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쁜 동화가 아이를 망친다’ 저자 유종민, “누가 동화에게 성역을 허락했나요?”

강인귀 기자 | 2018.10.20 16:18

“현명한 부모도 유독 아이가 읽는 동화에는 지나치게 관대합니다. 몸에 조금이라도 해가 될 것 같으면 펄쩍 뛰며 못 먹게 하는 부모도 동화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놀라울 만큼 주의를 기울이지 않죠. 세상에 몇 안 남은 성역이 있다면 그 중에 동화도 있을 것입니다.”


부모라면, 명작으로 알려진 동화를 아이에게 읽어주다가 가끔 이런 내용을 아이에게 읽어줘도 되나 하고 망설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떤 동화에서는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고 아이에게 편견을 심어줄 수 있는 부분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마다 명작동화이고 남들도 다 읽는 동화인데 너무 유난을 떠나 싶어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또한 ‘아이가 크면서 자연히 알겠지’ 하고 안일하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그런 부모의 편견과 안일함이 얼마나 아이의 정서에 위험할 수 있는지 조목조목 밝힌 책이 나왔다. '나쁜 동화가 아이를 망친다'의 유종민 저자를 만나 자세히 들어보았다.


Q.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첫 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아이는 두말할 것도 없다. 아이는 부모가 읽어주는 동화를 통해 세상과 첫 조우를 한다. 그리고 거기서 받은 인상은 아이의 잠재의식에 각인된다. 일종의 초두효과인 셈이다. 또한 그런 동화를 읽어주는 대상이 자신이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부모라는 점에서 후광효과도 같이 일어난다. 따라서 어떤 동화를 아이가 처음 접하는 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는 명작동화라는 타이틀만 두르고 있으면 덮어놓고 좋다고 생각한다. 이는 부모 자신도 그런 동화를 읽고 자랐고, 남들도 다 읽는데 뭐 어때라는 안일함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어물쩍 넘어가기에는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동화에 들어있는 수많은 상징 코드들이 아이의 성장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모 자신도, 또 아이가 성장하고 나서도 어디서부터 문제였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문제를 인식해야 개선할 수 있는데,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된지 모르니 여기에 더 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에 부모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경각심을 고취시키고자 이 책을 썼다.


Q. 여기서 말하는 명작동화란?
소위 명작동화라고 알려진 고전 동화, 전래 동화는 17, 18세기에 나온 책이다. 안데르센 동화나 그림형제 동화가 대표적이다. 당시의 시대상은 계급 사회로 남녀 차별 및 사회적 불균형이 심하던 시대였다. 그럼에도 단지 아동문학의 시초라는 점에서, 또 몇백년 전부터 수많은 아이들이 읽었다는 점에서 무조건적으로 읽히고 있다. 아동 문학의 지평을 연 안데르센 동화나 그림형제 동화의 역사적, 문학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러한 가치들이 교육적 가치와 혼동하여 쓰인다는 점이다. 동화에 담긴 과거의 낡은 가치관, 삐뚤어진 세계관이 아이에게 여과없이 주입되고 있다. 현재에 살고 미래를 꿈꿀 아이의 머리 속에 과거의 낡은 생각을 때려넣고 있는 것이다. 사실 부모도 이런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명작동화라고 하면 마치 성역이라도 있는 것처럼 이 문제를 어물쩍 넘어가고 있다.


