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만화,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확행'의 변신

강영신 기자 | 2018.11.07 06:51
[머니S 강영신 기자, 심혁주 기자, 류은혁 기자] 웹툰이 대중문화의 한축으로 자리잡으면서 만화를 보는 것이 마치 산책하고 음악을 듣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상적인 행위가 됐다. 그 결과 웹툰을 즐기는 소비층이 세대를 불문하고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에는 블루오션 산업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면서 기존 산업과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에 머니S는 만화책에서 웹툰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을 짚고 현 상황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웹툰 전성시대] ① 만화에서 웹툰으로… '파이를 키워라'

/사진=뉴스1


#이렇다 할 오락거리가 없던 시절, 만화는 노소를 불문하고 모두를 즐겁게 해주는 한 시절의 ‘소확행’이었다. 1990년대 들어서도 전성기를 구가하던 만화산업은 1997년 청소년보호법이 발의되며 직격탄을 맞았고 점차 쪼그라들었다.

1980년대는 만화의 황금기였다. 1984년 ‘보물섬’ 창간을 필두로 만화전문잡지가 속속 창간되고 문하생 시스템이 자리잡으며 만화산업은 부흥했다. 만화가 승승장구하던 시절에는 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학부모의 미움을 샀다. 1980년대 우리나라의 주적이 북한이었다면 만화는 이른바 ‘학업의 주적’으로 불리며 불에 태워지기도 했다. 옆나라 중국에서는 아이들의 공부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김용의 무협소설을 못 읽게 했다는데 우리나라는 ‘금서’를 넘어 ‘분서’까지 한 것이다.

그러나 1997년을 기점으로 만화산업은 침체기에 접어든다. 그 이유로는 정부 규제, 만화방·대여점의 난립, 저작권 문제 등이 꼽힌다. 나아가 1990년대 말 등장한 스타크래프트와 각종 온라인게임은 만화방으로 향하던 발길을 PC방으로 돌리게 만들었다. 2000년대에는 불법 스캔본이 횡행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웹하드 역할을 하던 ‘와레즈’라는 공유사이트에 만화책이 스캔본으로 올라왔고 이후 ‘당나귀’, ‘프루나’ 등의 웹하드를 통해 유통됐다. 

◆황금기 누리던 만화산업, 정부규제로 침체일로 

무엇보다도 정부가 만화산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만화가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여론이 점점 커지면서 1997년 정부는 ‘청소년에게 청소년 유해매체를 판매·대여·배포·이용토록 하는 것’을 금지하는 청소년보호법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당시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킨 청소년 불량서클 ‘일진회’ 사건이 크게 작용했다.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폭력적인 일본만화’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청소년보호법이 발의된 뒤 검찰은 청소년의 만화방 이용, 서점에서 유해만화 구매 등을 문제 삼으며 폭력·음란만화 단속에 나섰다. 폭력적인 만화를 대여했다는 이유로 만화방 업주가 입건되는 촌극도 일어났다. 

이에 서점이 만화 판매를 꺼리며 만화산업은 크게 위축됐다. 청소년 유해판정을 받은 만화는 ‘18세 미만 구독불가’ 등의 스티커를 붙여 ‘불량만화’임을 표시해야 했는데 이를 어길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졌다. 1997년 7월 기준 유해판정을 받은 만화책은 1700종, 총 510만권이었다. 

게다가 유해판정의 기준이 모호해 같은 시리즈 안에서도 어떤 권은 유해판정을 받고 어떤 권은 그렇지 않았다. 대대적인 단속이 벌어졌던 만큼 실수라도 했다가는 입건될 판, 많은 서점업주가 차라리 팔지 않는 쪽을 택한 것이다. 

/사진=뉴시스

이듬해 IMF가 터지며 만화시장은 3분의1 규모로 축소됐다. 30개에 달하던 만화잡지가 10개 수준으로 줄었고 많은 성인만화잡지가 도산했다. 이때 책 대여점이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받으며 퇴직자들의 자금을 빨아들였다. 그 결과 대여점이 난립하며 만화의 소비패턴을 구매에서 대여로 바꿔놓았다. 이는 현재까지 판매시장 확대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90년대 말 등장한 수많은 인기게임과 PC방으로 인해 만화산업은 더욱 궁지에 몰린다. 정부가 2002년 ‘만화산업중장기 발전 5개년 계획’을 입안할 정도로 만화산업은 자력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만화산업 구원투수 '웹툰'의 등장 

만화산업은 인터넷시대에 들어서야 활로를 찾고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 저작권 개념이 희박하던 시절 만화책 스캔본이 온라인상에 유포되며 피해를 입었지만 바로 그곳에서 웹툰(WEB+CARTOON)이 탄생한 것. 

웹툰은 기존의 문하생 제도를 거치지 않은 신진작가들이 개척한 영역이었다. 일각에서 제대로 된 작가에게 지도받지 않은 이들의 작품이라는 꼬리표를 달았고 작품성과 그림체를 두고 쓴소리도 쏟아졌지만 웹툰은 오프라인에서는 체감하기 어려웠던 크나큰 인기로 모든 비판을 잠재웠다.  

