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이건희칼럼] 바이러스, 인류에 얼마나 위협일까

이건희 재테크칼럼니스트VIEW 2,7062020.03.02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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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바이러스의 변이다 - 돌연변이 10년주기설


바이러스와 기생충은 요즘 언론에 많이 등장하는 단어이면서, 살아가기 위해 숙주를 필요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생충과 바이러스 모두 숙주를 죽일 수도 있다.

부자를 숙주로 하는 하층민이 등장한 영화 기생충에서 다뤄진 경제적 양극화 현상은 전세계에서 심화되면서 사회적으로 인류에 위협이 되며, 동물을 숙주로 하여 전파되는 바이러스는 생화학적으로 인류에 위협이 된다.

영국의 ‘더타임스 하이어에듀케이션’(THE)에서 노벨상 수상자들을 대상으로 ‘인류종말을 일으킬 요인’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10개 답변 속에 ‘전염성 질병’과 ‘경제적 불평등’이 포함됐다.

신종 바이러스는 대략 10년마다 등장해 인간을 위협하면서 공포에 빠뜨린다. 최근 등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발병 사례로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2002~2003년 자연 숙주인 박쥐에서 중간 숙주동물인 사향고양이를 통해 인간을 감염시켰다.

중국에서 시작돼 30개국 8000여명이 감염되고 800여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이 약 10%였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도 같은 계열의 병원체가 원인이었으며 박쥐와 단봉낙타를 매개체로 감염이 퍼져나갔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견돼 한국에서는 2015년에 유행했으며 세계적으로 약 2500명이 감염돼 35%가 사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어디서 왔나

중국 우한시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는 누적 확진자가 2월15일 밤12시 기준 6만8500명, 사망자는 1665명으로 집계돼 사스와 메르스의 인명피해 규모를 훨씬 넘어섰다.

한국에서는 26·27번 확진자가 후베이성 우한시를 방문한 적 없이 광둥성에 체류하다 귀국했는데 감염됐다. 더욱이 29번 확진자는 아예 해외에 나간 적 없이 감염돼 보건당국과 지역사회가 긴장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코로나19의 종식 시점을 알 수 없고 사태가 어느 방향으로 번질지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10년 주기설’이 계속 맞아들어간다면 이번 사태가 종식된 후 10년쯤 뒤에는 더욱 위험한 바이러스가 또 출현할 수도 있다.

코로나19의 전파 경로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제기됐다. 중국 화난 농업대학 연구팀은 코로나19 감염자의 바이러스 게놈 서열이 멸종위기 포유류인 천산갑에서 나온 균주 샘플과 99% 일치하는 것을 확인해 천산갑을 중간 숙주로 사람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대두됐다.

하지만 호주 시드니대 진화바이러스 학자인 에드워드홀름 교수는 바이러스 발견 부위에 대한 정보와 천산갑이 가진 바이러스가 코로나19와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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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네이처’도 과학적 증거의 부족함을 지적했다. 화난 이공대 생물과학 및 공정학원의 샤오보타오 교수 등은 ‘리서치 게이트’에 올린 논문에서 우한질병예방통제센터에서 2017년과 2019년에 실험용 박쥐를 대거 잡았는데 바이러스 일부가 센터 주변으로 유출돼 첫 환자들을 감염시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우한에 있는 생화학실험실에서 폐렴을 촉발시킨 바이러스가 나왔을 가능성을 보도하고 미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톰 코튼 의원도 의회 청문회에서 바이러스가 중국의 생화학전 프로그램에서 유래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중국 대사는 ‘정신나간 소리’라고 발끈하면서 생화학무기 개발설은 의심과 루머를 퍼뜨리는 위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중국 홍보 영화 ‘위대한 중국’은 방산용 바이러스 전문 연구소가 2015년경 우한에 설립돼 사스 및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감염성 강한 바이러스를 집중 연구한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최대 위험요인으로 핵전쟁이 거론될 때 핵무기를 두고 세계 강대국들이 첨예하게 대립한 것처럼 이제는 생화학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항바이러스제 개발이 왜 어려운가



광학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을 만큼 미세한 크기(10~300나노미터)의 바이러스가 왜 인간의 생명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걸까. 바이러스는 RNA나 DNA 유전자와 그것을 둘러싼 껍질이 있을 뿐 세포구조가 없는 원시적인 구조체이다.

