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터보프롭기, 남북 하늘길 열리면 큰 역할"

박찬규 기자 | 2018.10.19 18:28
ATR-72-600-5 /사진=ATR 제공

“20년 전 터보프롭기와 비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소음·진동을 비롯한 각종 성능에서 큰 차이가 있거든요. 특히 앞으로 한국시장에서 ATR의 터보프롭항공기가 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합니다. 조만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만난 크리스토프 포토츠키 ATR 아태지역 지사장의 말이다. 그는 제트기 일변도의 한국시장에서 터보프롭기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지방공항을 잇는 연계노선이 거의 없다는 점, 신규 LCC의 추가 선정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성공하리라 판단한 것. 나아가 남한과 북한을 잇는 신규노선이 생긴다면 터보프롭기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는 지방공항을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목표와도 부합한다. 지방공항은 대체로 활주로가 짧고 공항 인근에 민가가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포토츠키 지사장은 ATR의 항공기라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ATR-600-Cockpit /사진=ATR 제공

“ATR의 터보프롭기능 900~1200m 사이 활주로라면 충분히 이착륙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항공기 외부 소음이 매우 적어서 도심에서도 가능성이 크죠. 대표적으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수방자야공항은 도심에 있는데 우리 항공기는 이착륙 허가를 받아 노선을 운항 중이거든요. 따라서 한국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겁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보잉 B747이나 에어버스 A380 등의 대형기종은 3km 이상의 긴 활주로가 필요하고 LCC에서 주로 쓰는 보잉 B737이나 에어버스 A300시리즈도 2km쯤 돼야 한다.

터보프롭기는 짧은 이착륙거리 외에도 경제성도 장점이다. 비슷한 크기의 제트기와 비교했을 때 연료비를 약 40% 절감할 수 있고 총 운영비용은 약 30%를 줄일 수 있다는 게 ATR의 주장. 타사 터보프롭기종과 비교해도 10% 이상 비용절감효과가 있다고.

따라서 저렴한 운용비용을 바탕으로 신규노선에 투입되더라도 항공사 입장에서는 충분한 서비스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얘기다.
크리스토프 포토츠키 ATR 아태지역 지사장 /사진=박찬규 기자

ATR은 에어버스와 레오나르도의 합작사로 프랑스에 본사를 둔 터보프롭 항공기 제작사다. 현재 1200대의 ATR 항공기가 100개 국가에서 200개 항공사를 통해 운용 중이다. 현재까지 3000만회 이상 운항하며 10억명에 달하는 승객을 운송한 기록을 자랑한다. 매일 5000회 이상 운항 중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

이번에 인터뷰를 진행한 크리스토프 포토츠키는 31년간 몸담은 ATR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사업을 총괄한다. 그에 따르면 아태지역은 ATR 매출의 40%를 차지할 만큼 가장 큰 시장이다.

그리고 그는 시트로엥의 2CV 오너다. 주말이면 그 차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자연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게 낙이라고. 하지만 그의 일정은 숨막힐 정도로 바쁘다. 인터뷰가 진행된 다음날은 말레이시아로, 그 다음날은 싱가포르로 발걸음을 옮긴다. “1년 중 절반은 하늘 위에 떠 있는 것 같다”는 그의 농담이 꽤나 진지해 보였다.

아래는 그와의 질의응답 내용. 마케팅 파트의 부연설명은 동석한 장-다니엘 코소프스키 세일즈 총괄이 맡았다.

-한국 소비자들은 프롭기를 어색해한다. LCC 진출 초기 프롭기가 운항했지만 결국 제트기로 바꿨다. 
▶그래도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히 기존 항공사 외에도 스타트업 항공사도 관심을 갖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신규사업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남북한 간 연결 노선은 물론 동서를 잇는 새로운 노선도 개발했으면 좋겠다. 아시아에서 주요시장은 한국·중국·일본이다. 일본에서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해왔다.
ATR-Armonia /사진=ATR 제공

-기내 소음이 심하다는 소문이 있다. ATR 기종은 실내소음 면에서 제트기와 비교하면 어떤가. 
▶우리는 상당히 엄격한 소음규정을 자랑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의 스테이지3 소음규정보다 엄격한 스테이지4에도 대응한다. 산간지역이나 섬, 도심에서도 가능성이 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도심에 있는 수방공항은 소음규제가 매우 심한데 ATR 항공기는 그곳을 운항할 수 있다. 제트기에선 어려운 특유의 소음억제기술을 갖고 있다.