2002년 웹툰 ‘파페포포 메모리즈’는 엄청난 인기를 타고 책으로 출간되며 2003년에만 120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그리고 2003년 포털사이트 ‘다음’이 무료 웹툰연재 서비스를 시작했다. 무료, 편리한 접근성, 인터넷 속도의 증가 등의 요인이 맞물리며 웹툰은 큰 인기를 끌었고 흥행에 성공한 웹툰은 다시 책으로 출간되며 만화산업 부흥에 불을 지폈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웹툰만화콘텐츠, 게임, 에니메이션, 무대미술 전공을 지원한 수험생 2000여명이 지난달 20일 오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2019년도 수시1차 실기고사를 치르고 있다./사진=뉴시스(사진=청강문화산업대학교 제공)

강풀의 ‘순정만화’, 김풍의 ‘폐인가족’의 상업적인 성공을 지켜본 수많은 만화가와 지망생은 시선을 온라인으로 돌렸다. 물론 모든 웹툰이 인기를 모은 것은 아니었고 웹툰서비스도 초기에는 알짜사업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인기 웹툰작가의 탄생은 웹툰을 한국만화의 한 장르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이후 후발주자 네이버가 웹툰을 대중화·산업화하면서 화제성을 만들었고 2010년 스마트폰의 보급은 웹툰에 날개를 달아줬다.

◆다음, 세계 최초 웹툰서비스… 네이버가 산업화

다음의 무료 웹툰서비스는 세계 최초로 진행된 실험이었다. 그리고 이 실험이 한국의 만화산업 지형도를 바꿔놨다. 만화출판업이 주도하던 만화시장에서 온라인만화 제작·유통업은 성장이 눈부실 정도다. 

2016년 기준 만화산업 전체 매출액에서 온라인만화 제작·유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5.2%로 만화출판업(49.7%)보다 훨씬 작지만 전년 대비 증감률과 연평균 증감률은 각각 19.6%와 21%로 만화출판업(8.4%·8.7%)보다 2배 이상 높다. 

나아가 KT 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웹툰시장 규모는 8800억원으로 전망된다. 2014년 2100억원에서 4년 만에 4배 성장이 예상되는 것이다.

이에 만화가와 출판사가 중심이던 만화시장에서 웹툰플랫폼의 위상이 막강해졌다.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사이트와 레진코믹스, 탑툰 등의 웹툰플랫폼은 신진작가를 발굴할 뿐만 아니라 인기 웹툰의 지식재산권(IP)을 이용해 게임, 드라마, 영화 등 다른 콘텐츠로 재탄생시켜 또 다른 대박신화를 쓰고 있다. 

게임으로 제작된 네이버 인기웹툰 '외모지상주의'/사진=카카오게임즈

네이버에 연재되며 큰 인기를 끌었던 웹툰 ‘신과함께’는 영화로 만들어져 흥행에 성공했다. 1편 ‘신과함께-죄와 벌’이 1000만 신화를 쓴 데 이어 후속편 ‘인과연’도 1000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이뿐 아니라 10년 넘게 사랑받는 웹툰 ‘마음의 소리’도 웹드라마와 게임으로 제작돼 화제가 됐으며 대부분의 인기 웹툰이 드라마와 게임으로 재탄생돼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이처럼 엄청난 성공에 웹툰 작가의 수입도 주목받았다. 최근 유명 웹툰작가 기안84(김희민)는 방송에서 웹툰수입이 방송수입의 10배가 넘는다고 말한 바 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약 1년간 네이버웹툰에 작품을 연재한 300여명의 수익을 발표했는데 이들의 연 평균수익은 2억2000만원으로 월 평균 1800만원 수준이었다.

◆'종이만화-웹툰' IP 활용해 만화산업 파이 키워야

기존의 종이만화도 이 같은 IP활용에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 말 신일숙의 ‘리니지’가 게임으로 제작되며 지금의 NC소프트를 탄생시켰고 2003년 ‘폐인 신드롬’을 만든 MBC 드라마 ‘다모’도 방학기의 동명작품이 원작이다. 아직까지 연재 중인 ‘열혈강호’도 게임으로 만들어졌으며 2004년에는 형민우의 작품 ‘프리스트’가 할리우드에 진출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존 종이만화의 IP활용은 웹툰에 비해 미비한 실정이다. 최근에는 영화 ‘타짜-신의손’(2014), 드라마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2014) 외에는 이렇다 할 2차 저작물이 없다. IP활용 초창기 네크워크와 시스템 구축에 미흡했던 것이 웹툰전성시대에 들어서자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방송업계 관계자는 “요즘 인기 있는 작품을 리메이크해야 흥행 가능성이 올라가는데 최근엔 그렇게 주목받는 종이만화가 없지 않느냐”며 “작품성이 좋아도 요즘 정서와 맞지 않으면 드라마로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방영을 시작한 tvN '계룡선녀전'. /사진=네이버만화·제이에스픽처스

이를 방증하듯 지난 5일 방영을 시작한 tvN의 ‘계룡선녀전’과 오는 26일 첫 방송을 하는 JTBC의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도 웹툰이 원작이다. 이는 만화시장에서 웹툰 등 디지털만화의 독자 이용비중이 커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종이만화의 인지도가 줄어들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콘텐츠진행원이 발간한 ‘2017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2016년 만화형태별 이용 비율에서 종이만화의 비중은 2015년 37.0%에서 2017년 26.4%로 줄었다. 반면 웹툰 등의 디지털만화의 비중은 63%에서 73.6%로 증가했다.

특히 디지털만화 이용방법(복수응답)을 묻는 질문에는 포털사이트를 이용한다고 답변한 사람이 97.1%로 나타나 만화전문사이트·애플리케이션(40.5%)을 이용한다는 답변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에서는 네이버웹툰이 76.9%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월간이용자(MAU)가 50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다음웹툰 9.4% ▲레진코믹스 3.8% ▲카카오페이지 2.9% ▲케이툰 1.2% 순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만화출판사도 더는 출판시장에 목매지 않고 캐릭터나 IP를 활용해 시너지를 내는 방법을 찾는다”면서 “웹툰의 경우 인터넷에서의 큰 인기 덕에 흥행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이만화와 웹툰을 나눌 것 없이 ‘만화콘텐츠’를 기반으로 만화산업 자체의 파이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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