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난전권과 경제민주화 그리고 '지역화폐'

경기=김동우 기자 | 2018.12.06 09:53

▲ 경기도를 빛낸 인물, 번암 채제공의 초상. / 자료제공=수원화성박물관

“첫째, 매점매석 등 이익만 좇는 풍속이 유행해 민심이 흉흉해졌다. 둘째, 생산자들이 제 값을 받지 못해 생산 활동이 위축된다. 셋째, 일반 소상인은 제대로 장사를 할 수 없어 유통과 소비가 발달하지 못한다. 넷째, 상공업 활동을 하는 백성이 줄어들어 나라 경제가 번성할 수 없게 된다”

조선 후기 좌의정 채제공이 정조에게 보고한 금난전권의 폐해에 관한 내용이다.

조선의 역사에서도 특권을 가진 상인집단이 기득권을 확보하기 위해 소상인을 억압했다. 이에 조선 정부는 소상인 보호정책을 적극 수립하고 이를 적극 실천했는데, 정조대왕이 1791년 단행한 이른바 ‘신해통공(辛亥通共)’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중소기업을 살리는 조치로, 조선의 대표적인 소상인 보호정책으로 불린다. 대기업이 독점하던 유통산업을 모든 기업에 개방한 '조선판 상업활성화 대책'인 것이다.

중소기업과 서민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독상 채제공은 시전 상인, 즉 대기업의 독과점 행위를 규제해야 신흥 상업세력을 키우고 '거시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조대왕 역시 소득 불평등이 경제위기의 근원이라고 생각했다.

노론은 결사코 반대했다. “독점상인이 사라지면 경제가 문란해지고, 국가에 안정적으로 물품을 납품하기 힘들어진다”는 이유였다. 거대 독점상인을 보호해야 국가경제가 안정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정조대왕은 영세상인을 키워 중산층을 키우는 것이 국가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고 봤다.

요즘 말로 강력한 '경제민주화' 조치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정조대왕은 정치 개혁뿐 아니라 경제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것이다.

시대의 변화상을 파악하고 경제 분야에서 확실한 개혁 정책을 추진해 백성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 정조대왕의 리더십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1세기 글로벌 경제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에도 전혀 낯설지 않다. 금난전권은 폐지했건만 세상은 변한 게 없다.

과거 시전 상인들이 금난전권을 앞세워 영세상인들의 난전을 제재했다면 오늘날도 거대 자본들은 새로운 '금난전권'을 등에 업고 경쟁조차 될 수 없는 영세상인들의 싹을 잘라놓고 있다. 여전히 몰상식과 비정상, 부조리에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고 견제·균형이 약화됐다.

세월은 바뀌어 현대에 살고 있지만 정부 주도의 고도성장에 일조하면서 쌓아온 부의 축적은 어느덧 부의 불평등으로 하소연되고 있고 대기업을 향한 경제민주화 외침은 아직도 여전하다.

정부에서는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독과점 완화, 경제양극화의 해소, 소수에 의한 경제 독식과 집중화 방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방지, 문어발식 기업 확장 완화 등을 빼놓고선 얘기할 수 없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정위와의 '입찰담합 근절 및 중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지방에도 공정하고 건전한 경제 질서 확립에 필요한 권한을 위임하는 등 '공정거래법' 개정 검토가 필요하다는 건의한 바 있다.

건설하도급 및 제조업 불공정거래에 대해서 중재 및 조사권을 부여하고, 시·군 및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에 대해 하도급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하는 등 제조업 및 건설업 분야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자는 것이다.

경기도에서도 상가건물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운영 강화, 무분별한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 상권 진출 억제 등 소상공인의 생계터전을 보호하고 안정적 영업환경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들이 추진 중이다.

오늘날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 등에 대항하여 전통시장을 살리는 방안으로 등장한 '지역화폐' 정책은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골목경제를 활성화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노원(NW)', 경기 시흥시 '시루'가 대표적이다.

정부의 소상공인을 위한 전통시장 살리기 정책의 힘이 크다. 그동안 전통시장 현대화공사는 대형마트와 경쟁하기 위한 하드웨어였다는 지자체에서 추진되는 지역화폐는 소프트웨어다. 청년배당, 산후조리 지원금, 아동수당 등이 지역화폐 지급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지역화폐는 그동안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치부되는 과거에서 탈피, 역외유출 차단을 위한 법정화폐의 대안으로 발전했다. 지역에 돈을 돌게하고 소상공인과 지역주민, 지방자치단체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거래의 안정성, 신속성, 편리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 자원봉사, 기부 등 사회적 가치 결합이 필요하고 공공영역까지 확장도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흐름과 맞물려 시스템 구축도 과제다.

신해통공은 시전상인의 독점력은 붕괴시켰지만, 아쉽게도 사상(私商 개인적인 상행위)이라는 새로운 독점상인의 출현을 야기했다. 역사적 교훈을 거울삼아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는 미래가 없다. 새로운 정책 추진에는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밑바탕에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문자
  • URL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