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트렌드 10년 만에 출판가 강타… '아버지→어머니→나'로 대상은 변해

강인귀 기자 | 2018.12.07 07:54
교보문고가 발표한 2018년 연간 베스트셀러에서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가 1위를 차지했다.

이름과 생김새까지 이미 잘 알고 있지만 서점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책이 1위를 차지한 원인은 연간 종합 베스트 10위권에 오른 비슷한 책들에서 찾을 수 있다.

2위 <모든 순간이 너였다>, 3위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5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6위 <언어의 온도>, 7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처럼 따뜻한 말과 위로를 건네는 책이 종합 10위권의 절반 이상(6종)을 차지한 것이다.

올 한 해 우리 독자들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책들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정서적 공통분모를 모아 교보문고에서는 2018년 베스트셀러 키워드로 ‘토닥토닥’을 선정하고 다음과 같이 그 내용을 설명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만만치 않은 현실, 필요한 건 위로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는 캐릭터가 귀여우니까 10대와 20대 여성이 많이 샀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 연령대의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연령별/성별 베스트 상위도서 분석결과를 보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는 전 연령대의 고른 사랑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좀처럼 열리기 어렵다는 40대와 50대 남성들의 지갑까지 열 게 만든 것은 그저 캐릭터가 귀여워서라는 이유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에 교보문고는 곰돌이 푸가 건네는 평이하면서도 따뜻한 위로의 한 마디 말에 세대와 성별을 넘어서 뜨겁게 반응한 이유는 아무래도 그만큼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팍팍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조사된 2018년도 1~10월까지의 평균 실업률은 3.9%로 2001년 이래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고, 2018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의하면 저소득 1분위의 소득은 줄고 고소득 5분위의 소득은 늘어나 소득분배 불균형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조금 잠잠해지기는 했지만 부동산 값의 연이은 상승과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세를 보이는 등 자영업자의 체감 경기 또한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렇게 ‘정말 사는 것이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하반기에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토닥토닥’ 대상의 시대별 변화

한편 독서시장에서 ‘위로’ 코드의 강세는 경제가 어려운 시절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이러한 위로를 얻는 대상은 시대별로 조금씩 달랐다.

먼저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과 뒤이은 대량 실직사태에는 ‘아버지’가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존재였다. 갑작스런 경제위기로 인한 실직상태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지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나의 마음을 추스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존재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김정현 작가의 <아버지>라는 소설이 당시 종합 2위를 기록하며 엄청난 열풍을 불렀다.

IMF 당시 ‘아버지’가 키워드였다면 그로부터 약 10년 뒤인 2008년에는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우리의 마음을 달래줄 존재는 바로 ‘어머니’였다. 당시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가 연말에 출간되며 한 가정에서 어머니의 부재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과 해소를 다뤄, 가정 안에서 어머니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했다. <엄마를 부탁해>는 다음 해 ‘엄마 신드롬’으로 이어져 종합 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2018년 현재에는 ‘나’에 주목하고 있다. 상처받은 내 마음을 스스로 위로해주고 단단한 ‘나’의 존재를 찾아가는 도서들이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같은 책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는 위로의 주체와 객체도 ‘나’라는 존재로 수렴되어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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