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정책, 제발 조급증을 버려라

김창성 기자 | 2018.10.16 05:50
역대 정부는 모두 ‘서민의 더 나은 삶’을 부르짖었다. 실제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기도, 겉으로만 하는 척하기도 했지만 진심을 제쳐 두더라도 표심을 잡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서민’만한 특효약은 없어 보였다.

문재인정부도 서민의 삶이 좀 더 윤택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내비치며 줄곧 ‘서민’을 외친다. 부자는 증세하고 서민은 감세하며 더 많은 혜택이 서민에게 돌아가게 하겠다고 다짐한다.

계속되는 부동산정책도 문재인정부가 주장하는 서민친화정책이다. 빚내서 집을 사지 못하도록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는 동시에 청약 1순위 당첨기준 등도 강화해 부적격 당첨자를 걸러내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늘리겠다는 의도.

특히 문재인정부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했다. 투기과열지구 등을 지정해 서울, 수도권 등 인기지역에 쏠린 수요자의 눈을 분산시키고 다주택자에게 많은 세금을 물려 실제 거주하는 집이 아니면 팔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복잡한 규제는 오히려 서민들의 숨통을 조이고 불만만 늘렸다. 수시로 규제가 쏟아지는 데다 세금을 둘러싼 의미 해석이 제각각이라 논란이 가중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전국 성인 1004명에게 현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잘하는지 질문한 결과 23%는 ‘잘한다’, 55%는 ‘잘못한다’고 답했고 22%는 평가를 유보했다.

부동산정책 부정 평가자(546명)는 ▲집값 상승 29% ▲지역 간 양극화 심화 10% ▲일관성 없음·오락가락함 9% ▲효과 없음·근본적 대책 아님, 서민 피해·서민 살기 어려움 등 7%의 이유를 들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들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대체로 혹평한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A씨는 “정부의 규제 방향성은 일관되지만 너무 복잡하고 자주 발표돼 이해하기도 힘들고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B씨도 “평생 열심히 벌어 집을 두 채 가졌지만 강남권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투기세력으로 낙인찍힌 기분”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부동산정책이 수차례 나왔지만 집값은커녕 서민들의 마음도 못 잡았다. 국민의 불만을 또 다른 대책 발표로 메꾸고 옥죄기만 열중하다가는 이도저도 안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역대 어느 정부도 집값을 잡지 못했다. 집값을 잡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이제 2년차에 접어든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도 완성형이 아니다.

따라서 지금 정부에게 필요한 건 임기 내에 무언가 해내겠다는 조급함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이다. 진정 서민을 위하는 길은 당장의 성과보다는 백년대계를 세우는 일이다. 그 길에서 정부도, 국민도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2호(2018년 10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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