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사수신 범죄, 왜 방치되나

장효원 기자 | 2017.11.22 05:31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사건이 벌어진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여전히 유사수신 사기에 농락당하고 있다. 인터넷검색창에 ‘유사수신’을 입력해보자. 하루가 멀다 하고 유사수신으로 검거된 일당의 기사가 나온다. 피해금액도 수십억에서 수천억원을 넘나들 정도로 거대하다. 심지어 유사수신 사기는 가상화폐와 같은 신문물을 이용해 곰팡이처럼 번져가고 있다.

유사수신 사기는 가난한 서민의 고혈을 쥐어짜는 극악무도한 범죄로 ‘경제적 살인행위’에 해당한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음에도 유사수신행위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유사수신행위법 위반으로 입건된 사람은 228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이미 2015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상황에서 올해는 더 많아진 것이다.

유사수신 범죄가 증가한 이유는 우선 감독기관의 선제적 조사와 대응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유사수신행위 적발은 보통 일반시민의 제보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경우 제보자가 해당 유사수신으로 직접 피해를 입거나 피해자를 알고 있을 때 조사를 시작한다. 다시 말해 어떤 업체가 ‘월 20% 확정수익 지급’ 등을 내걸고 영업을 하더라도 실제 피해자가 나오지 않으면 조치를 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금감원의 유사수신 담당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기도 하다. 시민들은 유사수신행위를 발견하면 금감원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신고한다. 하지만 센터에 유사수신을 담당하는 인원은 2명에 불과하다. 2명이 연간 400건이 넘는 유사수신 의심 업체를 조사하고 혐의를 포착한다. 단순 계산으로도 하루에 한개 업체의 모든 것을 조사해야 한다.

금감원의 조사 여건도 턱없이 부실하다. 금감원은 수사권이 없어 유사수신행위자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와 계좌조회를 할 수 없다. 피해자가 제보한 정황 등을 종합해 경찰 또는 검찰에 이관해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금융당국의 조사·자료제출 요구권과 계좌조회권을 신설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유사수신의 피해 규모에 비해 처벌이 약하다는 의견에 따라 처벌 규정도 현행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10년 이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대폭 상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회는 하루빨리 개정안을 통과시켜 유사수신 피해를 막아야 한다. 또 직접 유사수신 조사를 담당하는 금감원의 인력도 대폭 보강할 필요가 있다. 머뭇거리는 새 유사수신의 덫이 서민들이 평생 모은 돈을 야금야금 갈취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5호(2017년 11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문자
  • URL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