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미쿠키로 본 ‘유기농의 덫’

김설아 기자 | 2018.10.09 05:57
“유기농이어야 잘 팔린다. 두 배 세 배 비싸더라도….”

유기농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가격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유기농이 아니면 건강에 별로 득이 되지 않는 제품으로 비쳐진다. 특히 어린아이나 환자를 겨냥한 제품을 보면 유기농 아닌 것이 없을 정도다.

유기농 홍수의 시대. 특히 먹거리 쪽에서 이런 현상이 심하다. 유기농이 황금알을 낳는 거대사업으로 변화하면서 급기야 포장만 입힌 일반 제품이 값비싼 유기농 수제품으로 둔갑해 팔리는 현상을 불러왔다.

‘미미’라는 아이 태명을 걸고 유기농 수제품을 만든다는 제과점이 대기업 제품을 포장만 바꿔 되팔아 온 ‘미미쿠키 사태’가 바로 그것. 미미쿠키는 온라인상에서 쿠키류, 빵류 등 제품을 판매하면서 “방부제·유화제 무첨가 제품”, “전부 수제로 작업한다”고 홍보했다. 이들은 “저희 아이도 먹는 소중한 쿠키인 만큼 정성 다해 건강하게 찾아뵙겠다”고도 했다.

입소문은 엄마들을 중심으로 금세 퍼져나갔다. 공중파 방송에도 소개되면서 매장 앞에는 직접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장사진을 쳤다.

덕분에 대형마트 코스트코에서 판매하는 OO쿠키, SPC삼립에서 판매하는 롤 케이크 등이 유기농, 수제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물론 몸값도 달라졌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삼립 클래식 롤케익(275g)은 3000원 정도지만 미미쿠키가 판 같은 제품은 6500원 정도. 같은 제품이 두 배 이상 비쌌다. 여기에 배송료도 5000~6000원씩 따로 받았다.

해당 제품을 믿고 구매했던 소비자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특히 미미쿠키를 구매했던 소비자 중에는 어린아이를 둔 부모나 아토피, 피부염 등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비싸지만 건강한 제품을 먹고, 먹이기 위해서였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유기농이란 새로운 트렌드가 우리생활에 들어오면서 군중심리를 이용한 상술이 많아진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유기농’만 붙이면 가격이 기존 제품에 비해 몇 배나 뛰어도 일정 매출이 나오기 때문에 판매자의 비양심적인 행태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제2의 ‘미미쿠키’가 각지에 숨어있을 거라는 의심도 거둬지지 않는다.

“물량이 많아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했다. 돈이 부족했다.” 미미쿠키 측이 내놓은 변명으로는 무엇도 덮을 수 없는 상황이다. 빵이든 쿠키든 먹거리엔 유기농보다 양심과 진심이 담겨야 한다. 그게 아이들 간식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1호(2018년10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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