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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간 취업문턱, 금융권 상반기 채용문 활짝 열릴까

이남의 기자VIEW 3,3262020.02.10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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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강준혁씨(가명·27)는 올 상반기 은행의 채용공고 소식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대학 졸업을 연기하고 은행 취업에 매달렸지만 높아진 채용문턱에 두번이나 미끄러져서다. 최근 시중은행은 신규 공채를 줄이고 필기시험과 블라인드 면접 등 채용전형을 신설했다. 강 씨는 “그동안 학점, 자격증, 봉사활동점수를 열심히 쌓았는데 상반기 채용규모가 줄어들면서 경쟁이 더 심화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채용시장에 찬바람이 분다. 취준생의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권은 업무자동화, 비대면채널 활성화로 점포를 줄이고 채용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특히 ‘넥타이 부대’의 상징인 은행원과 보험설계사 등 판매창구 인력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각종 금융거래가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사람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는 줄어드는 추세다.

◆올라간 채용문턱, 공채 줄이고 수시채용 늘려

‘머니S’가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신규 채용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370명의 인력을 새로 뽑았다. 신규 채용인력은 2016년 1040명에서 2017년 1950명으로 910명(87.5%) 증가한 데 이어 2018년에는 3112명으로 1162명(59.5%) 늘었다. 단기간 내 채용 인원이 늘면서 지난해에는 증가폭이 7.6%(258명)에 그쳤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1010명을 채용해 전년보다 410명 더 뽑았고 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채용 인원이 482명에서 550명으로 68명 늘었다. 우리은행은 750명으로 전년과 동일했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의 신용채용은 각각 100명, 120명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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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카드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우리카드는 대졸 신입직원을 30여명 채용했다. 전년 100여명을 채용했던 것과 비교하면 70%나 줄어든 규모다. 카드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한 해 전과 비슷한 30여명을 선발했다. 삼성카드와 국민카드도 전년과 비슷한 각각 40명, 35명을 신규 채용했다.

예년과 달리 지난해 신입사원을 아예 채용하지 않은 카드사도 있었다. 롯데카드는 매년 그룹 공채를 통해 20명 안팎 규모로 신입사원을 선발했지만 지난해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에 팔려 신입 공채를 뽑지 않았다. 비씨카드도 매년 20여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했으나 지난해 별도의 신입공채를 진행하지 않고 ‘채용 전환형 인턴십’을 통해 일부만 충원했다.

오랜 불황을 겪고 있는 보험업권도 채용 실적이 초라하다. 매년 100명을 신규로 뽑아온 삼성생명을 제외하고 교보생명(60명), 한화생명(50명), 현대해상(40명), DB손해보험(40명) 등은 지난해 신규인력을 줄이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채용했다.

금융권의 일자리 한파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람과 종이(서류) 위주로 영업하던 업무가 온라인 거래로 옮겨가면서 인력 수요가 대폭 줄었다. 금융권은 핀테크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채용규모를 줄이는 한편 핀테크와 디지털인력의 수시채용을 늘리고 있다.

모바일금융의 전산, 보안, 인증 등을 다룰 수 있는 디지털인력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다룰 수 있는 AI인재가 채용 대상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채용에서 현업부서에 채용 권한을 위임하는 ‘비스포크’(Bespoke·맞춤형) 수시채용을 도입했다. 인사팀이 아닌 현업부서에 인사 권한을 위임하는 획기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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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융분야가 갈수록 전문화되면서 모바일금융 특성에 맞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채용방식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현업 부서가 선발한 인재는 지원부서의 직무교육을 받고 즉시 업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상반기 신입채용 고민… 희망퇴직금도 줄어


올 상반기 금융권의 공채는 빠르면 4월부터 시작된다. ‘A매치’라고 불리는 금융공기업 공채를 시작으로 은행과 카드, 보험사 등이 상반기 공채에 돌입한다.

연초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한 은행은 젊은 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했다. 다만 떠난 인원만큼 신입사원을 채용할지는 미지수다. 저마다 ‘비용효율화’를 경영화두로 내세우며 인건비 부담 줄이기에 돌입해서다.

그동안 시중은행은 연평균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퇴직금을 지급했으나 올해는 특별퇴직금 마저 줄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964~1967년생 희망퇴직자에게 직위·나이에 따라 월평균 임금의 23~35개월치를 특별퇴직금을 지급했다. 최대 39개월치를 지급했던 전년과 비교하면 4개월치가 줄었다.

NH농협은행도 1963년생 퇴직자에게 월평균 임금의 28개월치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했다. 전년보다 8개월이나 줄어든 금액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임금피크 특별퇴직 대상자인 1964년과 1965년생에게는 각각 월 평균임금의 22개월과 31개월치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했다. 전년도 31~36개월치에 비하면 같은 조건의 퇴직자도 최대 5개월치가 줄었다. 15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직원 대상인 준정년 특별퇴직금도 최대 33개월치에서 최대 27개월치로 줄었다.

은행이 특별퇴직금 축소에 나선 것은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비용절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희망퇴직은 장기적으로 은행의 인건비 절감과 조직 효율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퇴직금에 더해 특별퇴직금과 자녀학자금 지원, 재취업지원금, 건강검진비 등 각종 복리후생비를 일시에 지급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은 2015~2018년 희망퇴직을 포함한 해고·명예퇴직급여로 연평균 9592억원을 지출했다. 특별퇴직금이 줄일수록 희망퇴직자도 점차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는 신규채용 감소로 이어진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앞으로 금융업황의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장년층 퇴직을 늘려 청년층 고용으로 이어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현장에서 일하는 계장이나 대리보다 업무를 지시하는 차장·부장급 직원이 더 많은 항아리형 인력구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1호(2019년 2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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