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명분 있어야 경영권 분쟁 승리”

People / 김서인 법무법인청담 변호사

박기영 기자 | 2018.11.03 06:20

사진= 박기영 머니S 기자

“경영권 분쟁은 정말 급박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사소한 차이로 승패가 갈립니다. 법원은 법리적으로 애매한 경우에 명분이 있는 쪽 손을 들어주죠.”

경영권 분쟁과 기업 인수·합병 관련 법률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김서인(37) 법무법인 청담 변호사는 경영권 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경영의지와 자금력 등 ‘명분’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정당한 명분을 적절한 법리로 풀어내는 것이 경영권 분쟁에서 효율적으로 승리하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경영권 분쟁 전문 변호사

“우리나라에서 프록시 제도(proxy, 주주를 대신해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와 관련해 이렇게 분쟁이 많은 시기는 없었습니다. 삼성물산의 합병을 엘리엇이 반대한 사건을 기점으로 국내에 관련 분쟁이 늘었죠.”

최근 주식시장에서 가장 예민하고 첨예한 대립인 경영권 분쟁이 늘고 있다. 특정 회사의 주식을 사서 최대주주가 되고 경영에 참여하는 과정까지 기존 경영진과의 원활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에는 여러 가지 변수와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삼성물산과 엘리엇의 분쟁 관련 소송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현재 경영권·M&A 관련 소송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그는 동양, 한국코퍼레이션, 남부토건, 보루네오가구, 리드, 피씨디렉트 등 각종 경영권 분쟁에서 활약했다.

“경영권 분쟁 관련 사건을 맡으면 항상 대기상태죠. 처음에는 혼자서 했지만 물리적 한계 때문에 지금은 변호사 4명으로 팀을 꾸렸어요. 팀을 꾸리고 잠까지 줄였어도 한번에 2-3건이 한계인 것 같아요.”

경영권 분쟁 관련 소송은 일반 소송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다. 심리기일이 열리기까지 준비기간이 짧은 데다 상대방이 준비 서면을 낼 경우 즉시 그에 대응하는 서면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일반 소송과 비교해 업무강도가 급격히 강해진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 주로 발생하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더욱 크다. 파생 소송이 많고 단순히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 외에도 법률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많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의 경우 사건 담당자가 1~2명에 그치는 것에 비해 작은 기업의 경영권 분쟁은 여러 그룹이 당사자인 경우가 많아 각각의 의견을 취합하고 듣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경영권 분쟁 당사자들은 절실함의 정도가 정말 큽니다. 그런 클라이언트를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결국 단순히 법정에서만이 아니라 주총 운영이나 공증, 회사내 이사회 결정 등 실무적인 부분까지 도와주죠.”

실제 그는 과거 맡았던 사건에서 직접 등기 여부를 확인하거나 직무대행자에게 실무진의 입장을 반영한 의견서를 써주기도 하는 등 기본 업무 외의 일도 도맡아 했다. 클라이언트와의 공감을 기반으로 실무적인 조력을 전반적으로 제공한 것이다.

“사건을 맡으면 클라이언트의 현재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심리상태나 현재 상황, 이 사건을 통해 어떤 고민을 하는지 등 그 사람 입장에서 고민을 많이 하고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클라이언트는 어떤 것을 필요로 하겠구나 하는 것을 알아가게 됐죠. 이런 게 내공이 쌓인다는 것 같아요.”

그는 경영권 분쟁 사건에서 단순한 시세 차익 등 욕심 때문에 참여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영에 대한 의지나 자금력 등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송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다. 이 때문에 그는 소송을 진행하기 전 클라이언트에게 솔직하게 현 상황을 진단해준다고 했다.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11개 종목이 무더기로 상장 폐지된 것과 관련해서 몇몇 관계자가 그에게 자문을 구하러 왔을 때도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고 한다. 다만 현재 담당한 사건이 많아 해당 사건을 맡을 여력은 없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단기적인 이슈에 끌려 다니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소문이나 이슈를 듣고 단기인 주가 상승을 노리고 투자를 할 경우 손실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사회에 기여하는 법조인 꿈꿔 

“일에 함몰돼 살아가는 지금도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하겠다는 초심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보다 큰 목표는 계속 고민 중이에요.”

김 변호사는 인터뷰 당일 오전 4시에 출근했다고 했다. 지방에서 열리는 클라이언트의 주주총회 때문이다. 인터뷰를 위해 기자와 만난 시간은 밤 9시쯤으로 출근한지 17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는 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새벽 4시에 분을 바르고 안 발랐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잠까지 줄여가며 일에 몰두하는 이유에 대해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맡은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잠잘 시간도 모자란 상황에서도 한 나절은 할애해야 하는 동부지방법원 조정위원이나 권익위원 등을 맡은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아버지가 군인이다 보니 어릴 때 이사를 많이 했어요. 지방을 많이 돌았는데 정말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 지역도 있었죠. 그럴 때마다 부모님은 어려운 아이들을 데려다 밥을 먹이셨어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자라 사회를 위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법조인이 됐죠.”

김 변호사는 바쁜 일정에 대해 가족들이 많이 이해해줘서 고맙고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여성에게 요구하는 역할이 많은데 그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고도 했다.

“직업 특성상 남의 고민을 대신해주는 가족에게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이 아닌지 항상 고민해요. 남편과 가족이 많이 이해해줘서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있죠. 그럴 때마다 대화를 많이 하고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 본 기사는 <머니S> 제564호(2018년 10월31일~11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문자
  • URL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