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넘치는 불법광고, 플랫폼만 막으면 뭐해?

채성오 기자VIEW 2,2652020.05.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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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U게임즈 게임화면 / 사진=U.LU게임즈 홈페이지 캡쳐
유통경로 차단, 실효성 미미... 입법 구체화 시급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다양한 정보가 응축된 ‘보물창고’다. 누군가는 알지 못했던 정보를 습득하고 콘텐츠를 즐기는 창구로 활용하기도 한다. 파급력이 큰 만큼 허위정보나 과장광고도 흘러넘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국내 온라인 이용자 비중이 높은 플랫폼들은 서비스를 운영하며 지역별 가이드라인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걸러낸다. 실시간 모니터링과 이용자 신고 접수로 필터링을 거치는 데 중국 게임사들은 관련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들어 무분별한 불법 광고를 살포하고 있다.





선정성 무기로 사용자 모아




중국 게임사의 선정적 광고는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2017년 3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당시 국내 기업에 판호(게임 유통 허가권)를 내주지 않을 시점 이후 관련 현상이 급증했다.

그 이면에는 중국 정부의 게임산업 통제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텐센트, 넷이즈 등 자국 게임기업을 글로벌리더로 키우기 위해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에 불만을 표하는 여론이 발생하자 ‘시스템 통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채팅을 통해 정권을 비방하거나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풍자하는 종류의 콘텐츠가 등장하자 게임의 폭력성을 강력하게 차단하는 정책을 대거 추가했다.

2018년 중국정부는 텐센트의 게임플랫폼 위게임에서 유통한 ‘몬스터헌터: 월드’ PC판을 출시 5일 만에 판매 중단시키는 한편 ‘왕자영요’(한국 서비스명 펜타스톰)에 실명 인증제를 도입하는 등의 통제정책을 시행했다. 글로벌 게임업계에서 막대한 매출을 거둬들이는 텐센트라 할지라도 언제든 쳐낼 수 있다는 본보기로 풀이된다.

자국에서의 강한 통제를 받은 중국 게임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고 비슷한 문화권을 형성한 한국에 대거 진출하며 ‘포스트 차이나’ 정책을 실현했다. 이미 텐센트는 국내 주요 게임사에 대한 지분투자로 존재감을 넓히는 한편 자회사 및 관계사의 게임 콘텐츠를 대거 출시하며 시장장악에 나섰다.

국내 진출을 노린 중국 게임사들은 텐센트 같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틈새시장을 파고들었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자극적인 광고를 선택했다. 한국에 지사설립 없이 현지에서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외부 대행사에 광고만 맡기는 형태로 수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모바일 전략게임 ‘왕이되는 자’(추앙쿨 엔터테인먼트)는 관료를 육성하는 게임 내용과 달리 궁에서 일어나는 불륜 내용이나 여성을 시장에 파는 선정적인 광고로 주목받았다. 2018년 4월 출시 후 12세 이용가에서 청소년 이용불가로 등급이 변경됐고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시정조치까지 받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동성애를 묘사하는 광고를 제작해 SNS에 배포하는 등 법으로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3년 넘게 판호를 발급받지 못한 반면 중국 게임사들은 마치 안방처럼 한국 모바일게임시장을 휩쓸고 있다”며 “선정성을 앞세워 게임 내용과 다른 저질광고를 배포하면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더 커졌다”고 토로했다.





유통경로 차단? 막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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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플랫폼·게임업계는 물론 정부도 관련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별도 법안이 발의되기 전까지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해외사업자에 대한 제재 방침이 마련되지 않은 데다 자칫 책임이 전가될 수 있어 플랫폼업계 입장에서도 난처한 기색을 표하고 있다.

현행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제34조 1항에 따르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등급을 받은 게임물과 다른 내용일 경우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의 등급과 다른 등급을 표시할 경우 ▲게임물내용정보를 다르게 표시할 경우 ▲게임물 내용정보 외 사행심을 조장하는 경우에만 사후심의가 가능하다.

중국이나 홍콩에 본사를 둔 게임사를 직접 제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게임위는 저질 광고가 유입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게임위는 지난 2월 중국의 37게임즈가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모바일 시뮬레이션게임 ‘왕비의 맛’에 대한 간접 제재를 시행했다.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선정성 등 총 5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된 왕비의 맛 광고를 삭제해달라는 시정권고다.

37게임즈 측이 일본 AV배우를 내세웠던 마케팅 전략을 바꾸며 게임위의 유통경로 차단 방식이 빛을 발하는 듯했지만 중국산 저질광고는 꾸준히 확대됐다. 지난달 ‘좀비스팟: 미녀와 좀비’(U.LU게임즈), ‘용의 기원’(룽투코리아) 측이 속옷만 입은 여성 캐릭터 광고를 SNS에 게재하며 도마에 올랐고 ‘영주: 백의 연대기’(오아시스게임즈)도 비슷한 수위의 노출로 구설수에 올랐다.

플랫폼업계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재하고 있지만 수많은 저질광고를 일일이 통제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은 커뮤니티 표준과 광고정책에 따라 검수 및 관리하며 해당 정책에 위배될 경우 초기단계에서 승인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과도한 노출 등 지나치게 선정적인 광고는 커뮤니티 규정상 연령층 상관없이 금지된다”며 “다만 엄격한 규정에도, 위반사례가 발견될 수 있어 사용자들의 신고에 따른 검토와 삭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 측도 자체 가이드라인을 통해 게임 내용과 관계없는 저질광고를 차단하고 있지만 관련 콘텐츠를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산 저질광고를 플랫폼 차원에서 막는 것은 효과가 없는 만큼 입법 등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발의 후 2년 가까이 계류 중인 게임법 개정안에 해당 광고를 차단하는 세부사항을 마련해야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학회장은 “중국산 저질광고를 근본적으로 막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플랫폼 사에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자사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게임법 개정안에서 게임물 정의를 관련 광고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직접적 제재가 어려울 경우 게임학회 등 중립적 민간기구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4호(2020년 5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채성오 기자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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