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립유치원 대책, 국민 눈높이로 봐라

허주열 기자 | 2018.11.06 06:43

사립유치원 비리와 대책을 놓고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 지원금 및 학부모가 내는 교육비를 원장이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자 ‘국민 대 원장’, ‘정부 대 원장’ 구도로 갈등을 빚고 있다.

아이들 교육에 사용하라고 준 지원금으로 원장들이 명품가방·성인용품 등을 구입하고 본인 주유비·자동차세·아파트 관리비 납부 등에 사용한 것을 이해할 국민은 없다. 그만큼 아이들은 받아야 할 교육을 제대로 못 받고 급식도 부실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치원에 매년 2조원가량의 재정이 투입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즉에 이런 문제를 감시하고 책임을 묻는 제도가 마련됐어야 한다.

전체 원아의 약 75%가 사립유치원에 다니고 25%가 국공립유치원에 다닌다. 사립유치원이 3배 많지만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실시한 유치원 감사 적발내역을 보면 사립유치원(6254건, 314억8625만원)은 국공립유치원(654건, 1억1993만원)보다 건수로는 약 10배, 액수로는 약 263배 많았다. 

이 같은 사실 앞에서는 어떤 변명도 들어줄 수 없다.

원장들이 “사재로 설립한 유치원에 대한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아 각종 비리가 발생했다”, “국공립유치원과 다른 회계시스템을 새로 만들어 적용해야 한다” 등의 주장을 펼칠 때가 아니다.

지금까지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들이 낸 교육비를 쌈짓돈으로 쓰다 걸렸으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학부모에게 내놓는 게 우선이다. 

최근 일부 원장들이 보이는 행태는 적반하장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비리 유치원 명단에 자신의 유치원이 포함되자 신입원아 모집 취소, 폐원 등으로 학부모를 겁박하고 있는데 해당 유치원에 아이를 보낸 학부모로서는 분통터질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자녀를 유치원에 못 보내게 되면 직장생활에 지장이 생길까 전전긍긍하는 맞벌이 부모의 걱정이 앞선다. 가해자가 큰 소리를 치고 피해자는 2차 피해를 우려하는 일은 정상적인 국가라면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다. 

정부와 여당이 유치원 비리 근절대책으로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조기 달성(2021년),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파인’ 의무화(2020년), 지원금 목적 외 사용 시 처벌과 교육청의 감사 결과 공개 등 강화된 관리감독 방안을 내놓은 것은 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공청회 등을 통해 유치원 비리 근절방안을 지속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비리라는 것을 모르고, 혹은 알면서도 관습이라 여겨 파행적인 유치원 운영을 반복해 왔고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벌로 넘어갔던 이에게 한번에 바꾸라고 하면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원장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흔들림 없이 시행하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5호(2018년 11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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