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성호 이익의 '균전'과 경기도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경기=김동우 기자 | 2018.12.07 13:25

▲ 성호 이익 선생. / 사진제공=안산 성호기념관

“가진 자의 부(富)는 덜어내고 없는 자에게는 보태주라”

조선 후기 실학자 성호 이익(李瀷, 1681~1763) 선생이 주장한 말이다. 그는 지위 높은 고관의 재산은 덜어내고 지위 낮은 서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을 펴야 주장했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기본소득의 발상과 같은 개념이다.

21세기는 4차 산업혁명 등 비약적인 기술발전이 일어나고 있다. 기업은 이윤의 증식을 위해  생산에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적극 대처하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은 불문가지다.

고용률이 낮아지고 불안해지면, 개인은 자연스레 지출을 줄인다. 자본주의는 노동자는 곧 소비자. 소비자가 소비할 돈이 없거나 있어도 불안한 나머지 지갑을 닫으면 이른바 소비가 격감하고, 결국 기업이 만든 상품은 팔리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 신성불가침한 영역인 ‘시장’과 ‘자본주의’가 지속되려면, 이제는 일을 하지 않아도(아니 일을 할 수 없어도) 어떤 형태로든 개인에게 소비를 위한 돈을 지불해야 한다. 기본소득 개념이 이렇게 대두된 것이다.

기본소득은 우리가 원하는 자율적인 노동이라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매월 한 사람 당 현금을 줘서 지속적인 소비력을 갖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액보장이다. 이 기본소득의 전제는 자산조사나 근로조건에 관계없이, 모든 구성원들이 개인 단위로 국가로부터 지급 받는 소득이라는 것이다. 

제러미 리프킨이 쓴 <노동의 종말>에 보면, “풍요로운 사회가 되면 그 풍요로움을 모든 사람이 누리게 될 것이다”고 믿어왔다. 이에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무의미한 노동을 벗어날 수 있는 기술의 진보는 조건 없는 기본소득으로 나눠야 한다.

이미 조선시대에 이익 선생 역시 동일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부자는 끝없이 넓은 토지를 차지하고 있으나 가난한 사람은 송곳 꽂을 만한 밭도 없다. 따라서 부자는 점점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진다”(『곽우록』「균전(均田)」).

균전을 실행하려면 “부자의 토지를 빼앗아야”하기 때문에 이 또한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성호는 실행 방법으로서 영업전(永業田)을 제시했다. 영업전은 한 가족이 평균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재산을 계산해서 그것에 맞추어 일정한 토지를 분배하는 것이다. 즉 영업전은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팔 수 없게 법으로 제정한 공전(公田)에 해당한다.

모든 사람에게 공짜로 땅을 나눠 주자고 하는 것은 나라에서 기본소득을 보장해 주자는 발상이다. 그러고 보니 기본소득이란 것은 딴 나라에서 만든 이상한 제도가 아니라 ‘기본소득제’는 우리의 선조가 제안한 훌륭한 제도인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영업전을 균등하게 지급하자고 제안한 성호 이익 선생을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나 극단적으로 종북, 좌파로 몰 수 없지 않는가.

요즘 경기도에서 이재명 지사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시행을 두고 전국 설명회를 열고 있다. 이 사업은 국토보유세를 재원으로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이익은 기본소득 영업전 재원을 만들기 위해 균전의 명분으로 이용했듯이 둘은 스펙트럼이다.

찬반을 떠나 시도는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재산·소득·노동 활동에 관계없이 모든 도민에게 금전지원을 하는 것을 정책 추진은 사회혁신정책으로 갖는 의미가 크다.

요즘 경기도 내놓은 기본소득형 부동산세는 기본소득과 국토보유세를 합친 개념이다. 여기서 기본소득은 국가가 모든 국민들의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것을 말하고, 국토보유세는 토지를 보유하는 것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즉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는 토지 소유자로부터 보유세를 걷어 국민 개개인에게 기본소득으로 분배하는 것이 골자이다. 다시 말해 부동산을 통해 벌어진 부의 불평등을 세금으로 좁혀 보자는 의도인 것이다.

문제의 단초는 불로소득이었다. 1년 국민총생산의 약 1/4에 해당하는 400조 가까운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하고 있다. '그에 대한 과세조차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가 현실이다.

부동산으로 얻어진 극복하기 어려운 불로소득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론도 최고조에 달해 있다. 부동산 소유불균형으로 인해 극소수가 부동산 시장을 점유해 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시장에 맡겨 둔다면 부동산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젊은 세대는 생존의 가장 기초라 할 수 있는 주거생활이 심각하게 침해받는다. 저출산 문제와도 부동산은 직결 되어 있어 국가나 지방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을 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 논란의 여지가 있음에도 국토보유세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토지공개념 면에서 국토보유세는 헌법적 근거도 확보하고 있다. 즉 헌법 제122조는'국가는 토지소유권에 대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한 토지가 공공재라는 것에 대한 것이다.

이익이 실행한 정책을 이어 실천하는 것은 ‘후손들의 책무’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국민의 최소생활 수준을 확실히 보장하면서 재분배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본소득제에 대한 진지한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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