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리그 순위] 16년 만의 ‘4팀 16강 진출’ 노리는 세리에A

김현준 기자 | 2018.11.08 13:31
2009-201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인터밀란. 해당 시즌은 이탈리아 세리에A 팀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마지막 시즌이기도 하다. /사진=로이터


2006년은 이탈리아 축구계에게 떠올리기 싫은 악몽과 같은 해다. ‘칼치오폴리’라 불리는 승부조작 사건에 세리에A의 거함 유벤투스와 AC밀란이 연루되면서 유벤투스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2부 리그로 강등당했다. 유벤투스는 당시 보유하고 있었던 스타들을 붙잡을 여력이 없었고 잔루카 잠브로타, 파비오 칸나바로, 릴리앙 튀랑,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패트릭 비에이라 등이 팀을 떠났다.

역대 최악의 사건에 휩싸인 세리에A는 이후 2006-2007시즌과 2009-2010시즌에서 각각 AC밀란과 인터밀란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그러나 점차 대다수 클럽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연스레 투자도 줄어들었다. 선수 영입은 드문 대신 유출이 잦아졌고 2000년대 전성기를 보낸 선수들도 하나 둘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이탈리아 축구는 암흑기에 빠졌다.

이후 안토니오 콘테와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이 지휘한 유벤투스가 1부리그 복귀 후 새롭게 이탈리아의 패권을 차지하면서 2015년과 2017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두번 오르며 오랜만에 유럽 대항전에서 선전했다. 반면 리그 내에서 유벤투스와 스쿠데토(세리에A 우승을 상징하는 방패 문양)를 놓고 경쟁했던 AS로마와 SSC 나폴리는 16강 진출도 버거워했다. 심지어 2014-2015시즌에는 나폴리가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스페인의 아틀레틱 빌바오에 2경기 합계 2-4로 밀리면서 단 두팀만 챔피언스리그 본선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을 계기로 유벤투스를 제외한 다른 클럽들도 선전하기 시작했다. 유벤투스는 해당 시즌 우승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8강에서 합계 3-4로 아쉽게 패했지만 AS로마가 FC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역사에 남을 역전극을 펼치며 4강에 진출했다. 4강에서도 리버풀을 상대로 또 한번 드라마를 작성할 뻔했지만 1골이 모자라면서 아쉽게 결승진출에는 실패했다.

이번 시즌은 더 출발이 좋다. 개편된 챔피언스리그 규정에 따라 세리에A 4위 팀도 본선에 직행할 수 있게 되면서 2008-2009시즌 이후 처음으로 네 팀이 본선에 올랐다. 조별예선 4차전까지 진행된 현재 기준으로 세리에A 팀들은 모두 16강 진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현재 인터밀란(인테르)은 B조에서 승점 7점 조 2위에 올랐으며 토트넘 핫스퍼와 3점 차이를 유지하고 있다. 두 팀의 맞대결을 제외하고 토트넘은 조 선두 FC 바르셀로나 전을 남겨둔 반면 인테르는 조 최하위 PSV 아인트호벤 전을 치르는 만큼 인테르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나폴리는 죽음의 조인 C조에서 선두 리버풀에 득실차로 뒤처진 조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리버풀이 지난 7일(한국시간) 최약체 크르베나 즈베즈다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16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나폴리다.

AS로마의 상황은 더 좋다. 승점 9점을 기록하며 레알 마드리드에 득실차 2점 뒤진 조 2위를 마크하고 있는 로마는 8일(한국시간) 조 3위 CSKA 모스크바를 2-1로 격파하면서 모스크바와 승점 격차를 5점까지 벌렸다. 2경기밖에 남지 않아 로마의 토너먼트 진출은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유벤투스도 같은 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패하긴 했지만 여전히 조 1위를 지키고 있다. 오는 28일 홈구장에서 열리는 발렌시아전에서 최소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이 확정되는 만큼 4시즌 연속 16강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다.

세리에A 구단 4팀이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한 시기는 2002-2003시즌이 유일하다. 해당 시즌은 2차 조별예선을 대신해 16강 토너먼트가 처음으로 도입됐으며 AC밀란과 유벤투스가 결승전에서 격돌한 대회이기도 하다. 만약 이탈리아 구단들이 16년 만에 모두 16강 무대에 오른다면 이탈리아 리그의 길었던 부진이 종식됐음을 선언하는 징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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