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흔들림 없는 ‘남북경협 기초’ 다지길

이한듬 기자 | 2018.09.21 14:35
“한국에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또 하나의 기회가 있습니다. 바로 남북경제협력입니다. 남북정상회담은 그 시작입니다. 남북은 경제공동체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지난 7월 싱가포르를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 렉처’에서 연설한 내용의 일부다. 취임 이후 한반도 화합에 힘을 쏟고 있는 문 대통령은 정치·외교 영역을 넘어 남북이 하나 된 경제공동체를 구상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경제지도를 다시 그리고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그리고 지난달 18~20일.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열렸다. 올 4월과 5월에 이은 세번째 정상회담이다. 평양에서 개최된 이번 회담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4대그룹 총수 중 3명을 포함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인 17명이 동행했다.

이들은 이번 방문에서 북한 경제를 총괄하는 리룡남 북한 내각부총리를 만났다. 물론 비핵화와 대북제재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안건을 논의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남북경협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 경제공동체 구상이 첫발을 뗀 셈이다.

남북관계가 훈풍을 타면서 우리 경제에도 봄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우려가 더 큰 게 사실이다. 비핵화 전 남북경협 논의를 경계하는 미국은 잇따라 경고를 날리고 내수경기 악화와 고용난에 멍든 민심은 이전 같은 지지를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정권에 따라 요동치는 남북관계다. 진보정권 체제에서 매번 훈풍을 타는 듯하던 남북경협은 보수정권 체제에서 다시 도돌이표를 찍었다. 

개성공단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남북경협의 상징과도 다름없던 개성공단은 2004년 시범단지 준공 후 12년 만인 2016년 폐쇄됐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한순간에 터전을 잃었다.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가 추정하는 피해규모는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종전’까지 언급된 이번 정권에서는 무언가 다를 것이란 희망도 있지만 예전처럼 사상누각에 세워질 남북경협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에 휩쓸린 부실한 경협 논의는 지양해야한다. 남북관계 변화나 어떤 외풍에도 흔들림 없는 경제공동체 구상을 통해 정부가 진정으로 원하는 평화와 번영의 기틀을 닦길 기대한다. 이를 통해 우리경제에도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길 바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0호(2018년 10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문자
  • URL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