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8350원'의 그늘

김설아 기자 | 2019.01.08 06:29
8350원. 새해 첫날부터 적용된 시간당 최저임금이다. 이는 지난해 7350원보다 10.9% 오른 것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던 해 6470원에서 2년만에 29.1% 올랐다.

최저임금은 근로기준법상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된다. 상용근로자뿐 아니라 임시직, 일용직, 시간제 근로자, 외국인 근로자 등 고용형태나 국적에 관계없이 지급해야한다. 최저임금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얽힌 노동계와 경영계의 이해관계 간극은 너무 크다. 

최저임금의 바탕에는 경제민주화라는 화두가 깔려있다. 각론에는 차이가 있어도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명분이다. 지난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대한항공 총수일가와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의 폭력 등에서 나타난 왜곡된 갑을구조를 고려해보면 ‘을’에 대한 보호는 당연하다.

특히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도 빈곤에 허덕이는 ‘을’이라는 점에서 임금 인상을 통한 사회안전망 확대는 필수조건이다. 편의점에서 밤새 일하는 취업준비생, 동네 음식점에서 홀서빙하는 아주머니, 은퇴 후 아파트 경비업무를 보는 할아버지 등 모두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적잖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을 소득분배와 성장을 동시에 이루는 해법으로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른바 최저임금 인상의 그늘이다. 모든 정책에 사각지대가 있다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오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최근 지방의 한 아파트에서는 경비원 30명 가운데 22명이 새해 첫날부터 해고될 위기에 놓였고, 서울 목동에서 20여년간 이어오던 한 어린이집은 오는 2월을 끝으로 폐원한다.

어디 이뿐인가. 병원들은 경영 악화를 우려해 경쟁적으로 펼치던 할인 혜택을 줄이고 환자부담금을 줄줄이 인상하는가 하면 자영업자들의 외식·의류 매장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PC방·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건설현장 노동자 등 많은 이들은 노동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 각박한 세태라는 자조섞인 한탄이 쏟아지고 있지만 현재진행형의 냉혹한 현실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이처럼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내놓은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 지속상승 시 대응방안으로 ‘1인 및 가족경영’이 52.7%로 가장 높았고 인력감축이 40.9%로 그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 역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은 일자리를 잃게 되고 결국 소득불평등 심화라는 악순환을 불러온다고 지적한다. 개중에는 지역·업종·업무강도·숙련도에 따라 최저임금을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과연 최저임금 인상만이 답일까. 올해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받는 임금근로자는 최대 500만명. 이들이 모두 본인의 자리를 지켜내면서 급여인상이라는 혜택을 누리게 될까. 최저임금 인상 실효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커지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4호(2019년 1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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