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웅의 여행톡] "소확행 나와라, 뚝딱!"… 수상한 제주 동쪽 끝

구좌(제주)=박정웅 기자 | 2019.03.15 17:56
지난 8일 종달리의 일출. 왼쪽 섬은 우도다. /사진=박정웅 기자

성산일출봉과 우도를 앞마당 삼은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終達里). 지명에 섬의 동쪽 ‘끝’이라는 유래가 찰싹 달라붙었다. 다시 말해 한라산의 동쪽 끝의 해안가 마을이란 뜻이다. 옆마을 하도리와 경계를 이룬 지미봉에 오르면 성산과 우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종달리의 전체 형상은 특이하다. 중산간에서 해안으로 갈수록 잘록하던 것이 뭉툭해지는, 마치 도깨비방망이를 닮았다. 중산간의 문석이오름에서 시작해 손지오름, 용눈이오름, 은월봉, 그리고 해안의 지미봉을 등허리 삼은 모양이 그렇다. 

지난 9일 용목개와당의 일출. 철새도래지에 철새들이 노닌다. 오른쪽 산은 종달리 지미봉이다. /사진=박정웅 기자
종달리의 중심은 종달초등학교를 품은 해변 마을이다. 땅도 드넓다. 염전이던 곳이 당근이며 무며 감자를 수확하는 너른 들판이 됐다. 마을을 중심으로 꽤 많은 사람들이 종달리를 찾는다. 성산일출봉과 우도를 보려는 여행객이 많다.

제주의 다른 곳보다 한산하다는 점도 종달리를 찾는 이유일 수 있겠다. 해맞이해안도로(올레길21코스)를 느릿하게 걷는 여행객이 눈에 띈다. 모두 성산일출봉과 우도에 눈을 맞춘다. 더구나 휠체어가 통행하는 올레길1코스가 있다. 평탄한 길을 느릿하게 걸음하면서 여유로운 한나절을 즐기는 데 좋다. 

지난 8일 무 수확이 한창인 종달리 들판. 가운데 산은 다랑쉬오름(월랑봉)이다. 멀리 정상에 흰눈이 쌓인 한라산이 보인다. /사진=박정웅 기자
4.3을 상징하는 동백꽃. /사진=박정웅 기자
해변을 뒤로하고 중산간으로 향하면 오름을 여럿 담을 수 있다. 해변에서 중산간으로 오르는 길이지만 높낮이가 완만해 자전거를 타기에 좋다. 용눈이오름은 숲이 거의 없는 민둥산이다. 걷기여행길이 잘 조성돼 가볍게 걸음하면 좋다. 오름 아래는 레일바이크가 바람을 가른다.

한라산을 향해 달리다 보면 오른쪽에 제법 큰 오름이 보인다. 바로 평대리의 다랑쉬오름(월랑봉)이다. 다랑쉬는 ‘오름의 여왕’이랄 정도로 유명하다. 규모가 커 한라산 백록담처럼 분화구가 있다. 분화구 둘레는 1.5㎞이며 깊이는 백록담과 비슷한 115m나 된다. 그런 까닭에 제주도 오름의 랜드마크가 됐다.

맞은편 덤불숲이 다랑쉬굴이다. /사진=박정웅 기자
지난 8일 다랑쉬굴에서 바라본 다랑쉬오름. /사진=박정웅 기자
다랑쉬는 제주4·3의 아픔을 간직했다. 바로 다랑쉬굴이다. 학살이 자행된 지 44년 만인 1992년 11구의 유골이 발굴된 것. 안타까운 사연에 더해 가슴을 더 아프게 하는 불상사도 있었다. 유골의 처리 여부를 두고 유족과 기관 간 갈등이 빚어졌다. 당시만 해도 금기어인 ‘4·3’의 흔적을 묻으려는 당국의 행태에 공분이 일었다. 다랑쉬굴의 사연은 제주4·3평화기념관에 재현됐다.

다랑쉬오름 너머는 ‘천년의 숲’ 비자림이다.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지정된 비자림은 500~800년생 비자나무 2800그루가 운집해 있다. 비자나무의 크기와 둘레, 규모 모두 상당해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비자나무 숲이다. 특히 비자나무 숲속의 삼림욕은 자연건강과 휴양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탐방로 곳곳에는 콩짜개란, 혹난초 등 희귀식물이 자생한다.

비자림의 새천년 비자나무와 탐방객들. /사진=박정웅 기자
비자림 인근에는 비자숲힐링센터가 있다. 환경부와 제주도가 공동 건립했고 제주대학교가 운영한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환경성 질환 예방교육과 놀이, 자연체험을 통해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정보를 제공한다. 또 아토피질환자와 방문객 건강관리를 위한 각종 검사, 테라피 체험, 전문가 상담 및 숲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종달리 여행은 ‘소확행’에 가깝다. 산과 바다, 그리고 사람들. 종달리는 수수함 자체이기 때문이다. 또 아픈 얘기까지 챙길 수 있어서다. 종달리 여행은 금방 뜨거워졌다가 식어버리는 그런 곳과는 다른 뭔가 있는 듯하다. 감추고 있다가 필요하면 ‘뚝딱!’ 하고 하나만 꺼내 아껴두고 볼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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