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더리 보이콧 찍힐라… 은행 남북경협 '올스톱'

이남의 기자 | 2018.11.08 11:01
(왼쪽부터)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사진=각사

국내 은행이 추진하던 남북경협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올초부터 남북의 화해무드에 대북 경제협력 훈풍이 불었으나 미국이 대북 금융지원 관련 국내은행에 세컨더리 보이콧(제2차제재) 조항을 강조하면서 남북경협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은 내부적으로 준비했던 남북경협 관련 TF(태스크포스)를 잠정 중단했다.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북한에 점포를 가진 우리은행은 지난 4월 TF를 만들고 내부검토를 들어갔으나 3개월 한시적으로 운영한 후 현재 가동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은 남북경제교류가 확대되면 개성공단 재입점을 추진하는 동시에 금강산 등 대북 관광사업 금융지원과 SOC 사업 참여, 금융인프라 지원 등 추진 계획을 세운바 있다.

KB금융지주는 KB금융경영연구소 산하에 북한 연구센터를 설치해 남북경협 연구를 준비했다. KB국민은행은 이산가족 상봉단이 사전에 집결하는 곳에 임시 환전소를 운영하기도 했다.

NH농협은행은 내부적으로 구성한 남북금융협력추진위원회가 남북경협을 준비, 향후 지점 오픈도 검토했지만 현재는 뚜렷한 진전이 없다. 지난 7월 ‘남북경협 랩(LAB)’을 만든 신한은행도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남북경협지원위원
회를 설치한 IBK기업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축통화 '달러' 파워… 세컨더리 보이콧 눈치 

은행권의 남북경협에 힘이 빠진 데는 최근 미국 재무부가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이유로 은행 7곳과 전화회의를 갖고 대북 제재 준수를 강조한 것이 화근이 됐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당사국과 피당사국 사이의 1차 제재가 아니라 다른 국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2차 제재를 의미한다.

미국과 거래하는 제3국의 정부·은행·기업 등도 북한과 마찬가지로 거래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가령 한국이 이를 무시하고 북한에 금융지원을 하면 북한과 동급의 제재를 받게 돼 미국 정부나 기업과 거래가 전면 금지될 수 있다. 

미국은 지난 5일부터 이란 제재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규정을 적용했다. 이에 시중은행은 이란인 계좌의 거래를 제한한 상태다.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기에 앞서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이란인 계좌의 입금 거래를 제한했다. NH농협은행은 기존 이란인 고객 신원 확인을 다시 하기로 했다. 이후 준법감시인이 거래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신원과 거래목적 등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다면 해당 고객과의 거래를 중지한다는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은 이란인 신규 계좌 개설과 국내 거래를 모두 허용한다. 다만 계좌주 신원확인 주기를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해 더 자주 신원 확인을 하기로 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란 고객의 거주 여부와 거래 목적 등을 확인하고 고위 경영진 승인을 얻어 이란인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국제 거래 대부분이 기축통화인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따를 수 밖에 없다"며 "남북경협 사업은 물론 이란과의 거래도 미국의 규제 상황을 살펴보고 재가동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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