실내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도 20억달러의 연구비를 투자했다. 우선 외부 소음이 들어오는 것을 줄이기 위해 특히 실내에 흡차음재 등 마감재를 보강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소음을 유발하는 프로펠러부분도 특별한 기술이 적용된다.

좌우 프로펠러가 똑같이 움직이도록 제어하는 피치컨트롤 기술이 핵심이다. 그리고 프로펠러는 날개가 6개인데 각 날개는 특수소재를 썼고 끝부분의 형상을 날카롭게 만들어서 더 약한 파워로 비행하더라도 큰 힘을 얻도록 설계했다. 에어버스 A320 기종과 비교해도 실내소음에 자신있다. 20년 전 프롭기를 떠올리지 말아달라.(웃음)

-프롭기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경제성인데 제트기와 비교해 운영비용이 얼마나 절약되나. 
▶기존 항공사들이 말하는 것을 보면 평균적으로 40%의 연료절감효과가 있다. 운용비용에서 연료비의 비중이 높아 총 운용비용은 30%가 적게 들었다고 한다. 특히 터보프롭기는 1시간30분 이내 운항에 최적화 돼있다.

-활주로가 짧아도 이륙이 쉬운 게 장점 중 하나인데 어느정도가 필요한가.
▶900~1200m 사이면 된다.

-정비와 안전 문제도 궁금하다. 특별한 서비스 프로그램이 있나.
▶ATR에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있다. 조종사를 위한 파일럿 트레이닝, 정비사를 위한 엔지니어링 트레이링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부품이나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글로벌GMA 프로그램이 있는데 ATR 항공기 1/3이 커버된다.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고 보면 된다. 가벼운 정비는 한국에서도 가능하고 그보다 상위 작업은 대만이나 싱가폴 등 MRO센터에서 맡는다. 아태지역에는 60개 이상 항공사가 400대 이상의 항공기를 운항 중인 만큼 지역 전반에 서비스가 가능하다.

-기존 국내 항공사들이 기종을 바꾸기가 어려울 텐데 신규시장을 노린다는 건가.
▶한국시장에서 신규노선을 운항할 스타트업 항공사와 이미 2대 계약을 체결했다. 울산과 무안공항을 잇는다거나 해당 공항을 중심으로 국제노선을 신설하는 등이다. 아울러 한국공항공사(KAC), 국토교통부 등 항공관련 관계자와도 많은 논의를 하는 중이다. 지방의 작은 공항은 ATR 항공기를 원한다.

-남북한 관계가 좋아지는 것도 호재가 되지 않겠나.
▶남북한 관계가 좋아지는 건 모든 항공사가 원하는 것이다. 남북한 관계가 개선되더라도 본격적인 움직임은 3~4년 걸릴 거다. ATR은 새로운 루트를 공략하는 게 목표다. 시장이 개방되면 초기에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고 우리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ATR 항공기에 유리한 거리여서다. 물론 수요가 많아지면 더 큰 항공기(제트기)들이 시장에 투입될 것이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한국시장이 특별한 점이 있나.
▶아태지역 매출이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한국시장은 일본과 비슷한 느낌이다. 경제가 안정적이고 사업가치나 인프라, 비즈니스모델 모두 일본과 비슷하게 본다. 일본에 진출했을 때 성공적이었기에 한국에서의 비즈니스도 성공적일 것이라 예상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태지역 항공시장은 허브공항에 관심이 쏠려서 큰 네트워크 위주의 시장이 형성됐지만 앞으로 허브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이 또한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이다.
포토츠키 지사장의 시트로엥 2CV /사진=포토츠키씨 제공

-바쁘다고 들었는데 주말에 특별히 하는 게 있나.
▶사진찍는 거 좋아한다. 특히 사진여행을 좋아한다. 일부러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자연 풍경사진을 찍는다. 매우 행복하고 만족한다. 그리고 또 올드카와 함께하는 것도 한다. 시트로엥 2CV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가끔 공항에서 비행기 사진도 찍는다. 조종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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