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을 만나다] ① “한국야구 역사 정립하고파… 체육교육시스템 바꿔야”

김현준 기자 | 2019.03.15 18:57
허구연 해설위원. /사진=히스토리 채널 제공


히스토리채널 ‘한국 야구의 가장 위대한 순간’에 출연하는 허구연 해설위원이 한국 야구와 스포츠를 향한 조언을 건넸다.

허 해설위원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히스토리 채널이 야구팬들을 위한 특집 편성 캠페인 '한국 야구의 가장 위대한 순간들‘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허 해설은 오는 18일부터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 프로야구 37년사에 남을 명장면들을 본인의 경험과 주변인의 증언을 통해 생생하게 재조명할 예정이다.

허 해설위원은 리그 원년부터 현장에서 활동한 한국프로야구(KBO)의 살아있는 산증인이다. 허 위원은 한국 야구가 40년 가까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KBO 안팎에서 펼쳐진 수많은 이야기를 정립해 신구세대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기를 바랐다.

이날 허 해설위원은 “한국 프로야구리그가 창설된 지 37년 됐다. 제가 알기로는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 정립이 제대로 안 됐다. 현재 팬들은 이전 이야기에 대해서 특정 팀, 선수의 기록과 업적 등에만 익숙해 있다. 이런 가운데 37년간의 프로야구를 정리하는 데 이번 히스토리 프로그램이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프로그램 취지를 밝혔다.

이어 그는 “직접 경험하고 관련됐던 범주 내에서 이야기를 꾸릴 예정이다. 프로야구가 어떤 이유로 창단했는지, 그 당시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다루는 것부터 시작해서 9, 10구단 창단 과정 등을 다룰 것”이라며 본인이 경험했던 수많은 스토리를 생생히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허 위원은 “구단의 숫자, 팬 의식 수준 등은 많이 변화한 상태다. 50세 이상 팬들은 이번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전 시절을 회상할 수 있으며, 젊은 세대는 간혹 들었던 이야기들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프로그램이 야구 팬들에게 세대를 아우르는 가교 역할을 해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허구연 해설위원. /사진=히스토리 채널 제공

허 위원은 KBO, 그리고 한국 스포츠가 이전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한 데 아우러서 연결하지 않고 있는 점을 아쉬워했다.

허 위원은 “미국 MLB는 리그 역사를 만든 베이브 루스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조명한다. 그래서 젊은 사람 역시 루스에 친숙하다. 축구 종목에서는 펠레가 그런 인물이다. 하지만 현재 KBO는 그러지 못하다. 타 종목에서도 지금 세대 중 신동파를 아는 이가 있을까”라면서 한국 스포츼 역사의 단절성을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미국, 일본 등을 보면 기자·해설자·캐스터 등 종사자들이 몇십년 간 일한다. 내가 만난 LA 다저스 전문기자 켄 거닉의 경우 20세부터 지금까지 다저스에서 활동 중이다. 단장, 감독뿐 아니라 류현진에 대해서도 가장 능통한 인물이다. 샌디 쿠팩스부터 커쇼까지 실제로 지켜본 인물이 분석하는 것은 젊은 기자들과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에는 여러 여건상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이번 히스토리 프로그램을 통해 리그 전반적인 흐름과 맥을 이어주고 싶었다. 팩트에 기반을 둔 확실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면서 “깜짝 놀랄 만한, 이슈가 될 만한 이야기도 담았다”고 귀띔했다.

미국 현지 기자들과의 일화도 소개했다. 허 해설위원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한 지역을 방문했을 때 현지 기자들이 ‘한국 야구 4대 불가사의’를 꼽은 적이 있다. 그 중 하나가 1990년 해태와 LG가 맞붙은 잠실 경기에서 벌어진 방화사건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맞붙었는데 양키스 팬들이 보스턴 홈에서 난리를 친 경우”라며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는 “방화 외에도 극기훈련 중 얼음물 속에 입수하는 일 등을 꼽았다. 한 기자는 ‘그럼 우리도 스프링캠프 갈 필요 없이 알래스카로 가면 되겠다’고 웃으며 답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허 해설위원은 본인이 지속적으로 인프라를 강조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다저스 구단을 방문할 당시 충격을 먹었다. 우리나라는 잠실을 제외하고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야구하는 정도의 운동장에서 리그가 열렸다. 메이저리그 화장실만도 못한 시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팬들이 경기장을 찾겠나”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현재 체육교육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허 해설위원은 “현재 종목을 불문하고 선수들이 시시각각 사건을 일으키는 원인은 교육 시스템에 있다. 적어도 중학교 때부터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운동에만 ‘올인’한다. 아이가 박찬호, 류현진 등의 선수로 성장하기를 기대하는 학부모들도 감독이 수업을 마치고 운동을 시작한다고 하면 해당 감독의 교체를 요구하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난 학생은 조정 능력, 규칙 준수 등이 부족하게 된다. 이런 선수들이 어린 시절부터 관행으로 해왔던 부분을 성인이 돼 시정할 리가 없다. 굉장히 중요하고 심각한 이야기다. 이런 결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대한체육회나 연맹뿐만 아니라 교육부도 나서서 체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엘리트, 클럽 스포츠가 잘 조화돼 정말 프로생활을 해 나갈 수 있는 의지와 재능을 갖춘 선수들이 육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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