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회 권력 교체 100일, 권력독점 견제해야

경기=김동우 기자 | 2018.09.27 16:31
지방의회 권력이 교체된 지 100일이 지났다. 민선7기도 지방의 행정수반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지방의회가 특정당으로 일원화되면서 의회의 견제·감시 기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견제가 사라진 지방자치가 부패·비리로 얼룩진다는 것은 지난 역사로 유추할 수 있다.

독점적 지방의회는 주민들의 의사 반영 통로 구실을 하지 못한다. ‘그들만의 결정’이 가능해 주민들의 의견이 의회에 전달되지 못하는 것. 소수 정당은 법안을 발의하기가 쉽지 않은데 상정돼도 뭉개지는 게 다반사다.

지난 3일 제282회 의정부시의회 임시회에서 예결위원회 소속 5명의 여야 의원이 프로암 바둑리그 출전 지원예산 3000만원을 추경예산심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채택한 삭감예산이 하룻밤 사이에 뒤집힌 일이 있었다. 의사봉을 잡은 안지찬 의장은 본회의를 열고 기습적으로 김정겸 의원이 제안한 수정안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지방의회의 맏형으로 불리는 서울시의회를 보자. 31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심의하는 의장과 부의장, 10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을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서울시의회 조례에 따르면 10인 이상 의원을 가진 정당만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다. 모든 상임위원장을 민주당 원내대표가 임명하게 된 셈이다.

상임위원장 임명에 당론을 대표하는 원내대표의 입김이 반영되다 보니 박원순 시장의 역점사업이 반영된 예산안이나 서울시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시 사업에 대해 각 상임위 의원이 독자적 의견을 내세워 견제하기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4일 본회의에서 2018년도 서울시 추경예산을 재석 76명 중 찬성 69명, 반대 3명으로 가결 처리했다. 시가 신청한 3조6742억원 중 327억원이 증액되고 427억원이 감액돼 3조6642억원으로 통과됐다. 조정액의 규모를 신청액으로 나눈 조정 비율은 2.05%였다. 이번 추경은 서울시 역사상 최대 규모로 의회 내에서도 ‘슈퍼 추경’이라는 말이 돈 바 있다.

박 시장이 보궐선거로 취임한 2011년 이래 예산 조정 비율은 2018년도 예산안을 제외하면 대체로 3.0% 내외에서 움직였다. 오 전 시장이 제출해 민주당 과반 의회가 심사했던 2011년도 예산안의 조정 비율 3.7%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올해 말 심의가 예정된 2019년도 예산안에 대해 의회가 적절한 심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방의회와 지방정부가 같은 당 소속이니 견제 기능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치는 견제와 경쟁이 없으면 후퇴하고 민주주의는 역진화한다. 견제 기능이 사라진 일당이 독식한 의회는 부패하기 쉽다. 더욱이 민주당이 다수당인 광역지자체 중 제주를 제외한 14곳의 광역단체장이 민주당 소속이다.

지방행정과 의회 권한을 장악한 민주당은 마음만 먹으면 인사, 인허가, 규제, 예산 편성·집행, 조례 제·개정 등 무소불위의 지방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균형의 틀이 깨진 이번 지방의회가 나쁜 정치를 배우고 익히는 학습장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일당이 독식한 지방의회가 협치를 하기 위해서는 다수당의 배려와 절제, 소수당의 승복과 타협의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 시절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는 한국당의 참회를 잊어선 안된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실시된 지 벌써 4반세기로 상당히 제도화됐다. 민주정치의 풀뿌리 조직인 지방자치의 발전은 선진 민주정치의 초석으로서 주민의 삶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때로는 부정부패에 연루된 단체장과 지방의원, 전문성 부족, 인기영합적 정책 추진, 토후세력의 의한 지방권력 독점 등으로 일부 지자체의 경우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지역발전과 민주정치의 원동력으로서의 지방자치는 시대적 흐름이 됐다.

그러나 이번 민선 7기 출범을 기해 여러가지 우려되는 요인이 잠재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을 지자체 스스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지자체뿐만 아니라 중앙정치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지방자치 발전과 이를 통한 민주정치 공고화를 위해 반드시 제기돼야 할 문제다.

야당은 비록 소수지만 여당의 권력독점에 대한 견제를 끊임없이 제기해야 된다. 또한 지역시민사회도 비당파성과 공익성을 견지, 여당의 권력독점에 대한 견제와 대안제시 활동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

여당도 독선과 오만은 지방자치를 퇴락시키는 독소임을 인식, 스스로의 채찍을 통해 권력독점에 의한 유혹보다는 주민의 삶이 최우선하는 정책추진에 매진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종종 바른길로 가지 않을 때가 있지만 정치는 최악의 상황에서 옳은 길을 선택할 수 있다. 민선 7기 지방의회는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국회도 하지 못하는 협치 실현이라는 시대적 책무를 부여받았다. 새로운 정치인 수혈 통로가 된 지방의회로서 그 임무는 더 막중하다.

이참에 지방 광역의회의 일당 독식을 막기 위해 지역구(737명)의 8.5분의1 수준인 비례대표(87명)를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도 이뤄졌으면 한다. 서울에서처럼 정당 득표율 50.9%를 얻은 민주당이 시의원 92.7%를 차지하는 것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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