 더 발로 뛴다”며 “‘실손 끼워팔기’가 불법임을 설계사도 알지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7호(2020년 6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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