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자수첩] 코로나19 치료제, 진짜는 진짜를 알아본다

지용준 기자VIEW 1,6622020.05.25 05:43
0

글자크기

기사 이미지
기자수첩. /사진=이미지투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렘데시비르(에볼라 치료제)보다 600배 우수한 효과를 발휘했다.”


최근 코로나19 치료제로 가능성을 보이는 기존 약품 성분의 연구결과를 발표할 때 나온 표현이다. ‘약물재창출’이다. 약물재창출은 인체실험을 이미 마쳤기 때문에 감염병 위기 속 신속하게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새로운 감염병이 발발하면 국내·외에서 앞다퉈 시험하는 방식이다.


때문일까. 약물재창출을 통해 코로나19에 약효를 보였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주식시장은 들썩인다. 실제로 국내 연구팀이 항응고제와 급성췌장염 치료제 성분인 ‘나파모스타트’의 코로나19 관련 폐 세포실험에서 렘데시비르보다 수백배 우수했다는 발표가 나오며 관련 제약기업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애석하게도 이런 발표는 어딘가 부족하다. 결과에서 말하는 코로나19에 ‘강력한 효과’가 직접적인 환자 대상이 아닌 세포실험의 약효인 탓이다. 하지만 발표를 보면 마치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것처럼 비쳐 진다. 


직접적인 비교 대상을 렘데시비르로 정한 것도 의심스럽다. 렘데시비르는 미국에서 코로나19 중증환자에게 쓰이도록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가장 유망한 물질이기도 하다. 렘데시비르와 비교해 적게는 수배, 크게는 수백배 효과를 보였단 발표는 시장에 혼란만 가져왔다.


세포실험의 약효가 우수하게 나왔다고 해서 치료제로써 가능성이 높을까. 정작 업계의 대답은 ‘NO’다. 세포시험에서 효과를 입증해도 임상에서 약물의 유효성을 확보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이 같은 발표가 제약산업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기대를 한껏 모은 채로 코로나19 치료 임상시험에 나섰지만 실패한다면 제약기업의 신뢰성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 초기 단계에서 마치 코로나19에 효과를 보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이 문제”라며 “좋은 의도인 건 알겠지만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포실험 결과의 과대평가는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힙합 용어 중 ‘리얼 레코그나이즈 리얼’(Real recognize real)이란 말이 있다. 진짜는 진짜를 알아본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치료제로 진짜가 되려면 지나친 홍보보다 실험을 통한 정공법이 우선돼야 한다. 임상시험에서 치료 효과를 입증한 다음 발표를 해도 늦지 않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대한 염원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신종 감염병 사태에서 치료제 개발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해를 살 수 있는 성급한 발표는 오히려 악수가 될 수도 있다. 업계가 치료 효과 발표에 더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6호(2020년 5월26일~6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지용준 기자

산업2팀 지용준 기자입니다.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관련기사 보기

오늘의 주요 뉴스에요

산업 한줄뉴스

상단으로 가기
하단 띠배너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