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3년만의 사이드카와 'IMF 그늘'

이남의 기자 | 2019.08.12 07:08

/사진=이미지투데이


8월5일 오후 2시 KEB하나은행 딜링룸 곳곳에서 탄식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1220원선까지 치솟았고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일제히 급락했다.


한국거래소는 투매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이 급변할 경우 현물시장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프로그램 매매호가를 관리하는 제도다. 하지만 코스피는 1950선, 코스닥은 600선 아래로 떨어졌다.

국내 증시불안은 미국이 중국과의 환율전쟁을 선포하고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에서 배제하는 등 대외악재가 덮친 영향이 컸다. 원화가치는 힘없이 하락했고 외환·금융시장에서는 대규모 자금 유출로 ‘제 2의 금융위기’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금융전문가들은 우리경제가 퍼펙트스톰(악재가 동시다발로 일어나는 초대형 경제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한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많은 기업이 경영난을 겪어 은행의 부실채권이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다.

반면 정부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금융시장에 위기감이 과도하게 퍼졌다는 진단과 함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시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1단계는 금융시장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투자심리 안정을 위한 금융정책을 펼친다. 자금경색이 일어나고 실물경기가 둔화하는 2단계에선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자본이 유출되고 실물경기가 침체하는 3단계에선 금융기관의 자본확충 등을 통해 금융시스템 안정을 꾀한다. 지금은 1단계 대응이다.

정부가 자신하는 이유는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3대 지표가 양호해서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031억1000만달러로 늘었고 외국인들이 보유한 단기외채는 30%로 수준으로 감소했다. 단기외채가 낮으면 대외지금 능력이 그만큼 튼튼하다는 의미다. 이밖에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도 안정적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문제가 쌓여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역성장했고 물가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경영난을 겪으며 산업경쟁력은 과거보다 악화됐다. 정부의 위기진단 능력이 걱정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떠오른다. 1997년 IMF외환위기 상황을 그린 영화에서 정부는 수많은 기업과 가정이 망가져도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말을 되풀이 한다. 이 말을 믿고 인내한 국민들은 빚쟁이가 됐고 거짓말로 규정한 사람들은 부자가 됐다.

현실에서는 위기의 징조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데 이번에도 정부는 실체없는 낙관론을 믿으라 말한다. ‘걱정말라’는 말 대신 일반 투자자와 기업, 금융권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강력한 금융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5호(2019년 8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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