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는데, 역시나"… 신용길 생보협회장의 1년 평가

김정훈 기자 | 2018.11.09 09:00
사진=생명보험협회

다음달 취임 1주년을 맞이하는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에 대한 보험업계의 눈길이 싸늘하다. 그는 취임 초 사상 첫 민간출신 협회장, 중소형사인 KB생명 대표 출신인 덕에 대형사는 물론 중소형 보험사의 입장을 두루 대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 회장은 부임 초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연착륙과 함께 보험업계 불황에 대비할 몇가지 핵심과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취임 1년 동안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 생보업계는 즉시연금 사태, 암보험 약관 문제 등의 이슈로 생보협회의 역할이 더 중요했던 한해였지만 신 회장이 업계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신 회장, IFRS17 연착륙 방안 뭐였나

신 회장은 올 초 부임 기자회견에서 IFRS17 도입을 앞두고 제도 연착륙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 밝혔다. 

IFRS17은 금융사의 자산·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는 새 회계기준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나중에 돌려줘야 할 저축성보험료는 모두 부채로 잡혀 금융업권 중에서도 보험사 타격이 크다.

이에 보험사들은 일찌감치 자본증자에 나서는 등 새 회계제도 도입을 준비해왔다. 신 회장 입장에서도 IFRS17 도입은 자신의 임기 내에 이뤄지는 일인 만큼 제도 연착륙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문제는 일부 중소형사의 경우 여전히 자체계획 지연, 외부 계리·회계 전문인력 부족 등 IFRS17결산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이다. IFRS17 도입 시 기존과 다른 새 회계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당국은 보험사별로 내년까지 이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지시한 상태지만 일부 중소형사는 여전히 회계법인 조차 구하지 못하는 등 답보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중소형사들은 생보협회의 지원부족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신 회장이 1년 전 외친 IFRS17 연착륙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생보협회 측은 "대형보험사의 IFRS17회계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지식이나 노하우 등을 중소형사에게 전파해 그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소형사의 입장은 달랐다. 한 중소형사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정보도 중요하지만 계리·회계에 능통한 전문인력"이라며 "그런쪽 지원을 받은 일은 없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회계시스템 구축에 나서지 못한 보험사를 대상으로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회계시스템 구축 시 회계법인의 컨설팅이 우선돼야 하지만 대부분의 대형 회계법인이 대형사 위주로 계약을 마쳐 중소형사의 경우 컨설팅조차 쉽지 않아 당국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보협회 역시 특별한 지원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 회장이 비교적 소형사인 KB생명 대표 출신이기에 중소형사들의 실망감은 더 크다는 분위기다.

신 회장의 대관업무 능력도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업계는 그동안 금융당국에 IFRS17 도입 연기를 꾸준히 요청했지만 거절당해왔다. 특히 신 회장은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업계가 적응할 수 있도록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를 점진 도입하는 일정을 검토해 줄 것을 당국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까지도 공개석상에서 "IFRS17은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밝히며 업계 요청에 선을 그어왔다. 

불행 중 다행으로 IFRS17은 도입이 1년 유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오는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이사회를 열고 당초 2021년 도입하려 했던 IFRS17 제도를 1년 늦게 시행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유예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생보협회 측은 "IASB측에 꾸준히 도입 연장 공문을 보내왔다"며 IFRS17도입이 연장된다면 자신들의 공이 크다는 입장이다. 
올해 열린 한 보험세미나에서 신용길 생명보험협회 회장이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얘기를 나두고 있다./사진=뉴스1DB

하지만 업계에서는 IFRS17 도입이 1년 연기된다해도 이는 글로벌 보험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된 덕이지 생보협회의 입김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지난달 열린 IASB 이사회는 유럽보험협회 등의 요청으로 IFRS17 도입 시기를 연기하는 문제가 처음으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사업 '올 스톱'… 협회·보험사, 따로따로 


신 회장이 취임 초 밝힌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도 산으로 가고 있다. 회원사 간 이견이 엇갈리며 지난 5월 플랫폼 구축 작업 사업자인 삼성SDS만 선정한 후 6개월간 사업진행이 올 스톱된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생보협회와 생보사들은 지난 4월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향후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해 본인인증·보험금 청구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참여했던 생보사들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 사업 중 하나인 본인인증 관련 인증서 발급을 놓고 협회와 생보사들 사이에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생보사들은 공인인증 분야에서 이미 카카오페이를 도입하며 자체 인증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대부분의 생·손보사가 도입하며 보험업계 공식 공인인증서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굳이 협회의 공인인증서 대체 사업에 참여할 동기가 크지 않은 상태다. 

생보협회 측은 "현재 회원사 간 기술적인 문제로 이견이 생겨 잠시 사업이 중단된 것일 뿐"이라며 "곧 사업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 측은 또한 플랫폼 사업은 공인인증보다 보험금 자동청구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보사들은 협회 측의 사업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원사 입장에서 정말 추진이 필요한 사업이면 5개월 동안 협의점을 어떻게든 찾아냈을 것"이라며 "협회는 회원사 간 이견을 좁혀줘야 하는 기관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건 신 회장의 잘못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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