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 중국몽, 장밋빛 기대는 'Pause'

채성오 기자 | 2019.01.01 06:44
함흥으로 간 차사가 마침내 돌아왔다. 기약없이 떠났던 차사는 서신 한장을 품에 안은 채 희망에 찬 표정을 짓는다. 해석에 따라 비보와 낭보로 나뉘는 애매한 문구지만 답변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중국정부를 바라보는 국내 게임업계의 상황이 이렇다. 

최근 중국게임산업컨퍼런스(CGIGC)에서 펭시싱 중국 중앙선전부 출판부 부국장의 한마디가 국내 게임업계를 들뜨게 만들었다. 올 3월까지 밀려있는 판호(유통 허가권)를 우선 발급하고 매달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연설 당시 내·외자판호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국내 게임도 포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져 나갔다.

국내 게임업계로선 숨통이 트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중국 게임시장은 지난해 매출 기준 344억달러를 기록해 단일국가로는 가장 큰 규모다. 2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할 만큼 성장속도가 빠른 곳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기대감은 증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관련 발표 직후 웹젠, 넷마블 등 게임주는 반등했고 신작 출시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장밋빛 관측까지 더해졌다. 올해 게임시장의 성장규모를 점치는 콘텐츠도 연달아 쏟아져 나왔다.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했던 시기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지난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로 촉발된 한류금지령부터 시진핑 중국 주석의 게임통제 시기를 지나 진정한 해빙기를 맞이하는 모습이다. 중국의 자국보호주의와 사상통제 요소를 배제한다면 말이다.

중국은 자국 산업 보호에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시장 진입 초기 ‘카피캣’(copycat)이라는 비아냥을 감수하면서까지 전문 기술을 습득하고 일정 수준에 올라서면 물량공세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 세계시장 1위에 올라선 후 무역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수순이다. 

지난해 하반기 시 주석이 정권유지와 사상통제를 위해 내자판호를 금지하기 전까지 외자판호를 내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추할 수 있다. 1위 사업자인 텐센트의 게임 유통을 금지하는 등 내자판호까지 엄격히 관리한 것도 중국기업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한 ‘빅픽처’라는게 게임업계의 중론이다. 중국이 시 주석 체제 유지를 위해 폭력성 짙은 게임과 소셜기능을 배제한다는 점도 국내 게임업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막상 열린다고 해도 언제쯤 외국 기업에게 손을 내밀지 알수 없는 곳이 중국시장이다. 가능한 빠른 시간내 수출 판로가 열리길 기대하면서도 정작 국내 게임업계와 정부는 넋 놓고 바라만 보고 있다. 

실제로 기업 담당자와 판호 현황에 대한 대화를 나눌 때마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볼멘소리만 돌아온다. 게임 담당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실무진과 접촉하면서 신흥시장 개척 판로도 늘리겠다’는 추상적인 답변만 반복할 뿐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우리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중국은 국내 게임시장에서 수십억원의 돈을 벌어들이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중국시장 진출 가능성이 열린 지금, 게임강국으로 재도약하기 위한 업계의 냉정한 판단과 강력한 실행이 필요하다. 지식재산권(IP)과 랜덤박스 위주의 양산형 게임 대신 중국정부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가상현실(VR)이나 콘솔형콘텐츠에 투자해 보는 것은 어떨까.

☞ 본 기사는 <머니S> 제573호(2019년 1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문자
  • URL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