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게임' 못 쓰는 시대 오나

채성오 기자 | 2019.05.27 15:20
/사진=이미지투데이

세계보건기구가(WHO)가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가운데 도입 전부터 다양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2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이용 장애(질병코드 6C51)를 포함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안(ICD-11)이 국내에서 시행될 경우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대될 전망이다. 일부 의학계에서 ‘게임중독만 치료의 대상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관련 정책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기우’에 불과하다고 볼 수는 없다. 게임을 ‘질병 유발물질’로 취급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술과 담배 등에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붙는다. 이는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른 것으로 의료비를 증가시킬 요인에 대해 부담금을 걷어 세수를 확보하고 공공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정책이다.

오는 2026년 KCD를 통해 국내에서도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할 경우 ‘치유세’ 등의 명목으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걷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중독세와 관련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하지만 업계에서는 매출의 1%를 관련 세금으로 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중독세가 시행될 경우 PC방 가격도 인상될 여지가 크다. 게임을 매개로 하는 대중시설인 만큼 세금을 통한 가격인상을 피하기 어렵다. 게임사를 대상으로 매출의 일정부분을 기금으로 걷을 경우 e스포츠 경기 관람료 또한 인상될 수 있다. 패키지 혹은 유료게임도 중독세 기금의 영향을 받아 가격이 오를 수 있고 할인 프로모션 및 마케팅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임 지적재산권(IP)을 바탕으로 한 영화, 드라마 등 2차 창작물에 대한 제작도 둔화될 요소가 있다. 중독 유발물질이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연계 산업마저 사라질 수 있다.

관련 정책을 악용한 사례도 빈번해질 전망이다. 게임의 과도한 이용 및 중독 진단을 받을 경우 군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음에도 면제나 사회복무요원으로 빠질 수 있다. 2011년 병무청은 ‘게임중독으로 6개월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사람으로 정상적 직무수행이 곤란한 사람’을 복무부적합자로 규정했다가 2015년 삭제한 바 있다.

이외 구직자, 학생, 복무중인 군 장병에게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력서, 개인정보 기재란, 생활기록부에 취미를 게임으로 기재할 경우 ‘질병 유발자’로 낙인찍힐 수 있고 장래희망란에 ‘프로게이머’ 직군 역시 쓸 수 없다.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질병을 만드는 악의 축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겠지만 게임이용 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되면 나타날 수 있는 실생활 사례들”이라며 “국내외 유명 게임쇼도 사라지는 것은 물론 글로벌게임산업이 일거에 위축될 수 있다. 전세계 게임업계가 WHO의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 유럽,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전세계 게임산업협단체는 WHO 회원국에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내 게임이용 장애를 포함 결정 재고를 촉구했다. 현재 국내 질병사인분류는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 체계(KCD)에 따라 작성하며 5년마다 개정되기 때문에 게임이용 장애가 반영되면 오는 2026년부터 시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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