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강심장] "가을 주왕산, 여기가 조물주의 갤러리렷다"

강영신 기자 | 2018.11.09 15:45
주왕산의 기암절벽. /사진=한국관광공사


주왕산국립공원 협곡 탐방
주왕계곡·주산지, 곳곳이 경관 뻬어난 '신의 영역'


조물주의 솜씨가 참으로 놀랍다. 억겁의 세월이 빚어낸 기암절벽에 고운 단풍으로 수를 놓았다. 마치 하늘에서 가을이 쏟아져 내리는 듯한 이곳은 신의 갤러리, 경북 청송 주왕산국립공원이다.

◆조물주의 갤러리, 주왕산국립공원

자연의 맑고 푸른 기운이 모인 주왕산은 가장 청송다운 곳이다. 주왕산(721m)은 산 전체가 협곡이다. 까마득히 높고 날이 선 벼랑이 계곡 양쪽에 우뚝하다. 신라시대에는 암석이 병풍처럼 펼쳐졌다 해서 석병산이라고도 불렸다. ‘택리지’를 쓴 이중환 역시 주왕산을 다녀와 “골이 모두 돌로 되어 있어 마음과 눈을 놀라게 한다”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신비로운 바위가 골짜기를 이룬 주왕계곡 코스는 주왕산이 품은 보물 중 으뜸이다. 수직의 바위절벽 사이로 급수대, 학소대, 시루봉 등 다양한 모양의 기암이 줄을 잇는다. 번개가 갈라놓은 듯한 용추협곡을 지나면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폭포가 흐른다. 오색단풍이 협곡을 물들이는 가을이면 잊지 못할 풍경을 만나게 된다. 주왕계곡 코스는 용연폭포까지 왕복 3시간이 걸리지만 용추폭포까지 짧게 끊어서 다녀온다면 1시간이면 된다.

번개가 갈라놓은 듯한 용추협곡./사진=한국관광공사

출발은 주왕산국립공원 상의매표소다.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대전사다. 첫인상부터 놀랍다. 절 지붕 위로 불쑥 솟아오른 기암(旗巖) 단애가 시선을 압도한다.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편 모양이기도 하고 임금님의 익선관 같기도 하다. 뫼 산(山) 글자와도 닮았다. 흔히 기암이라 하면 ‘기이하게 생긴 바위’(奇巖·기암)라 생각하지만 기암 단애의 기(旗)는 깃발을 의미한다. 

전설에 의하면 중국 당나라 때 사람인 주도(周鍍)가 반역에 실패하고 깊은 골짜기를 찾아 이곳까지 숨어들자 당나라 왕이 신라 왕에게 주왕을 잡아달라 요청하였다. 주왕이 자신을 잡으러 온 신라 마일성 장군과 전투를 시작할 때 이곳에 깃발을 꽂아두었다 해서 기암이라 하는데, 일설에는 주왕을 찾은 마 장군이 깃발을 꽂아둔 거라고도 한다. 전설이야 어찌 됐든 마치 신선이 살고 있는 듯하다. ‘동국여지승람’의 청송도호부 편에 “반드시 신선이 사는 곳이 아니더라도 그대로 날개가 돋아 신선이 되어 갈 수 있으리라”라고 쓰인 이유를 알 것 같다.

용추협곡의 시루봉./사진=한국관광공사

대전사를 지나 용추폭포까지 편안한 길이 이어진다.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있을 만큼 길이 평탄하다. 맑은 계곡 물소리와 계곡을 물들인 형형색색의 단풍에 귀와 눈이 즐겁다. 이 길의 하이라이트는 용추폭포 앞에 있는 용추협곡이다. 마치 번개가 내리쳐 바위산 하나를 통째로 갈라놓은 모양이다. 석벽은 하늘을 가릴 만큼 높이 솟아올랐고, 두어 사람 지나다닐까 싶게 좁디좁다. 신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문이 있다면 이런 모양일까. 감탄사가 절로 난다. 놀라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용추협곡을 빠져나오면 석벽으로 둘러친 공간에서 3단 폭포가 흘러내린다. 용추폭포다. 1단 폭포 아래 커다란 선녀탕이 있고 2단 폭포에는 구룡소가 있다. 3단 폭포 위로는 단풍이 영롱하다.

이토록 신비로운 주왕산 협곡의 탄생은 백악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일대에 아홉 번이 넘는 화산 폭발이 일어났고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분출됐다. 거대하게 쌓인 고온의 화산재는 냉각되면서 용결응회암으로 변했다. 냉각과 수축으로 기둥 모양의 주상절리가 만들어지고 세월이 흐르면서 수직의 주상절리가 떨어져 나가 가파른 절벽이 생겼다. 그 사이로 계곡 물이 흘러 골짜기를 더욱 깊게 만들더니 폭포를 빚어냈다. 용추폭포를 지나면 숲길과 계곡길을 따라 절구폭포와 용연폭포가 이어지며 자연의 신비를 만끽하게 된다.

단풍 그림자 드리운 가을의 주산지./사진=한국관광공사

◆왕버들이 오색 가을 꿈꾸는 주산지

주왕산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계곡이 절골계곡이다. 운수암이라는 절이 있었다 하여 붙은 이름인데 절은 사라지고 깊은 계곡만 남아 있다. 절골계곡 들머리에 별세계가 숨어 있다. 주왕산 자락의 울창한 수림이 감싸 안은 작은 못, 주산지다.

주산지는 조선 숙종 때인 1720년에 착공해 1721년 경종 원년에 준공한 농업용 저수지다. 주산지 입구에는 작은 비석이 서 있다. 주산지를 축조하는 데 공이 컸던 월성 이씨 이진표의 공덕비다. 지난 300년간 마른 적이 없다는 주산지를 지키고 있는 듯하다. 비석을 지나 이어지는 산책로는 촉촉하고 편안하다. 단풍이 붉은 그늘을 드리운 산책로 끝에 주산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주산지를 유명하게 만든 주인공은 왕버들이다. 물속에 뿌리내린 채 수백 년을 유유히 살고 있다. 계절마다 독특한 풍광을 연출해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 할 것 없이 아름다운 주산지지만 유독 가을이면 주산지를 찾는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호수를 둘러싼 산자락은 오색 단풍으로 물들고 새벽이면 물안개가 피어올라 신비감을 더한다. 전국 사진작가들이 몰려드는 이유다. 청송 주산지 일원은 명승 제105호로 국가 지정 문화재다.

◆교통(서울-청송) 정보

▲버스
서울-청송(주왕산),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주왕산버스터미널까지 1일 6회(06:30~17:30) 운행, 약 4시간30분 소요

▲자가운전
당진영덕고속도로 → 청송IC → 청송IC교차로에서 ‘청송·포항’ 방면 우회전 → 청송로 → 청운삼거리에서 ‘주왕산국립공원·대전사’ 방면 좌회전 → 주왕산로 → 이전사거리에서 ‘절골·주산지’ 방면으로 좌회전 → 주산지길 → 주산지 주차장


<자료 및 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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