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무용론 '솔솔'… 미워도 다시 한번?

김정훈 기자 | 2018.12.05 06:15
무주택 실수요자 주택 공급을 골자로 한 청약제도 개편안이 이달부터 시행된다. 이번 개편안은 ‘무주택자를 위한 기살리기’ 정책으로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찮다. 1주택자는 최대 희생양이 됐다. 청약제도 개편 때 마다 반복되는 오락가락 정책에 실요자들의 상처는 깊어간다. <머니S>는 달라지는 청약제도를 살펴보고 이에 따른 전망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사진=뉴스1DB


[달라지는 청약제도-하] ‘통장’ 깨자니 아쉽고, 두자니 아깝고

# 서울에 아파트 한채를 소유한 직장인 김모씨(40)는 6년간 50만원씩 적립하며 유지했던 청약통장 해지를 고민 중이다. 이달부터 청약제도 개편이 시행되면서 1주택자는 사실상 1순위 당첨이 어려워서다. 김씨는 “당첨 확률이 낮아 청약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월 적립금을 다른 곳에 투자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아파트 청약 추첨제 물량의 최소 75%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내용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청약통장 유지자들의 혼란이 가중된다. 그동안 1주택자의 경우 1순위 당첨이 가능했지만 개편 후에는 사실상 가능성이 희박해서다. 이에 일부 유주택 가입자들은 ‘쓸모가 없어진’ 청약통장 해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약통장, ‘해지할까 말까’

달라지는 청약제도 개편에서 1주택자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내용은 추첨제 물량배정 부분이다. 기존에는 유주택자도 1순위 청약이 가능했지만 앞으로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공급되는 추첨제 물량 75% 이상은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돼 당첨 확률이 매우 낮아졌다. 나머지 25%도 무주택자와 기존 집을 처분하기로 한 1주택자 사이에서 입주자가 결정된다.

이번 제도 개편으로 분양권을 가지면 유주택자로 보고 직계존속 가점제도 일부 변경되면서 여러모로 청약 당첨 기준이 더 상향된 분위기다. 신혼부부 특별공급도 신혼기간 중 주택 처분 이력이 있으면 유주택자로 분류된다. 정부 방침이 실수요자들에게 당첨기회를 주겠다는 의도라 기존 유주택자들은 청약통장을 계속 유지해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청약으로 새 집 혹은 더 넓은 집으로 옮길 계획이던 1주택자들은 이번 개편이 원망스럽다. 1주택자인 가정주부 정모씨(44)는 “서울지역 이주를 계획하고 7년간 1500만원 이상을 청약통장에 넣었는데 이번 결정으로 모두 헛수고가 됐다”며 “혹시 또 정책이 바뀔지 몰라 해지를 쉽게 결정하진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1주택자 정모씨(39)는 “청약 규제 발표 전인 9월에 이미 청약을 해지했다"며 "적립금 4000만원가량을 투자할 대체투자 수단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1주택자 청약통장 소유주들은 해지하거나 적립금을 다른 곳에 투자 및 기존 대출금 상환에 활용하는 등의 방안을 고민 중이다.

◆청약통장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

전문가들은 여전히 청약통장만한 내집 마련 기회가 없다며 해지에 신중을 기하라고 조언한다. 실제 제도 개편 예고 후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오히려 늘었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예금·부금·청약저축) 가입자수는 2433만7365명이다. 신규가입이 가능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수 역시 2246만71명으로 9월 말(2231만1433명)보다 14만명 이상 증가했다.

이번 개편시행이 9월 예고된 것을 감안하면 청약통장 가입자가 되레 증가한 셈이다. 아직 청약제도 본격 시행 전이라 2~3달 후의 반응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청약통장 가입자수가 늘어난 것은 유주택자라 해도 당장 청약통장을 해약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도 청약통장 ‘무용론’에 크게 신경을 쓰지 말라는 분위기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청약통장은 오래 보유하고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가점을 주는 가점제가 유지되는 한 또 활용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해지할 이유가 없다”고 조언했다.

저축의 개념에서도 청약통장은 유용하다는 주장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청약통장에 돈이 묶여 있어도 손해 보는 것이 없다. 오히려 활용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가입자가 제도 개편으로 주택 마련의 기회가 낮아졌지만 단순 예금의 개념에서 보면 굳이 청약통장을 해약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청약통장 금리가 일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더 높은 상황”이라며 “청약통장 하나로 금리 재테크와 아파트 재테크를 모두 할 수 있는데 당첨기회가 낮아졌다고 굳이 해약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했다.

◆치열해질 청약경쟁, 가점 챙겨라

청약제도 개편으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숨통이 트일 예정이지만 여전히 서울이나 인기지역에서 내집 마련하기란쉽지 않다. 인기지역 청약경쟁률이 대책 발표와 무관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은 물론 비규제지역에서도 신규 분양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은 뜨겁다.

최근 청약당첨자를 발표한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는 평균 42대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강남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꽤 높은 수치다. 강남뿐 아니라 인천 등 수도권 분양 역시 흥행했다.

결국 당첨에 유리한 무주택자들이 인기지역 청약에 몰려 전보다 경쟁이 더 심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1주택자들도 당첨 가능성이 아예 없는게 아니어서 이들까지 가세하면 청약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청약 당첨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직방이 분석한 올해 서울아파트 청약결과를 보면 분양결과는 평균 27.9대1의 경쟁률에 당첨가점이 58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경쟁률은 13.4대1에 평균 당첨가점이 50점이었다. 경쟁률은 두배 이상, 당첨 가점은 8점이 높아졌다.

부동산 전문가는 “청약경쟁률이 더욱 심화된다는 가정 아래 당첨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은 결국 기본요건을 갖추는 것”이라며 “가입기간이 길고 부양가족수가 많은 청약통장 가입자는 높은 가점을 얻어 청약 당첨에 유리하다. 동일한 1순위 기준 국민주택의 경우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납입 횟수, 납입 총액 등으로 등수를 정하는 것도 미리 알아두면 좋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9호(2018년 12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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