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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반토막' 라임펀드 투자자의 눈물… "지점장이 찾아와 가입 종용" 분통

대전=이남의 기자VIEW 4,6872020.02.1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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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펀드에 투자한 A씨는 지난 13일 대전역에서 기자와 만나 전 재산을 잃게 생겼다고 토로했다./사진=이남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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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사는 A씨(65)는 그 날만 생각하면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예금처럼 안전한 상품이라는 말을 듣고 3억원을 은행에 맡겼는데 전부 날아갈 위기에 처해서다. A씨는 "부지점장이 20번도 넘게 전화와서 안전한 상품이라며 가입을 권유했다. 내가 그날 그 전화를 받지 않았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라고 토로했다.

기자가 지난 13일 대전역 인근에서 만난 A씨는 바지주머니에서 우리은행 통장 1개를 꺼내 보였다. 그는 지난해 4월3일 대전 서구에 있는 우리은행 지점에서 '라임 플루토-FI 1년(Y)'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에 가입했다. 3억원을 투자한 펀드는 지난해 10월초에 환매 중단된 상태다.



라임자산운용에 따르면 환매중단 2개 모(母)펀드인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 손실률은 각각 46%, 17%로 집계됐다. 이들 펀드의 자(子)펀드 가운데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이 맺어진 29개 펀드 중 3개 펀드는 전액 손실이 예상된다. A씨가 가입한 라임 펀드도 현재 원금의 절반 가까이 손실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전자 채권' 강조한 우리은행 지점장

 

젊은시절 광고판을 설치하던 A씨는 어깨, 허리 수술을 한 후 주차관리인으로 일했다. 은행 거래가 익숙하지 않아 매달 자동화기기(ATM)에서 80만원의 월급을 일일이 확인하는 정도였다. 그가 은행에 3억원을 맡긴 것은 주택을 팔면서다. 오래된 주택을 정리하고 새 집을 알아보던 찰나 이사날짜가 안 맞아서 은행 예금에 돈을 넣어두려고 했다. 

A씨는 "이사할 때 돈을 인출해야 하기 때문에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상품에 가입한다고 하자 지점장이 나와서 연 4%대 안전한 상품이 있다고 1년만 돈을 맡기라고 했다"며 "몇 차례나 거절했는데 전화로 꾸준히 설득하고 직접 찾아와서 상품가입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3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투자하며 손실 가능성은 따져보지 않은 걸까. A씨는 "평생 적금상품 하나도 가입해 본적이 없다"며 "지점장과 직원들이 '우리나라가 망하지 않으면 절대 손해볼 일이 없는 상품',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처럼 안전한 채권'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상품가입서나 설명서 등 A씨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은행에서 받은 건 통장 하나다. '자기만 믿으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던 지점장과 부지점장의 모습이 생각난다"며 "배운 것 없는 사람에게 사기치는 은행, 책임을 회피하는 은행원들과 같이 더 이상 살기 싫은 세상을 끝내야 하나, 안 좋은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적합성 원칙·설명의무위반… 소송간다



A씨는 법무법인 한누리와 피해보상 소송을 준비중이다. 자신이 기입한 펀드를 판매한 우리은행과 신한금융투자, 펀드를 만든 라임자산운용이 대상이다. 우리은행의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잔액은 1조648억원으로 은행 중에서 가장 많다. 신한금융투자도 5601억원에 달한다, 이들이 벌어들인 수수료는 투자금액의 1~3%로 수백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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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가입한 '라임 플루토-FI 1년(Y)' 전문투자형 상품 가입 통장/사진=이남의 기자
A씨는 우리은행의 '라임 플루토-FI 1년(Y)' 전문투자형 상품에 3억원을 투자하면서 355만7312원(1.18%)의 선취수수료를 냈다. 월 80만원을 버는 A씨의 5개월치 월급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A씨는 "은행의 선취수수료에 대해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 같은 사람한테 350만원은 몇개월치 생활비다. 선취수수료가 있는 줄 알았으면 절대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전하다는 말로 안심시킨뒤 전문투자형 상품을 소개해 공격형 투자자로 만들었다"며 울먹였다. 


법무법인 한누리가 분석한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라임자산운용의 위반사항은 총 3가지다. ▲고객에게 적합하지 못한 상품을 권유하는 '적합성 원칙 위반' ▲투자대상 및 방법, 수익구조, 만기상환방법, 신용보험가입여부 등에 대한 오해할 만한 설명 등 '설명의무위반 및 부당권유' ▲투자대상이 설명 및 설명 자료가 다르고 투자대상을 구조화채권으로 변경하는 등 '운용상 의무위반' 등이다. 

법무법인 한누리 관계자는 "예상 손실액이 정해지면 민사소송에 나설 계획"이라며 "이달 말 자펀드 기준가격까지 조정되면 소송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정부와 금융당국에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그는 "신한금융투자와 우리은행은 라임펀드 상품이 문제가 있어 이 사태가 불거졌다고 라임자산운용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결국 전재산을 잃고 피눈물 흘리는 것은 투자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피끓는 심정을 어디가서 말도 못한다. 내가 무식하고 모자라서 피해를 입은 건지, 금융기관이란 곳이 원래 사기를 치는 곳인지 모든 신뢰가 다 무너졌다"며 "더이상 피해자들이 가슴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 배상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이남의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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