독자적인 효소가 없어서 스스로는 물질대사를 못한다. 숙주세포에 들어가 숙주세포의 효소를 이용해 물질대사를 하고 유전물질을 복제해 증식하면서 세포가 정상적인 기능을 못하게 한다. 세포 밖으로 나오면서는 세포를 파괴한다.

복제 과정에 돌연변이·변종이 생겨나면 새로운 종으로 진화한다. 숙주인 야생동물을 감염시키고 생존해 가면서 변이가 일어나 다른 동물에게도 전파하는 능력이 생겨난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변이가 일어나 조류만이 아니라 포유류도 감염시키게 됐다. 변이를 거듭하면서 사람 간의 전파가 용이해지게 된다. 세균이 항생제로 제거될 수 있는 것과 달리 바이러스는 변이가 심해 치료가 필요할 때 항바이러스제 개발이 쉽지 않다.

바이러스는 들어있는 핵산에 따라 DNA바이러스와 RNA바이러스로 구분할 수 있는데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전염병 10개(에이즈, 스페인독감, 아시아독감, 홍콩독감, 콜레라, A형 신종인플루엔자, 에볼라, 홍역, 뇌수막염, 사스) 중에 콜레라와 뇌수막염을 제외한 모든 전염병이 RNA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다. 화학적으로 RNA가 DNA보다 다른 물질과 반응을 잘해 숙주세포 안으로 RNA형 바이러스가 들어갔을 때 유전자 구조가 더 쉽게 바뀐다.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에 의한 후천면역결핍증후군(에이즈)은 1981년에 발견된 후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약 8000만명이 감염되고 4000만명이 에이즈 관련 질환으로 사망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스페인 독감은 1918~1919년에 2500만~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비공식적으로는 감염자 10억명, 사망자 7000만~1억명으로 추정된다.

◆바이러스 퇴치는 불가능한가

통계연감의 공식적인 기록에 따르면 한반도에서는 당시 인구의 38%가 감염됐고 14만명이 희생됐다. 충남 서산에서는 80% 이상이 감염돼 매일 100~150명씩 사망했다.

사망자를 처리할 사람이 없었고 농가에 일할 사람이 없어 추수를 못한 논이 절반을 넘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1000만명의 사망자와 800만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던 것과 비교하면 바이러스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세계대전 이상으로 심각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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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율이 일반 유행성 독감은 0.1% 수준인데 스페인독감에서는 2~20%로 높아졌으며 사망자의 절반이 노약자가 아닌 20~40세의 청장년층이었다. 바이러스가 변이를 계속 일으키면서 치명적으로 변해갈 수 있다는 점이 인류 미래의 불확실성을 높여준다.

세계경제포럼(2018년 WEF)의 ‘우리는 다음 전염병 대유행에 준비가 돼 있을까’를 주제로 한 토론에서 “글로벌화된 현재의 세계에서 대유행병은 피할 수 없으므로 인류는 새로운 치명적인 질병의 물결을 각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뒤 빠르게 퍼져나간 것에는 우한시 경제가 물류와 자동차산업 등을 기반으로 성장하면서 우한시와 다른 지역 및 외국 사이에 많은 사람이 오고 간 배경이 있다. 코로나19 확산기에 우한을 빠져나간 숫자가 500만명이나 된다는 보고도 있다.

우한의 1인당 지역내생산(GRDP)이 상하이를 넘어서고 주택가격이 최근 2년간 4배나 폭등하면서 해외로 여행 가는 사람들이 더욱 증가해 코로나19가 세계에 널리 확산하는 데 일조했다.

과학자들이 변이를 일으킨 바이러스를 겨냥한 백신과 치료제들을 개발하지만 바이러스는 계속 새로운 변이를 일으키며 살아남아 인류와 바이러스 간의 전쟁이 끝나기는 힘들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에서 기상이변으로 지구가 꽁꽁 얼어붙고 살아남은 사람들 얘기를 다뤘고 ‘옥자’에서 변종 슈퍼 돼지를 스토리의 중심에 놓았듯이 앞으로는 강력한 변종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위기에 몰아넣는다는 얘기를 영화로 만들어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이 모두가 인류의 미래에 드리운 재앙의 그림자에 대한 경고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4호(2020년 3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건희 재테크칼럼니스트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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