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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카드 수수료'②] '제로페이' 안되는 이유

진은혜 기자VIEW 4,9042020.05.04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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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가 이달말 시작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자금난에 허덕이는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카드 수수료를 ‘제로화’하자는 ‘역대급’ 법안 발의가 준비 중이다. 카드 가맹점의 수수료는 최소 0.8%에서 최대 1.6%다. 수수료를 0%로 내리면 카드사의 수익이 대폭 감소해 구조조정, 부가서비스 축소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자영업자들은 카드 수수료 외에 간편결제 수수료, 배달앱 수수료 인하 등 새로운 대안을 요구한다. ‘머니S’는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신용카드 수수료 개편의 변천사를 짚어보고 전문가들과 함께 금융소비자-가맹점-카드사가 ‘윈윈’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했다.<편집자주>

[Cover Story-카드 수수료 개편②] 신용카드 대항마인가 독자적인 결제수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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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제로페이를 이용해 결제를 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 직장인 임은경씨(31·가명)는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갑자기 카드 승인이 되지 않거나 집에 실물 카드를 두고 나왔을 때 제로페이를 이용한다. 지금까지 임씨가 제로페이를 이용한 횟수는 서너번 정도다. 임씨는 “제로페이의 도입 취지가 좋은 건 알지만 아직까진 비상용”이라고 말했다.

박원순표 ‘제로페이’는 ‘이용자가 제로(0)라서 제로페이’란 아픈 수식이 붙어 있다. 제로페이를 부수적인 결제수단으로 여기는 임씨의 사례처럼 제로페이가 주요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는 일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2018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제로페이는 서울시와 민간 사업자가 협력해 도입한 QR코드 방식의 모바일 간편결제서비스다. 당초 서울시는 소상공인들의 부담하는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로페이를 도입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제로페이의 수수료 ‘제로’ 전략은 차별성을 잃었다. 다른 결제수단보다 부실한 이용률도 제로페이의 취약점 중 하나다.





제로페이만 ‘수수료 제로’일까 




“카드수수료가 제로가 되는 것이다. 굉장히 중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제로페이는 직접서비스가 아니다.”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제로페이 사업에 관해 전달한 말이다. 박 시장의 말처럼 연 매출 8억원 이하의 소상공인은 제로페이로 결제 시 수수료가 0%다. 하지만 ‘수수료 제로’ 전략이 진정 제로페이에만 국한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여신금융연구소는 지난해 발간한 ‘카드사의 영업환경 악화와 향후 성장 방향’ 보고서에서 “제로페이가 카드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 바 있다. 보고서는 지속적인 카드 수수료 개편으로 연 매출 30억원 미만 가맹점의 제로페이 도입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사업자 0.8% ▲3억~5억원 중소사업자 1.3% 등의 가맹점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1.3%의 신용카드 세액공제를 받으면 카드 매출로 인한 손실은 보전되고 오히려 이익까지 누릴 수 있다.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의 경우 제로페이의 강점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 구조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매출 규모가 작은 가맹점 입장에서 카드 수수료가 더 이상 사업비용이 아니다”라며 “때문에 제로페이가 기대하던 것보다 효과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와 제로페이가 온전히 ‘대체재’ 관계인지도 의문이다. 현재까지 제로페이는 신용카드의 ‘보완재’에 가까운 성격을 띤다. 소비자는 결제 상황에 맞게 결제수단을 선택한다. 큰 금액은 신용카드로 소액은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식이다. 소비자를 상대로 매출 증대를 꾀하는 가맹점주는 제로페이나 신용카드 가릴 것 없이 다양한 결제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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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의 애매한 입지는 실적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제로페이가 도입된 2018년 12월부터 2020년 4월까지 누적 기준 결제액은 2000억원이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지만 신용·체크카드 결제액이 일평균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도 컸다. 서울시는 2019년 제로페이 결제 목표액을 8조5300억원으로 설정해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기준 제로페이의 전국 누적 거래금액은 767억원으로 목표치의 1%에도 못 미쳤다. 


뚜렷한 소비자 유인책이 없다는 점도 고질적인 문제다. 당초 시는 제로페이를 이용하면 소득공제 40% 혜택을 챙길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제로페이 소득공제율을 30%로 정했다. 15%인 신용카드보단 높지만 체크카드나 현금영수증과 동일한 수준이다. 


여신업계 관계자들은 제로페이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깍두기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율 인하 여부 문제가 아니다”라며 “제로페이는 애초에 매력이 없지 않았냐”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는 “제로페이 매력은 가맹점주가 아니라 소비자가 느껴야 한다”며 “현재로선 소비자가 제로페이보다 혜택이 다양한 카드를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존재 이유 찾았다




물론 ‘민간 기업과 공공의 경쟁’이란 틀로만 제로페이의 가치를 매기기엔 한계가 있다. 제로페이는 소규모 자영업자를 돕겠다는 정책적 목표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제로페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서 전환점을 맞았다. 제로페이와 연계한 서울사랑상품권의 인기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소상공인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 3월부터 서울사랑상품권의 할인율을 기존 10%에서 15%로 올렸다. 이벤트 기간에는 5% 캐시백도 해줬다. 


당초 500억원이었던 발행 한도는 불과 열흘 만에 소진됐다. 800억원을 추가 발행했지만 이 역시 일주일 만에 소진됐다.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4억6000만원 수준이던 제로페이 결제액은 올 4월 초 34억원까지 급증했다. 


소비가 많아지자 가맹 신청도 급증했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3월 한달간 제로페이 가맹 신청은 전국적으로 8만5000여건을 기록했다. 전달(8900여건)보다 855% 이상 증가했다.제로페이는 코로나19 관련 재난긴급생활비 지급 수단으로도 급부상한다. 재난긴급생활비는 신속한 지급이 중요한 만큼 새로 제작해야 하는 지류 상품권이나 실물 카드보다 이점이 있다. 모바일 지급이 가능해 관리가 편리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제로페이의 차별점은 정책수단으로서의 확장 가능성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제로’에 제로페이의 차별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며 “재난지원금 지급 등 결제수단 외의 다른 정책적 도구로써 제로페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3호(2020년 5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진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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