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 미래 먹거리 '헬스케어'…건강증진형 보험 시장 활기

김정훈 기자 | 2018.09.22 06:00
사진=이미지투데이DB

보험사의 전통적인 영업방식에 변화가 생긴다. 경제성장률 둔화와 함께 금리 인상으로 앞으로 보험계약실적이 더욱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새로운 먹거리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 

특히 고객 건강을 관리하는 헬스케어서비스는 보험사들의 미래먹거리로 떠오른 상황이다. 보험사로선 고객이 건강할수록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줄어 손해율을 크게 낮춰줄 헬스케어서비스 출시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헬스케어로 위기타파

올초부터 보험업계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정부의 가계부채 증가 억제정책 등으로 보험 해약금액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은 올초 취임사에서 "경각심을 갖고 업계와 정책·감독 당국, 연구기관 등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위기타파를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보험연구원 측이 발표한 '2018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에 따르면 저축성보험 성장세 둔화로 올해 생명보험업계의 매출에 해당하는 수입보험료 증가율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기존 원가 기준인 부채 평가가 시가 기준으로 바뀌는 2021년 새국제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의 수익 걱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IFRS17 기준 상 저축성보험의 보험료는 모두 부채로 잡힐 수 있어 보장성보험 판매가 유리한 상황이다.

결국 보험업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안정적인 종신보험이나 변액보험 등 보장성보험 판매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해부터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출시하는 헬스케어서비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헬스케어서비스는 보험사 입장에서 고객의 건강관리를 통해 지급보험금을 크게 낮출 수 있어 주력시장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헬스케어서비스시장이 연 4.3%씩 성장해 2020년에는 8조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글로벌보험사들은 헬스케어를 기반으로 특화상품을 봇물처럼 선보이며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수익성에 비상이 걸린 국내 보험사도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력있는 서비스 도입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단순 보험료 할인과 건강진단서비스 수준에 머물렀던 헬스케어서비스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가입자의 건강상태와 운동습관 등을 반영해 보험료 할인과 캐시백 등을 제공하는 실질적인 경제혜택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헬스케어서비스에 가장 적극적인 보험사는 AIA생명이나 ING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다. 해외에서 먼저 도입한 헬스케어서비스를 국내 환경에 맞춰 선보이기 유리해서다. 

AIA생명은 해외 10여개 국가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AIA바이털리티(AIA Vitality)를 국내에 출시하며 시장 개척에 나섰다. AIA바이털리티는 사용자의 행동패턴을 분석해 생활습관을 개선해주는 글로벌 웰니스 프로그램이다. 바이털리티 앱을 깔면 연동된 스마트폰 등 각종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걸음 수, 심박 수 등 회원의 건강 정보를 수집하고 이에 따른 보상 포인트를 제공한다.

AIA생명은 국내에서 헬스&웰니스 서비스를 발판으로 헬스케어 선도보험사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ING생명도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을 통해 하루 평균 1만보 걷기를 실천하면 최대 50만원을 지급하는 등 앱과 연동한 헬스케어서비스를 통해 신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관망하던 보험사, 서비스 적극 출시 

반면 국내 보험사는 의료법 충돌 문제와 개인건강 정보 수집 논란 등으로 그동안 관망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특히 의료법과의 충돌은 국내에서 헬스케어서비스가 성장하지 못한 주요 이유 중 하나다. 현 의료법상 의료행위는 의료인만 할 수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헬스케어서비스를 진행하려면 모바일 앱 출시가 필요한데 국내에서 헬스케어제품이나 앱을 제작하려면 모두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또 의료인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현행의료법 때문에 보험사들이 상품 출시를 주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보험사가 헬스케어서비스를 통해 가입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과정을 '의료행위'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보험업계나 의료계는 ‘의료행위’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세워지길 바라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금융당국도 이 사안을 해결하는 데 소극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판매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보험업계의 참여를 독려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법령 해석이 애매한 상태로 존재하는 일명 '그레이존' 의료법 해석을 복지당국의 몫이라고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그레이존’ 해소를 위한 관계당국의 의료법 해석 태스크포스(TF)에도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에서는 당국이 의료법 충돌 문제와 함께 일부 시민단체가 '건강증진형 보험 활성화를 두고 의료민영화의 초기단계 아니냐'며 폐기를 주장해 적극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손해보험업계 1위 삼성화재가 전용앱을 통해 고객 건강을 관리해주는 앱 '마이헬스노트'와 건강증진형 서비스 '애니핏'을 본격 출시하면서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또한 삼성화재는 헬스케어서비스 강화를 위해 노인 요양서비스 사업 진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고령자나 유병자를 잠재고객으로 전환해 새로운 시장으로 활용하는 한편 요양시설 운용 수익을 통해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KB손해보험도 2016년부터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를 설립, 데이케어센터 사업장을 열고 요양서비스사업을 시작한 상태다. KB손보 관계자는 "요양서비스는 장기적인 신사업 분야로 볼 수 있다"며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헬스케어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가장 적합한 분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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