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공매도 논란] 과열종목 규제 '팽팽'

박성필 기자 | 2017.10.11 05:54

금융당국이 공매도로 인한 불공정거래 등에 대응하기 위해 규제수위를 한단계 높였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지난 3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를 시행한 뒤 반년 만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 기존 공매도 규제가 실효성이 떨어지자 지정범위를 넓히는 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공매도는 다른 사람의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일정시점이 되면 다시 사서 갚는 거래다. 과열종목으로 지정되면 다음날 하루 동안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없다.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사진제공=한국거래소


거래소에 따르면 이 제도를 시행한 지난 3월27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약 6개월 동안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은 총 18건이었다. 앞서 6개월 동안 30~36건을 지정할 것으로 예상한 거래소의 계산이 빗나간 것이다. 더구나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을 피해가거나 지정되더라도 거래금지가 풀리면 다시 이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돌아가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25일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를 확대한 배경이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규제를 강화하자 시장에서는 한동안 수그러들었던 찬반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지난 3월 제도 첫 시행 당시 불거진 논란은 반년이 지난 지금 더욱 극명하게 양분됐다. 공매도는 개인투자자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므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과 유동성 공급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주식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반대 의견이 충돌했다. 이번 찬반 논란은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가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나 다시 불거진 것이어서 한층 더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찬성: 공매도에 취약한 개인투자자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주도해 상승장에는 찬물을 끼얹고 하락장에는 하락을 부추기는 거래방식이다. 주가가 올라야 돈을 버는 매수포지션과 다르게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이 발생하는 공매도의 이점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만 누린다는 인식이 짙다. 이는 사실상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만 공매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개인투자자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공매도에 충격을 받는다. 개인투자자가 집중투자한 종목 대다수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거센 공매도로 폭락하기 때문이다. 공매도에 취약한 개인투자자가 규제강화를 적극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다.

물론 개인투자자의 공매도가 금지된 건 아니다. 개인투자자도 대주거래서비스를 하는 증권사의 신용대주거래계좌를 개설해 공매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주거래가 가능한 종목과 수량이 한정된 데다 이자비용부담이 크다. 빌릴 수 있는 기간도 최장 30일 등으로 제한됐다. 결국 개인투자자보다 덩치가 큰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공매도에 자유로운 게 현실이다.

이번 규제강화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건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 강화를 환영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앞으로 시장이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공매도 규제강화를 반기는 한 투자자는 “공매도 놀이터에 제어장치가 생기고 또 강화된 점은 환영할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일부 시장참여자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강한 규제를 외친다. 하루 동안 공매도 거래를 제한하는 조치로는 주가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에 공매도가 몰리는 흐름 자체를 막기 어렵다는 것. 특히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큰 코스닥 종목은 코스피보다 시가총액이 낮은 편이어서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따라서 이들은 개인과 외국인·기관투자자의 페어플레이를 강조하며 더 강력한 공매도 규제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반대: 합리적인 가격 이끄는 공매도

공매도 규제 자체에 불만을 갖는 세력도 만만찮다. 공매도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졌고 유동성 공급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공매도가 주가하락을 과도하게 초래한다는 건 근거 없는 얘기라고 강조한다. 주가가 적정가치에 도달하는 시점을 앞당길 뿐 중장기적으로 주가하락을 부추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매도는 시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가격의 왜곡을 해소한다. 또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해 전체 거래량을 늘려 보다 합리적인 가격을 이끌어낸다. 이를테면 고평가된 주식은 적정수준의 시장가격으로 끌어내려야 하는데 공매도를 금지하면 가격이 떨어지지 않아 왜곡현상이 생길 수 있다. 결국 100원짜리 주식을 1000원에 사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공매도는 악재를 빨리 포착한다. 기업은 호재를 빨리 공시하고 분식회계, 신약개발 실패 등의 악재는 천천히 공시하거나 공시를 숨길 수 있다. 하지만 공매도는 악재를 빨리 발견해 시장에 전달한다. 즉 공매도는 내부자와 외부자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시장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데 일조한다. 이처럼 공매도는 주식의 위험을 회피(헤징)하는 기법으로 사용되며 주가의 버블을 막고 유동성을 늘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를 통해 주가하락에 투자한다고 해서 수익기회가 더 많은 것도 아니다”며 “오히려 이익이 나면 공정한 게임이고 손실이 나면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주장하는 게 더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증시의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논란에서 확실하게 벗어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공매도를 규제하거나 금지할 게 아니라 개인투자자에게 공매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기관투자자만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비대칭성 탓이 크다”며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 가능성을 높여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제시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9호(2017년 10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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