Q. 몇 가지 예를 들자면?
3살도 안된 아이에게 친족간의 살인, 투신 자살을 이야기 할 수 있는가. 여자 아이를 약취, 유인, 납치하여 강제 결혼을 시키는 것은 어떤가. 무언가의 대가로 성을 제공할 수 있는가. 의식을 잃은 일면식도 없는 여자를 성추행하는 것은 적절한가. ‘눈에 눈, 이에는 이‘라는 식의 폭력으로 보복해도 되는가. 예컨데, 팔팔 끓는 솥에 밀어넣고, 배를 갈라 자갈을 집어넣는 장면은 꼭 필요한가? 왜 새엄마는 항상 악독하고 아빠는 무능력에 늘 부재한가? 착한 일만 하면 누구나 벼락 부자가 되는가? 왕따를 시킨 사람은 왜 벌을 받지 않는가? 선한 것은 아름답고 아름다운 것은 반드시 선한가? 또 그 반대는 어떠한가? 이러한 내용의 동화를 자신의 아이에게 선듯 읽게 하겠다고 대답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짐작 했겠지만 이것은 현재 대다수의 아이들이 읽고 있는 동화이다. 그것도 명작동화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앞에서 나열한 순서대로 말하자면 장화홍련전, 엄지공주, 나무꾼과 선녀,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늑대와 일곱마리 염소, 콩쥐 팥쥐, 놀부와 흥부, 미운 오리새끼가 바로 그렇다. 혹자는 동화를 통해 아이의 상상력이 커진다고 하지만 오히려 선과 미, 악과 추는 전혀 관계 없는 가치 체계인데도 반복적인 연결을 통해 이분법적 세계관을 고착시키고 있다. 또 권선징악적 내용의 동화가 많다보니 필연적으로 악을 보여주는데, 아이에게는 작은 악도 보여주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아이는 그런 악이 현실에서 일어날 법하니까 책에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악을 벌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거꾸로 악을 가르치는 꼴이다.


Q. 명작동화의 불편한 진실은?
안데르센은 본인을 동화 작가라고 부르는 것을 싫어했다. 말년에 그는 자신이 아이들과 함께 서 있는 모습의 동상을 만들려고 하자 극구 반대하기까지 했다. 또 그림형제는 엄밀히 말하면 동화 작가가 아니라 언어학자이다. 그들이 낸 동화집은 언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수집한 민담을 엮은 것이다. 그러다보니 초판 버전에는 어린이 유기, 살인, 근친상간, 지나친 성행위 묘사 등의 장면이 많았다. 그나마 그런 부분을 걷어내고 동화로 내놓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동화 곳곳에 그런 잔재가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솝우화를 쓴 이솝은 어떠한가. 그는 노예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보니 그의 이야기에는 주인의 말에 요령을 피우지말고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노예근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유독 많이 등장한다.


Q. 문제 동화에 대한 해법은?
아이가 글을 깨우치기 전이라면 부모가 동화를 다시 읽어주면서 문제되는 부분을 바로잡아 줘야 한다. 다만 문제되는 부분을 얘기할 때 아이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는 것 보다는 먼저 아이의 생각과 느낌을 확인하고 아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계속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즉 답을 주입하는 것이 아닌 질문을 통해 아이가 답을 발견하게 하는 것이다. 동화를 읽어주는 것 자체가 아이의 공감각 지능 및 부모와 자녀의 공감 능력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적극 권장할만하다. 만일 글을 읽을 수 있고 11세 이상의 자녀를 두었다면 이 책을 읽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아이에게 독후감을 쓰게 하거나 아이와 대화를 통해 책을 읽고 난 뒤의 느낀 점을 들어보는 것도 좋다.


Q. 끝으로 부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사실 부모 세대도 그런 동화를 읽고 자란 피해자이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에게 그러한 동화를 읽게 하는 가해자의 위치에 서 있다. 심지어 자신은 아이를 위한답시고 생각하고 있으니 가해자의 죄의식에 기댈 수도 없다. 또한 그 대상이 다름아닌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가장 큰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동화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그 악습의 대물림을 끊어야 한다. 명작 동화라고 해서 무조건 읽히는 것이 아닌 문제되는 동화는 과감히 거르고 균형잡힌 동화를 읽게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 노력도 필요하다. 19세이냐, 아니냐를 놓고 보는 청소년유해물 심의 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읽기 적합한지 사전심의도 필요하다면 도입해야 한다. 문제되는 고전 동화, 명작 동화, 전래 동화를 못 읽게 없애는 것이 아닌 다양한 시대상을 반영한 창작동화가 많이 나와서 그것을 밀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나서서 그러한 동화를 많이 사줘야 함은 물론이다. 결국 그것이 양질의 창작동화를 불러오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유종민 저자는 경제 전문 방송 한국경제TV 파트장이자 깨움연구소 소장으로 ‘총리의 언어’외 3편의 저술 및 강연, 칼럼 기고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타래출판(유종민저자, 책)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문자
  • URL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