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뉴트로, 일시적 현상 넘어 메가트렌드 될 것”

채성오 기자 | 2018.11.30 05:40

/사진=이미지투데이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잊을 만하면 한번쯤 등장하는 복고 열풍. 장르와 분야를 막론하고 복고는 레트로, 빈티지라는 이름으로 시대를 대변했다. 그런데 최근 복고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어쩐지 다르다. 이전에 접하지 못한 레트로 흐름이다. 1020 젊은층도 복고를 즐기는가 하면 추억 속 제품과 디자인은 같지만 기능은 최첨단이다.유통업계와 문화계 등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는 뉴트로 열풍. <머니S>가 친숙한 듯 새로운 뉴트로의 이유 있는 흥행과 그 현상을 들여다봤다.-편집자주-


[뉴트로가 뜬다] ⑤·끝 ‘뉴트로’ 예견, 전문가에 들어보니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퀸’(Queen)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1020세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20세기를 풍미한 프레디 머큐리의 노래와 삶을 표현한 이 영화는 당시 퀸에 열광했던 4050세대보다 밀레니얼세대(1982~2000년 사이에 태어난 신세대)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처럼 과거의 추억을 새롭게 재해석한 콘텐츠가 밀레니얼세대를 중심으로 소비되는 현상을 ‘뉴트로’(New-tro)라고 한다. <머니S>는 내년 트렌드 중 하나로 뉴트로를 꼽은 ‘트렌드 코리아 2019’의 공저자 전미영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을 만나 뉴트로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봤다.

◆밀레니얼 세대의 신 복고문화

뉴트로와 복고는 소비주체와 취향을 기준으로 나뉜다. 단순히 추억만 불러일으킨다면 복고풍이지만 재해석을 통해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창출한다면 뉴트로에 속한다.

전 연구위원은 “뉴트로는 1020세대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과거의 추억을 새로운 주류 문화로 받아들이는 현상”이라며 “단순히 과거에 인기있던 제품을 그대로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밀레니얼세대를 타깃으로 한 트렌드가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뉴트로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명품시계 브랜드의 복각제품이 대표적이다. 창립 당시 출시한 1호 제품과 같은 디자인으로 설계하는 대신 내부 무브먼트를 최신형으로 탑재해 실용성과 심미성을 살린다. 1990년대 유행했던 잔스포츠나 이스트팩 가방을 '스트릿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해 새롭게 출시하는 전략도 뉴트로 마케팅이다.

서울 을지로 거리에서도 뉴트로 문화를 찾아볼 수 있다. 충무로-을지로3가-을지로4가를 잇는 을지로 상권은 인쇄골목 특유의 낡은 소품과 인테리어를 유지하면서도 젊은 세대가 즐겨찾는 와인바, 커피숍, 음식점 등 이색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1020세대는 을지로 거리를 보며 ‘낡았다’는 느낌 대신 홍콩의 예술거리 같은 새로운 감성으로 받아들인다.

감성을 활용한 뉴트로 콘텐츠도 젊은 소비층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옛날 필름카메라를 표방한 사진촬영 애플리케이션(앱) ‘구닥’은 실제 필름카메라로 촬영하는 느낌으로 밀레니얼세대의 감성을 자극한다. 앱을 실행하면 화면이 검게 변하고 손톱 크기만한 렌즈가 등장한다. 필름카메라처럼 24장 촬영이 가능하며 사진을 현상하듯 사흘 정도 지나야 사진첩에 업로드되지만 밀레니얼세대 사이에서 가장 핫한 앱으로 자리매김했다.

패션업계에도 뉴트로를 반영한 쇼핑몰이 등장했다. 국내 패션그룹 세정이 경기도 용인시에 오픈한 동춘175는 기존 물류창고를 현대적 감각으로 리모델링해 주목받고 있다. 세정의 전신 ‘동춘상회’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 쇼핑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는 1020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인지도를 높였다. 개장 한달 만인 지난 8월에만 ‘#동춘175’ 해시태그 게시물이 5000개를 넘어설 만큼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전 연구위원은 “밀레니얼세대에게 뉴트로 문화는 생애 최초 경험이기 때문에 새롭고 신선한 것”이라며 “추억의 콘셉트를 빌려오되 1020세대가 좋아할 수 있도록 공략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뉴트로, 내년 메가트렌드 중심축"

밀레니얼 세대는 왜 뉴트로에 열광할까. 전 연구위원은 “밀레니얼세대의 소비성향이 시대적 감성과 맞물리면서 뉴트로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6·25전쟁 등을 거치며 경제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최신기술 중심의 미래지향적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사진=채성오 기자
전 연구위원은 “추억할 수 있는 과거가 부족했고 산업 발전에 주력하다 보니 문화적 자산이 전무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문화적 자산을 대량 축적했기 때문에 밀레니얼세대 사이에 뉴트로가 자리잡을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고 뉴트로 열풍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50년 이상의 브랜드 헤리티지(유산)를 보유한 기업들이 뉴트로 마케팅에 유리하다”며 “인기제품을 선보였던 기업들은 밀레니얼세대를 타깃으로 한 뉴트로 마케팅으로 차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이런 배경과 맞물려 콘셉트를 추구하는 밀레니얼세대의 소비성향이 어우러졌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한강에 나들이를 갈 때 도시락을 넣은 라탄바구니를 들고 나오면서 만화의 한 장면처럼 연출하거나 코엑스에 설치된 별마당도서관을 즐겨찾는 등 테마가 있는 문화를 선호하기 때문에 뉴트로 마케팅이 자연스럽게 뿌리내릴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전 연구위원은 “유행이 한 분야에 집중되는 현상과 달리 뉴트로는 다양한 취향이 혼재되고 그 안에서 콘셉트를 가진 콘텐츠가 새로운 감성으로 변화한다”며 “밀레니얼세대는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여러 취향을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크기 때문에 뉴트로 감성을 쉽고 빠르게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뉴트로 현상이 문화의 중심에 설 것으로 전망했다. “밀레니얼세대의 취향과 복고에 열광하는 특성을 먼저 알아보는 기업들이 큰 성공을 거둘 것입니다.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보니 유통 분야에서 뉴트로를 활용한 제품을 대거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뉴트로가 사회문화 현상에서 한걸음 더 나가 중심적인 메가트렌드로 자리잡을 겁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8호(2018년 11월28일~12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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